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결혼한 직장인 유모(30)씨는 300만원을 들여 신혼집에 둘 거실장을 샀다. 부담스러운 가격대였지만 가구는 오래 사용하는 데다 매일 눈에 보이는 품목인 만큼 원하는 제품을 사기로 했다.
유씨는 “부부가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함께 지내는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때마다 만족감이 크다”며 “오래 쓰는 가구는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엔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리빙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고가 제품 수요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비싸더라도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가심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씨처럼 가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신혼부부들이 프리미엄 리빙 시장을 이끌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의 지난해 ‘프리미엄 리빙 전문관’ 입점 브랜드 매출은 2021년보다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책상 등 프리미엄 사무용 가구의 매출은 150%나 늘었다. 고가 침대와 침구 매출 역시 크게 늘어 각각 60%, 18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도 고급 리빙 분야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월 프리미엄 리빙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5%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선 지난 1월부터 3월 26일까지 조명 카테고리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었다. 에스아이빌리지는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고가 조명을 판매하고 있다. 영국의 조명 브랜드인 ‘앵글포이즈’는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275% 성장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떼미데’는 같은 기간 매출이 2100%나 뛰었다.
반면 중저가 가구 시장은 침체 분위기다.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69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떨어진 수치다. 현대리바트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370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0.4% 증가했지만, 순손실이 6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엔데믹까지 겹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리빙 시장은 하락세인데 유독 고가 제품만 잘 팔리고 있다”며 “특정 품목에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프리미엄 트렌드가 인테리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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