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뒤에 보니 모르는 6등급들이 조용히 나 즐찾하길래 꺼림직해서 싹 지웠는데 그러지 말걸 싶다.
“거기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카피다.” 게리 힐이 한 말이야.
뉴진스의 레퍼런스 시비들, 아일릿의 콘셉트 유사성 문제에서 기본 전제로 깔아야 할 두 가지가 있는데
1. 오늘날 예술에서 레퍼런스라는 이름의 모방은 이제 불가분한 요소. 기존의 자기 것들을 답습하고 반복하면서도 시대의 부름에 맞게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냐의 문제. 난 영화 좋아해서 특히 고전영화 팔수록 이걸 충격적으로 깨닫는데 ex) 라라랜드-쉘부르의 우산 / 바빌론-사랑은 비를 타고 / 헤어질 결심-현기증, 이창 / 캐롤-밀회 등등... 쩌는 건 진작 다 나왔었구나 싶은..
이미지의 재전유화에서 K팝씬은 말할 것도 없어. 티저, 매거진 화보, 뮤비들이 많은 레퍼런스에 기생하고 있는 게 당연해. (깊은 고민 없이 너도 나도 빌보드에서 힙한 팝컬쳐 가져와서 곡 장르 베껴내는 게 사실 더 문제임. 당장 도자캣 들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여돌이 둘 이상)
2. 위의 전제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유는, 그럼에도 우리가 그 이미지들이 불러들이는 심상과 텍스트들을 기꺼이 사랑하기 때문이야. 민희진이 잘한 건 이 부분.
뉴진스가 긴 생머리로 등장했을 때, 예술업계 종사자거나 하위문화들 좀 파본 사람들은 '이게 다시 돌아오는구나'라는 반응이었어. 90-00년대 1세대 여돌을 떠올리고, 스피드를 추억하곤 했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걸 독창적으로 해내서가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재조합하고 기호에 맞게 K팝씬 안으로 끌어들여 뉴진스를 '브랜딩' 한 거. 우리 안의 향수와 자각하지 못하던 갈증을 퍼올리는 거. 이 부분이 민희진의 번득이는 시도이자 능력이지.
욕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영화 내용 하나하나를 세부적으로 끌어와 키워드만 대조해놓곤 욕하기 시작해.
이 영화는 마약, 미성년 매춘을 다루고 있지만 실화 기반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마약 근처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한 날것류로 드러내. 애초에 아름다움으로 덮어씌워 중독을 방조하고 옹호하는 영화가 아냐.
뉴진스 애들 미성년자인데 이런 영화를 참조했다면서, 페도필리아 코드 유구하다면서 의심 없이 까는 거야.
정작 다수의 사람들이 레퍼런스로 먼저 거론하곤 했던 <무스탕: 랄리의 여름>은 어떨까?
이 영화는 가부장제와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내에서 여자애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선택을 담은 영화야.
명백한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지.
그러나 그 누구도 엇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어텐션 뮤비에서 페미니즘을 읽어내진 않아.
왜냐? 애초에 레퍼런스라 추측되는 영화의 메시지들을 담아내지 않았으니까.
이미지 표면의 무드라는 베일을 얹어냈을 뿐이니까.
전부 의도적인 오독이었으니까.
이제 그럼에도 끝까지 흠집잡고 싶어하는 사람들, 지금도 민희진 뉴진스로 검색해서 글들을 찾아 읽고 현재 기류가 마음에 들지 않을 사람들을
여혐러라고 칭해볼게.
이 여혐러들한텐 기쁠 소식이 있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거야.
민희진은 기자회견에서 논외의 꽤나 중요한 난제들(무분별한 앨범 판매와 포카 상업화, 하이브 멀티레이블 경영의 문제점과 대안)을 언급했어.
그럼에도 트위터에선 소위 '미친 여자' 유머 코드로 민희진의 격앙된 모습을 밈화시켜 즐기기 바쁘고
이수만이 어떻게 다뤘던 거냐, 안정형이다 등등
주체성을 다시 남자에게 쥐여주고 그를 우상화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지.
정작 발전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산업 구조에 대한 지적들은 크게 비춰지거나 토론의 장까지 열리진 않아.
인터폴 수배까지 당했던 남성 대표는 여돌 앞머리만 손 봐줘도 감 안 잃었다 안 죽었다 쉽게 경탄받고,
그에 웃으며 동조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가면서
기자회견 있기 전까지 논란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커리어를 되새겨보고 냉철한 뚱댓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본인의 야박한 젠더관을 의심해보길 바라.
여자가 중요한 얘기, 특히 그게 기존의 선입견을 뒤흔들고 진실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갑자기 작은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민희진은 감정적인 말투와 옷차림을 지적받고 있을 거야.
그럼 이제 여혐러들이 선택하는 건 뭘까?
바로 자기합리화와 냉소야.
실제로 민희진 기자회견이 끝나고 판세가 뒤바뀌자 우수수 올라오기 시작한 게 '여론이 왔다갔다 하니 우습다'는 논지의 글이더라. 갑자기 이 사태에서 한 발 물러나서 모든 걸 관망하고, 싸잡아 전부 우매하다 매도하기를 택하는 거야. (진짜 어리둥절해서 이런 글을 쓰는 여시들도 있다는 거 앎. 문맥 사이에 남은 앙금이 달라.)
냉소는 가장 안전하고 쉬운 선택이야. 냉소는 보통 해도 살만한 사람들이 하지. 내가 자주 되새기는 말이 있어. 양귀자의 <모순>에 나오는 문장인데,
“그건 옳지 못한 거야,라는 주리의 관용구. 주리는 바로 그 관용구 밑에 숨어서 더 이상은 세상 속으로 나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여혐러들은 모르겠지만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이 평면적인 이분법의 사고는 그들이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 같은 여시들을 비판할 때도 느껴져.
타인을 조소하려 동원하는 언어가 때로는, 내가 가진 세계에 대한 인식과 그 한계를 내보이기도 하거든.
도태된 백수같다, 사회성 떨어져 보인다, 사회생활 안 해봤는 거친 비난들을 보고 있자면
아, 이 사람은 이걸 흠결로 생각하는구나. 공격이 될만한(받을 만한) 약점으로 스스로 여기는구나. 개개인의 직업 유보 상태와 그 안에 따른 이해관계 등을 풍성하게 이해할 만한 경험도, 환경도 없었구나가 읽히지.
같은 커뮤라고 하기 쪽팔리다 등의 반응도 마찬가지. 애초에 커뮤는 내 사회적 계층, 계급, 물리적 조건, 에이지즘 등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곳이잖아. 그 안에서 옳고 틀린 편을 정해 서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끌어모아 내면과 판단의 균형을 맞춰볼 수 있는 곳.
그런데 이 사람은 커뮤랑 자신을 동질화 하면서도 이견은 들어볼 유연함은 없구나, 이런 걸 얼핏 느끼게 되지.
듣는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고 어리숙하지 않거든. 우리는 서로의 복잡함을 빠르게 간파할 줄 알아.
요즘 쉽게 휩쓸리는 여시에 현타온다는 글들을 많이 봐서 생각 정리해본다는 게 글이 길어졌네.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야.
흔히 익숙한 취사 선택들을 꾸려 나라는 사람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예기치 않게 '나'를 깊이 만드는 건 나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 내게서 나올 수 없는 생각들이기도 해.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외면하지 말고 사랑해봐. 나도 그럴게.
다른 분야지만 창작하는 입장에서 정말 좋은 글이다 잘 읽었어 여시!!고마워!
좋은 글 고마워
맞아
의도적인 오독이라는 말 와닿는다
너무 공감된다 글 되게 잘썼다
레퍼없는 창작 없고 어디에서 따온건지 모를정도로 기획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창작해본사람만 알듯. 민희진 기획력 대단하다 생각. 사회성, 백수 운운도 그렇고 자기 입맛에 맞게 사람들 후려치고 사회 납작하게 보려는 사람들 너무 못되쳐먹음..
여시야 글을 어케 이렇게 잘쓰는지..?
노하우 알려주라.
너무 멋진 글이고 일목요연해.
그리고 분석력 논문급이여.
글실력 . 분석력. 온도 . 습도 개쩔어.
살아온 노하우 돈주고살게요. 알려주세요.
흔히 익숙한 취사 선택들을 꾸려 나라는 사람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예기치 않게 '나'를 깊이 만드는 건 나라면 하지 않았을 말들, 내게서 나올 수 없는 생각들이기도 해.
이 문장 멋지다ㅠ 엄청 와닿음...나도 항상 나와는 다른 상대를 동경해온 입장으로서 이 문장이 정말 공감된다
글 너무 잘 읽었어!! 나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네
세상 자체가 여혐 세상이구나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네
글 써줘서 고마워 내가 더 얹을 말이 없네 데탑모드로 추천 박고 왔어요,,
와 글 너무 잘 썼다 잘 읽었어 생각이 많아지네ㅠ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글을 써줘서 너무 좋아
인터폴 수배까지 당했던 남성 대표는 여돌 앞머리만 손 봐줘도 감 안 잃었다 안 죽었다 쉽게 경탄받고,
그에 웃으며 동조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가면서
기자회견 있기 전까지 논란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커리어를 되새겨보고 냉철한 뚱댓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본인의 야박한 젠더관을 의심해보길 바라.
이부분 전혀 생각 못하고 있던건데 대박이다..... 반성하고감
인터폴 수배까지 당했던 남성 대표는 여돌 앞머리만 손 봐줘도 감 안 잃었다 안 죽었다 쉽게 경탄받고,
그에 웃으며 동조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가면서
기자회견 있기 전까지 논란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커리어를 되새겨보고 냉철한 뚱댓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 본인의 야박한 젠더관을 의심해보길 바라
여기 진짜 대공감이다
좋은 글
ㄹㅇ 여자가 중요한이야기 할땐 말투 표정 옷차림 생김새 전부 검열받아야됨.
이거 절대 지우지 말아 줘
주체성을 항상 남성에게 쥐어주는....
멋진 글이다
너무 좋은 글이다
진짜 글 너무 좋다
완전 공감... 좋은글 고마워!
공지감.. 감탄과존경을보냄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외면하지 말고 사랑해봐. 나도 그럴게.
이 문장에 왜 왈칵하는지ㅎㅎ 요새 너무 이분법적인 세상에 지친것같네 글 정말 고마워.
글 고마워!!!!
좋은 글이야
좋은 글 고마워ㅠㅠㅠㅠ!!
내가 너무 갈증을 느꼈던 글이야 잘 봤어 고마워!!
좋은글 ㅠㅠ고마워여시ㅜㅜ
와…
너무 성숙하고 멋지다 ㅠㅠ 진짜 절망스럽다가도 여시같은 사람들이 있다는게 한줄기 빛같아...
북마크해놓고 읽길 잘했다.. 내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게 해준 글 써줘서 고마워
이글의 통찰력과 필력에 박수를
이 여시의 깊은 문장력과 통찰 단어구성에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 글이 너무 좋아서 곱씹으며 천천히 읽었어
좋은 글이다
너무 멋진 글...! 고마워
글 고마워
글 진짜 잘 쓴다.. 깊이감에 감탄했어
속 시원해
ㅋㅋ모르는6등급들이 조용히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