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소설집
글 정리 김광한
책소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단편집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제1권 《본격추리》 제1권. 총 51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치쿠마쇼보의 3권짜리 단편집이다. 1권과 2권에는 '본격추리', 3권에는 '기괴환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제1권에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을 포함한 22편의 단편을 수록하였다. 작품의 원본으로는 에도가와 란포 자신이 교정을 본 도원사판 《에도가와 란포 전집》 18권이 사용되었다. 이 전집에 실렸던 에도가와 란포의 후기를 이번 작품집에도 수록하여, 후기를 통해 그의 인간관계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 등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기괴하고 환상적이며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한, 정통추리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일본 미스터리의 원형을 만들었다. 일본 추리소설의 여명기에는 뛰어난 단편들을 발표하였고, 이후에는 추리소설의 보급과 비평에 힘을 쏟았다.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상은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았다.
에도가와 란포 소설가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계의 거장.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운다.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郞이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을 평생 사용하였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후 서점 경영과 잡지 출간에 실패한 뒤에 1923년 신청년에 〈2전짜리 동전〉을 발표하며 추리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여명기에 눈부신 걸작 단편들을 여럿 발표하여 유명해졌지만 한때 붓을 꺽고 방랑하기도 하고 반전 혐의로 검열에 걸려 전면삭제를 당하기도 했다. 전후에는 일본탐정작가클럽을 창설하고 잡지를 발간하며 강연과 좌담회를 개최하는 등 추리소설의 발전과 보급에 큰 공헌을 했다. 1955년 그의 환갑을 맞아 탄생한 에도가와 란포상은 지금까지도 일본의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며, 추리작가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수상작은 고단샤講談社가 출판하고, 38회부터는 후지TV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저자 후기
책 속으로
옛날 명판관이나 명탐정으로 소문났던 사람들은 심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부터 오직 그들의 재능만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심리학적인 방법을 사용했지요. 소설 중에서 찾자면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의 앞부분에, 뒤팽이 친구의 몸짓 하나를 보고 속마음을 알아맞히는 부분이 나오잖아요. 코난 도일도 그를 흉내 내어 〈입원환자〉라는 작품에서 셜록 홈스에게 비슷한 추리를 하게 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일종의 연상검사지요. 심리학자가 쓰는 갖가지 기계적인 방법은 그저 이런 타고난 통찰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수단일 뿐이에요. - 150p
“인간이란 무언가를 찾을 때 될 수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 장소, 그러니까 방의 구석구석이라든가 물건 뒤쪽 따위에만 정신이 팔려서 코앞에 빤히 보이는 커다란 물건 따위는 놓치는 경우가 있어. 재미있는 심리지. 그러니까 정말 멋지게 숨기려면, 때에 따라서는 가장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 노출시켜 두는 거야.” -476p
“어떻습니까. 못 당하겠지요? 가위 바위 보도 무시할 게 아닙니다. 이 놀이에는 무한한 깊이가 있어요. 원리는 아마 수리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중략- 이런 식으로 늘 적보다 한 단계 깊이 생각해 나가기만 하면 반드시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위 바위 보뿐이 아니라 온갖 인간사의 갈등에 적용할 수 있지요. 상대보다 한 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언제나 승리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범죄도 그렇지 않을까요? 범인과 탐정은 늘 이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534p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에도가와 란포가 사인을 할 때 써주었다는 유명한 문구다.
이 문구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의 글에는
기괴하고 환상적이며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에도가와 란포가 태어난 해가 1894년이고 첫 단편이 발표된 때는 1923년이니
초기 단편들은 벌써 80년도 더 된 것들이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다양한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이 재미있고 발상과 문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들여다보면 란포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소설이 만화, 게임, 드라마, 연극, 영화 등으로 수없이 작품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국내에 정식으로 번역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원류인 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전집은 대략 이삽십 권 정도의 분량이어서 모두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선택하여 펴내게 된 것이 치쿠마쇼보筑摩書房의 3권짜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이다.
이 시리즈는 미스터리 비평가이며 프리랜서 편집자인 쿠사카 산조日下三藏의 기획으로
3권에 총 51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1권과 2권은 ‘본격추리’, 3권은 ‘기괴환상’으로 구성)
1권에는 란포의 대표작을 포함하여 22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1권 22편, 2권 7편, 3권 22편)
작품의 원본으로는 에도가와 란포 자신이 교정을 한
도원사桃源社판 《에도가와 란포 전집》 18권이 사용되었다.
도원사판 전집의 각권 후기에는 란포가 직접 작성한 후기가 첨부되어 있는데
치쿠마쇼보의 전단편집에도 그 내용이 실렸다.
그 덕분에 이 책에도 란포의 후기가 이 책에도 포함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란포의 후기를 읽어보면
그의 인간관계라든가 당시의 사회 분위기 등을 알 게 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자기비판적인 내용이나 본격추리에 대한 세간의 좋지 않은 평가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활동을 시작한 때는 일본의 추리소설이 걸음마를 시작한 초창기였다.
80년이 넘은 그 옛날에 이런 정도의 논리적인 퍼즐을 독창적인 이야기에 담아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란포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독특함이 느껴진다는 건
확실히 에도가와 란포만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