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백두대간 - 제1부. 겨울을 보내며, 소백산 ~ 제5부

[준하]

한국기행

백두대간

(白頭大幹)

방송일시 : 2013년 2월 25일 (월) ~ 3월 1일 (금)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두대간’이라는 말은 조선 영조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한반도의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나타낸 체계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백두대간은 오랜 시간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어왔다.

한반도 산지체계의 근간을 일구어냈고, 이를 통해 조선 후기엔 

우리나라 전체의 영토, 정치, 인문‧사회적 측면까지 영향을 주었다.

백두대간은 민족 정서적 관점에서 삶의 영역으로 스며들었다.

또한 한반도의 역사가 백두대간 중심의 지맥에 뿌리를 둔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으며,

우리 고유의 땅의 흐름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자연관을 대표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은 수십 개의 험준한 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과 산 사이의 고갯길을 감싸 안을 때 비로소 온전한 대간 길이 완성된다.

인생에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듯, 백두대간 역시 산과 고개를 굽이굽이 흘러간다.

산이 삶을 닮고, 삶이 산을 닮았다.

서로를 닮아가는 이 길 위엔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의 끝자락. 봄을 기다리는 백두대간으로 향한다.

제1부. 겨울을 보내며, 소백산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허리엔 ‘소백산(小白山)’이 솟아 있다.

소백산은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세 번째로 품이 넓고 크다.

흙산이라 산길이 험하지 않아, 포근하고 안온하게 등산객들을 반긴다.

특히 겨울엔 주목 군락지에 피어나는 설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산이 있어 존재한다는 진정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 그가 겨울 소백을 찾았다.

죽령에서부터 연화봉, 비로봉을 지나 비로사까지 이르는 산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 엄홍길 대장과 같은 길을 걷는 어르신의 손엔 ‘비료포대’가 들려있다.

어르신들은 눈썰매를 타려고 아랫마을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올라왔단다.

눈으로 덮인 동화 같은 세상. 사람들은 비료포대 눈썰매를 타고 동심의 세계로 떠난다.

 

다시 걸어가는 길.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된 산행은 오롯이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산을 오를 때마다 “산은 우리네 인생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엄홍길 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그걸 이겨내면 정상에 갈 수 있지만, 

정상에서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산’을 해야 하는 산행길.

그는 이번 산행에서 모든 것을 비워내고, 소백산의 좋은 기운을 잔뜩 채워서 내려온다.

엄홍길 대장에게 산은 항상 인생의 길을 성찰하게 하는 ‘인도자’이다.

 제2부. 고개 넘어 한양으로, 문경새재

영상보기 -> http://ebs.daum.net/ktravel/episode/8362

 

백두대간은 산과 고개가 서로를 감싸 안을 때, 비로소 하나의 ‘맥’이 되어 흘러간다.

소백산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만나는 첫 고개, 문경새재.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14년인 1414년에 개통된 관도 벼슬길로

영남지방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중 가장 대표적인 ‘조선시대 옛길’이다.

지금은 문경과 괴산, 충주를 연결하는 국도가 개통되어 교통로로서의 중요성은 사라졌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여정을 함께했던 ‘옛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살아 숨 쉰다.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이어진 6.5㎞, 문경새재 옛 이야기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갯길, 하늘재. 

하늘재 아랫자락에선 예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점토, 유약, 땔감이 풍부했다.

덕분에 문경은 조선 초기부터 도자 문화가 시작되어,

현재는 10개의 도요지가 있을 정도로 도자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8대째 도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영식 명장.  

작업실 앞에 있는 ‘문경 망댕이 사기요’는 현재 유일하게 보존된 망댕이 가마다.

그는 새로운 색을 도자기에 입힐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옛 색깔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버지,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비법을 전수받았기에 “전승의 맥을 잇기 위함”이라고 한다.

3대 째 ‘탁배기’를 만들어온 장인이 빨갛게 물들인 ‘오미자 막걸리’까지.

백두대간 고개 아래에 흐르는 문경의 옛 이야기를 만나러 떠난다.
제3부. 봄을 기다리며…. 황악산

영상보기 ->

 

백두대간 줄기는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 황악산(黃岳山)을 만나 다시 솟구친다.

황악산은 험준하고 높은 봉우리라는 뜻에서 큰 산 ‘악(岳)’자를 쓰고 있지만, 흙산이라 산세가 부드럽다.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고.

북쪽에 괘방령, 남쪽에 우두령이 있어 김천시와 영동군을 연결하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한반도의 남한을 동서남북으로 접으면 황악산이 정중앙에 놓인다.

그래서 대간길의 중심인 황악산에 도착하면, 많은 이들이 완주를 기원하곤 한다.

오랜만에 함께 모여 황악산 등반을 하는 김천 산악구조대 대원들.

정상에 도착한 그들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많은 대간꾼들의 

무사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올린다.

 

황악산 아랫자락, 두 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안골마을.

며칠 폭설이라도 내리면 겨울 내내 외부와 단절되는 오지마을로,

가끔 신문을 배달하는 우체부가 아니면 기별 오는 소리를 듣기 힘든 적막한 곳이다.

다행히 쌓인 눈이 녹아, 아랫마을인 삼거마을로 마실을 나가는 두 부부.

여전히 옷을 여며야 하는 추운 날씨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겨울.

“할마이, 이제 봄이 오는가 안 오는가…… 아, 이노무 겨울. 지겹네.”

안골마을의 두 어르신은 황악산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제4부. 장이 서는 고개, 육십령

영상보기 ->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를 가로 지르는 백두대간 고개, 육십령(六十嶺).

육십령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함양군과 전라북도 장수군이 나누어진다.

예부터 “산적이 많아 사람을 60명은 모아야 넘을 수 있다”고 해서 육십령이라고 불렀다고.

 

육십령 고개 아래, 장계엔 아침부터 소를 실은 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은 장계 우시장이 열리는 날. 장계 주변 지역의 소들은 이곳에 다 모였다.

예전엔 소몰이꾼과 소가 서로에게 기대며 험한 고개를 넘어 왔지만

트럭이 오가면서부터 소몰이꾼은 사라졌고, 지금은 우시장만 남아 그 시절을 기억한다.

 

새벽이 지나면 주변 지역에서 장계로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든다.

매달 끝자리 3, 8일에 장이 서는 장계시장. 설밑이라 명절을 준비하는 이들이 장을 찾았다.

지나가는 길엔 심심치 않게 경상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장계 옆 동네인 서상에서 육십령을 넘어 이곳까지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 때문.

도계에 있어 함양이나 거창으로 가지 않고, 많은 이들이 가까운 장계로 찾아온단다.

두 지역을 높게 갈라놓은 육십령이 오히려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한 셈이다.

제5부. 능선 따라 마을로

영상보기 ->

 

소백산에서부터 조령, 황악산, 육십령까지 걸어온 백두대간은 지리산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그 길에 네 명의 대간꾼들이 나섰다.

노치마을에서 출발하여 수정봉, 여원재, 고남산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여정.

우뚝 솟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이 여정은 가벼운 산행처럼 느껴지지만, 

험한 여정 사이에 찾아오는 이 능선들 덕분에 대간꾼들은 다시 힘을 내어 종주의 꿈을 펼칠 수 있단다.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에 자리 잡고 있는 노치마을.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나는 유일한 ‘마을’이다.

동쪽은 운봉읍 서쪽은 주천면에 위치해 있어 한 집안에서도 행정구역이 갈리는 곳으로,

“주천 부엌에서 밥을 지어 운봉 안방에서 밥을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1년에 이 마을을 지나가는 대간꾼들만 4000명이 넘어, 

마을에는 대간 길을 표시해놓은 리본이 동네 곳곳을 수놓는다.

 

노치샘에서 목을 축인 그들은 본격적으로 대간 산행을 이어간다.

이번 산행엔 노치마을에서부터 줄곧 그들을 따라온 ‘백두대간 견’이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는 준조한 대간 길도 좋지만,

대간 길을 걸으며 오랜 시간 쌓여온 백두대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더 즐겁다는 그들.

산 따라 마을도 이어지는 길, 백두대간의 마지막 여정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