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어스름이 질 때,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집이 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창에 불을 밝히고 천천히 마당으로 나와 집을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풍경 속 그리운 집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 강화 주택은 작은 집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진 건축가와 강화도를 고향으로 둔 건축주의 애향심이 만들어낸 집이다.
강화도는 서울 사람들에겐 친근한 섬이다. 이미 주말주택이나 펜션으로 포화 상태지만, 아직도 곳곳에 남은 섬마을의 정취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린다. 건축주는 강화를 고향으로 가진 운 좋은 사람이다. 부부 둘 다 손재주가 좋아 데크나 가구 등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며, 주택 생활을 오래 해 왔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새 집을 구상할 때 큰 우려나 두려움은 없었다. 단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으로 주변 숲과 길, 수풀 등과 어울리는 소박한 집이면 족하다 생각했다.
설계를 맡은 홍진희 건축가는 “강화라는 지역의 특성과도 같이, 집을 여행길이라 생각하며 디자인했다. 레벨을 따라 이동하면서 높이가 다른 각각의 공간을 통해 깊고 다양한 내부 풍경을 내려다보고 혹은 올려다보는, 집으로의 작은 여행길을 꿈꿨다”고 설계 배경을 밝혔다. 너른 땅에 키 큰 집이 완성되고 나자, 이웃 어르신은 직접 돌을 옮겨다 며칠 만에 뚝딱 돌담을 쌓아 놓고 갔다. 집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낮은 돌담은 섬마을 특유의 정취와, 이웃간의 끈끈한 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건축물의 단면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함
30평을 겨우 넘는 크지 않은 집이지만, 실내는 숨바꼭질을 하듯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다. 1층은 주방과 거실이 오픈되어 있지만 부부의 침실은 미닫이문 뒤로 숨겨져 있다. 2층은 복도식으로 구성한 서재와 자녀방, 그 위 계단을 타고 오르면 2개의 다락방이 존재한다. 한 공간은 마치 촬영 세트장처럼 열려 있고, 나머지 한 공간은 좁은 개구부만 둔 채, 비밀스럽게 자리한다. 이처럼 복잡한 단면과는 반대로, 바탕은 최대한 심플하게 마감했다. 돌출되지 않은 몰딩과 걸레받이, 조명과 콘센트의 배치 등에 신경 써 최대한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성했다. 건축가의 의도대로, 수채화처럼 투명한 바탕 공간이 집의 드라마틱한 단면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왕겨훈탄으로 만든 생태단열재 적용
1 거실과 연결된 데크와 창고로 오르는 나무계단
2 집은 입면에 따라 매우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구조재는 나무를 사용하고, 내외부 는 유기성 화학물질이 발생되지 않는 천연재료를 주요 마감재로 적용했다. 가구는 자작나무, 볏짚보드와 같은 친환경 자재를 택해 휘발성 유기화학물이 전혀 없는 집으로 완성했다. 특히 단열재로는 전혀 새로운 소재인 왕겨훈탄을 택했다. 왕겨를 태워 숯으로 만든 후, 목구조와 함께 패널로 만든 것으로 건강한 거주 환경을 만들고, 냉난방비를 절약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가진다.
왕겨숯 단열벽체를 개발한 G.I.P측은 “왕겨숯은 실내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줄 뿐만 아니라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방출하고 소음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벌레 및 해충을 제거하는 방충기능이 뛰어나며, 숯과 같은 무기질 재료로 썩지 않는다”고 기능을 설명했다.
“주문하지 않은 집, 오히려 더 좋아요”
강화에서 주택살이 경험이 있던 부부는, 새 집을 지으면서 오히려 건축가에게 요구사항을 더 줄였다고 한다.
“휑한 땅에 건축가의 소신을 마음껏 펼쳐보라 주문했어요. 저희는 건축할 때 가끔 들렀다가 끝나고 난 뒤, 데크 공사나 정원 등만 몇가지 손보고 있어요”
아름다운 집이 있으면, 거기 맞춰서 살면 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부부. 건축가는 이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단독주택에 가진 자신의 철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다. 이들은 집 옆으로 작은 펜션 두 동을 한창 설계 중이다.
강화의 정취를 듬뿍 담은 돌담과 너른 데크 풍경
시공비 내역서(구분/ 비용[단위: 원])
기초공사 6,500,000
구조공사 32,000,000
외장공사 18,000,000
지붕공사 6,500,000
내장공사 25,000,000
욕실공사 4,000,000
창호공사 7,000,000
도어공사 3,000,000
설비공사 8,000,000
전기공사 8,000,000
단열재 4,000,000
현장경비 및 기타공사비 9,000,000
데크ㆍ대문ㆍ휀스공사 5,000,000(건축주 직영)
₩ 136,000,000
지붕 밑에 숨은 비밀의 공간
침실도, 거실도, 서재도 아닌 의문의 공간. 건축가는 어린 시절을 돌이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비밀 공간을 집 어딘가에 두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다락방. 이 다락방은 창을 통해 주변의 집 그리고 숲과 마을을 내려다보며 자신만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와 같다. 실제로 이 공간은 안주인이 공작이나 다도를 하는 데 긴 시간을 보낼 만큼, 애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POINT 1] 서재가 보이는 탁트인 거실
1. 비밀의 다락방으로 향하는 복도 2. 효율적으로 구성된 아일랜드형 주방 3. 미닫이문으로 주방 곁에 숨어있는 침실 4. 풍경이 보이는 낮은 창이 있는 아들방
20평이 조금 넘는 바닥 면적이기에, 층고를 되도록 높여 개방감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도 고려해야 했기에 반층 정도 높이로 올려잡고, 복도형 서재로 오픈형 난간을 설치했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안주인은 난간과 계단 등에 넝쿨식물을 늘어뜨려 실내에 싱그러운 기분을 선사하고 있다.
[POINT 2] 낮은 데크와 미완성 공방
낮은 데크와 미완성 공방 건축주 부부가 직접 만든 너른 데크. 계단이 필요 없이 낮게 제작된 데크는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원래 있던 나무를 옮기지 않기 위해, 데크에 구멍을 낸 부분에서 부부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다. 아직 문을 달지 못한 작은 공방과 나무 그루터기를 활용한 긴 테이블이 어우러져 있다.
[POINT 3] 꿈꾸는 소녀의 다락방
꿈꾸는 소녀의 다락방 안주인이 직접 만든 가구와 화장대가 놓여 있는 열린 다락방. 계단과 난간이 있는 복도를 통해야 닿을 수 있는 이 공간은 천창을 내어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있다.
[POINT 4] 인슐레이션 대신 왕겨훈탄
인슐레이션 대신 왕겨훈탄 왕겨를 태워 숯으로 만든 후, 목구조의 단열재로 사용했다. 이곳에서 최초로 시공된 자재인 왕겨훈탄은 무기질로 썩지 않고, 습기 조절 능력과 탈취 효과를 가지고 있어 현재 주택 시공 현장에 조금씩 보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