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옥상 텃밭이에요. 아랫집 아주머니와 함께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아주머니를 옥상에서 직접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매일 아주머니 가꾸시는 상자텃밭 흙을 보면 물을 주시는 손길이 느껴져요.
어쩌다 옥상이 아닌 곳에서 아주머니를 마주치면 텃밭 얘기를 나누는데, 걱정도 해주시고 (왜 풀들을 전부 안뽑고 기르고 있는지...아 이렇게 적고 생각해보니 마음이 쓰이시겠네요), 비가 올 때면 제 상자에 있는 생명들도 함께 걱정해주시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주머니가 곱게 가꾸시는 텃밭을 보며, 저도 (잘되지는 않지만) 눈으로도 보기 좋게 가꾸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켜 주시는 고마운 텃밭 동무이십니다. (아, 그리고, 얼룩토마토의 지주를 하나 세워주셨습니다!)
매일 아침수련을 마치자마자 물을 주고 인사합니다. 어느 때는 밤에 주기도 해요.
아욱, 들깨, 담배상추, 근대, 너부내상추, 칠성초, 완두콩, 쇠뿔가지, 얼룩토마토, 절로난 비름, 쇠비름, 채송화 등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봄 새싹 모습입니다. 매년 싹이 나는 순서가 비슷해요. 아욱이 가장 먼저 나네요. 담배상추는 2년 묵은 씨인데도 발아율이 좋다고 매년 생각해요.
이렇게 아기자기 했던 생명들이 요즘은 이런 모습입니다.
저는 매년, 나와준 싹들을 솎아 먹는게 아까워, 조금이라도 자리가 난다 싶으면 옮겨심게 되어요.
올해는 담배상추를 틈새틈새 옮겨주었는데, 해가 잘 들지 않아도 크게 잘 자라는 느낌입니다.
요새는 한 주에 이틀 정도는 잎남새 한바구니 먹을 수 있어요.
열매남새들의 자람새는 이렇습니다.
올해는 토마토 순지르기를 놓치지 않고 잘 해주고 있어요. ^-^ 쉽게 자주 가볼 수 있는 옥상텃밭의 장점인 듯 합니다.
순지르기를 잘해주니 아직까지는 지주대가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22년 겨울에 집에서 나온 부산물을 3개월쯤 모아서 거름을 만들어보았거든요. 작년 여름, 부산물에서 냄새가 나고 벌레가 꼬이고 마당없는 도시에서 만들려니 어려움이 있었는데, 옥상의 장점과 몇가지 지혜를 동원해 1년만에 무사히 거름이 되었습니다. ^-^
매년 하늘땅살이하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집, 욕심이 있고, 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가는지 지켜보며 저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어요.
거름 통만 스티로폼 박스로 4박스가 나와서 텃밭상자가 많이 늘어났어요.
제가 이 지렁이들을 보고 무슨 마음이 들지 아실까요.
저는 별로 해준 것도 없으면서, 그 부산물로 먹고 자라는 지렁이에게 고마운 마음, 자랑스러운 마음, 뿌듯한 마음, 가득 선물 받아요.
나무들에 어떻게 잎이 자라는지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올해에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길을 가다가 무슨 공 같은게 매달려있어서 보니 어린 잎 뭉치였고, 그 뭉치가 나무 곳곳에 있더라고요.
(이 나무는) 이렇게 공 모양으로 잎을 모아서 내다가 조금씩 펼치는 것 같아요.
올해 씨앗 나눔 받으며,
올해 놓인 일들로 바쁘고 분주할게 예상되지만, 바쁘지 않게 분주하지 않게 생명들 정성껏 만나고 싶다고 다짐했었어요.
다짐 앞에 지난 봄 여름 돌아보니 저는 숨막히게 정신 못 차리는 나날들로 보냈고,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옥상에 올라온 순간마다,
제가 일상에서 갖고 발견하기 어려워하는 여유들과 행복들을
이 생명들이 눈앞에 가져와 보여주었고 날마다 기쁜 마음을 선물받았구나 돌아보아요.
상자텃밭은 흙의 양에 한계가 있어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에도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더 자주 옥상에 올라가 흙과 생명들의 수분상태를 확인해주는데,
그런 상황이기에 더 자주 생명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제게는 더 고마운 상황이구나 깨닫습니다.
씨앗 받은 생명에 대해 책임지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선물인데,
제 마음이 혼자서는 줄곧 찾아내지 못했던 평화와 여유를 이 생명들이 가득히 주고 제 마음을 살리고 있는 것 지켜보며
우리가 정말 함께 생명을 이루고 있구나, 온생명이라는 그 말이 이렇게 맞구나 깨닫습니다.
첫댓글 처음에 아무것도 없었던 빈 옥상이었는데 지금은 생명의 기운이 알록달록 솟아나는 따뜻하고 정겨운 옥상이 되었네^^
글과 사진 보면서 온생명 기운 함께 느끼고 힘 받습니다.^^
옥상텃밭으로 연결되는 관계도 재밌네요 ^ ^
생명들 돌보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니, 그 자체로 서로 살리고 있구나, 마음 느껴요
배움 가득, 반짝이는 쉼+ 평화 가득한 작은 천국이네요. 함께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