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 단계가 `경계`에서 `관심`으로 재조정된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계절에 유행하던 유행성 독감(인풀루엔자)처럼 인식될 즈음에 접어든 셈이다. 코로나19에 걸리는 순간,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마치 준법 사항처럼 필수적이었던 시기가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긴박했던 시절에 비하면 죽는 병은 아니라고 안심하는 정도일 뿐이다.감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닫힌 공간에 2인 이상 앉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비를 넘기면서 학교나 문화예술, 직장,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하루 통계조차도 찾아보지 않을 만큼 코로나와 멀리 떨어진 것 같다. 서울에 일이 있어서 광역버스를 타는 일이 잦은데 일주일 전과 더 확연하게 다르다.
출근 시간대에는 젊은 층과 직장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마스크를 쓴 사람은 광역버스 안에 딱 두 세명 정도였다. 낮에는 또 다르다. 점심 약속 등으로 나가는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인데 절반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 집에도 청년이 둘 있는데 30대 초반인 아들은 코로나 예방주사 접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렇듯 코로나 감염에 대해서 연령별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한 가정에서도 확연하다. 지금 지하철을 타면 청년들은 대부분 마스크가 해제되어 있는 편이다. 코로나가 최고조일 때 선물(?)로 들어온 마스크가 이웃에 나눔을 하고도 거의 이백 장 가량이 남아있다. 그 무렵에는 서로 마스크 선물하는 게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아직도 나는 나를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면 마스크를 애정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라 마스크를 안 쓰고 싶지만 햇볕차단용으로 요긴하기도 하다.
아직도 무심하게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를 길바닥에서 자주 만난다. 2020년 겨울에 위중할 때에는 마스크를 아무데나 버릴 수 없었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서 소각 처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세먼지와 독감에 사용하던 일회용 마스크가 전 세계적으로 필수품이 되면서 발생한 올바른 폐기 방법을 모르기도 하고 무심결에 흘리거나 함부로 버려지는 마스크 때문에 생태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환경에 중대한 폐해를 입히고 있는 마스크에 대하여 환경매체에서 그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무심히 버리고 있다. 길에 떨어진 마스크를 집어서 처리하기가 곤란해서 지나치곤 했지만 그런 것들이 그저 무심히 버려져서 공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고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과 자연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자연에 다량으로 버려진 것들이 새들에게 치명적인 올가미나 덫이 되고, 심지어 해양 생태계에서도 작은 동물들이 큰 해를 입는다고 한다. 마스크 속의 플라스틱 성분이 생물의 본질적인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야생의 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해서 삼켜버려서 질식하거나 사체에서 발견된 마스크 때문에 한참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함부로 버린 마스크로 인한 환경 파괴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먼 바다의 고래나 펭귄까지도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
현재 코로나가 변이되었고 잠정적이지만 죽음을 겁박하던 공포의 감염병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아주 사소하지만 실천하는 방법 하나를 다시 거듭 제안해 본다.
마스크를 사용한 후에 잘 버리는 방법은 조금 번거롭지만 마스크 줄을 자르고 마스크 콧등 부분에 들어간 철심을 가위질해서 꺼내서 버리면 환경과 생태계에 미약하나마 일조를 하는 셈이 된다. 요즘은 일회용 마스크보다 세척할 수 있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중인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은 일회용 마스크 사용 후 끈과 철심을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과 이웃, 그리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아끼는 방식이기도 하다.
2002년 계간《주변인과 詩》(현 포엠포엠)로 작품 활동. 현재 계간《p.s.》편집부주간, 계간《문학과 사람》편집위원
시집 『혼자 노는 숲』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외 공저 다수 이메일: ranigy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