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지가 은퇴 5년차 제2인생 재탄생시켜
이영관
공무원연금지 2000년 2월호가 은퇴 5년차 제2인생을 완전히 바꾸다니?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월간잡지 한 권이 연금수급권자의 인생 진로를 확 바꾸어 올바른 방향으로 확 돌려 놓았다. 바로 조선시대 남자를, 시대의 흐름을 아는 현대인으로 바꾸어 놓은 것. 여기서 조선시대 남자란 ‘부엌에는 여자만 들락거려야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은 남자'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가정교육이 남자가 부엌을 들락거리면 불알이 떨어진다는 어머니의 호령을 듣고 자랐다. 그 당시는 맞는 말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교육이었다.
부부교원인 우리 가정.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남편이 1인 3역하는 아내 일을 거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엄마, 주부, 직장인의 역할을 하였던 것. 필자는 교직에 있을 때는 물론 은퇴 후에도 부엌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저녁은 아내가 퇴근하여 차려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식사 해결할 생각은 아니하고 화부터 내었다. 은퇴 후에는 점심은 집에서 차려 먹지 않고 매식을 했다. 식사 한 끼 차려 먹을 줄도 모르고... 음식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공무원연금지 2000년 2월호(통권 428호) 바른 밥상 '시금치꼬막겉절이' 재료와 만드는 법을 보고 멋진 요리 솜씨에 가족 칭찬을 듣고 부엌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아내와 아들, 누님의 칭찬이 사람의 행동을 바꾼 것이다. 3월호에는 요리 후기 수필 ‘당신, 꼬막 다시 사와야겠네요?’가 게재되어 독자지인들의 칭찬까지 들었다. 나의 첫 요리가 시금치를 데쳐서 했는데 연금지에 나온대로 겉절이로 다시 도전한 것이다. 신춘문예 통과보다도 어렵다는 연금지 수필 게재다. 가족과 연금지가 요리에 자신감을 키워준 것이다.
해마다 12월에 내가 하는 ‘2000년 나의 10대 뉴스’에 당당 4위를 차지했다. 제목은 “다양한 김치 담그기에 도전, ‘도전은 즐겁다’ 실천!”이었다. 그해 2월 15일 꼬막 시금치 요리 이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00년 다이어리 기록을 살펴보니 나박김치 담그기(3.18), 겉절이 김치 담그기(3.22), 파김치 담그기(4.5), 열무김치 담그기(5.5), 알배기 김치 담그기(6.12), 허브 음료 만들기(7.3), 알타리 김치 담그기(7.4), 열무김치 담그기(8.2), 허브향 만들기(8.7), 허브요리 만들기(10.16) 등이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다. 그다음 해에도 나의 김치 담그기는 이어졌다. 어느 해인가 평균을 내보니 한해 20차례 김치를 담갔다. 아내 표정은 싱글벙글이다. 지금도 연금지가 도착하면 요리 부문을 관심 있게 본다.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긴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의 생활철학은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가 되었다.
지금 필자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내가 퇴근이 늦으면 저녁밥과 저녁 반찬을 해 놓는다. 혼자서 대형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이 익숙하다. 하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인터넷 검색하여 조리 방법을 익히고 혼자서 장을 본다. 그리고 반찬을 만든다. 포크댄스 강사로 제2인생 TV에 나온 적도 있다. 나는 보조주방장으로 누님은 보조의 보조주방장으로 출연하였다. 아직도 아내 요리 실력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 남자가 아니다. 배가 고프면, 식사 때가 되면 주방으로 가서 주부가 된다. 창피한 것이 아니다. 자랑스런 행동이다.
공무원연금지가 스승이다. 2021년 11월호 독자 투고 ‘카메라에 담다’에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강사가 되어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하는 나의 모습 사진이 게재되었다. 연금지에 소개된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재로 삼아 경로당 어르신들을 지도한 것이다. 연금지 덕을 보았다. 퇴직자나 예비퇴직자를 만나면 연금지 구독을 권하고 있다. 월 1천원 투자하면 얻는 것이 많다고 경험담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높은 연금지다. 2016년 2월 퇴직했는데 지금까지 8년치 연금지를 책꽂이에 순서대로 꼽아 놓고 있다. 시간이 나면 수시로 꺼내어 읽고 있다. 연금지가 정말 고맙다.
(이영관 연락처 010 7139 7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