영화 대본에 `미래는 디트로이트 뒤처지게 했다' 메모
시나리오 작가 "선견지명적인 메시지…희망은 남아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가 막대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파산보호(챕터 9) 신청을 한 가운데, 1987년에 제작된 영화 `로보캅'(RoboCop)의 대본에 디트로이트 시의 `몰락'을 암시한 메모가 적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영화 로보캅 대본 첫 번째 페이지 맨 윗부분에는 `미래는 디트로이트 시를 뒤처지게 했다"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에드 노이마이러 씨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메모를 회고하면서 "그것은 선견지명적인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노이마이러 씨는 "영화 로보캅은 미국에서 산업의 쇠퇴를 보여준, 아니 현재도 여전히 보여주는 은유"라면서 "디트로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디트로이트가 수많은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정위기와 경제적 몰락으로 홍역을 치르는 디트로이트 시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로보캅은 감정이 살아있는 사이보그가 범죄집단이 장악한 디트로이트 시의 질서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폴 베호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디트로이트 시를 아웃소싱과 대량 실업으로 황폐화된, 한때 잘 나가던 거대 도시이자 제조업 허브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노이마이러 씨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디트로이트 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디트로이트 시에는 값싸고 교육받은 노동력이 있다. 또 몇몇 첨단 분야의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그곳의 산업적이고 기계적인 전설을 활용해 로봇공학 관련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자 제조업의 본산이던 디트로이트 시는 185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18일 미시간주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접수했다.
디트로이트 시는 1980년대부터 일본의 자동차 산업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전성기에 180만 명에 달했던 인구가 7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업률이 16%에 달하며 치안상태도 열악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디트로이트 시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비참한 도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