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빙하 겁나게 녹고있다;해안선 연평균 50m씩 5년째 뒷걸음질 |
발행일 : 2005-04-23 A15 [국제]
기자/기고자 : 전병근 |
|
|
남극의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고 있다. 남극 반도의 해안을 이루고 있는 빙산 244개 중 212개(87%)가 지난 50년간 급속도로 녹아 축소되면서 해안선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과 영국 합동조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빙하의 해빙(解氷) 정도를 보여주는 포괄적인 연구로는 첫 사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구진이 추적한 것은 남극 반도에서 바다로 이어진 해안 빙하 244개. 1940~2001년에 찍은 이 지역 항공사진 2000여장과 1960년대부터 촬영한 위성사진 100여장을 갖고 해안의 지형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212개의 빙하가 평균 1953년을 기점으로 볼 때 녹아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가 불어난 빙하도 32개가 있었지만 그 규모는 전체적인 해빙 규모에 비해 작았고 범위도 불분명했다.
특히 해빙의 정도는 지난 5년간 극심해 연 평균 50m씩 해안선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남극조사단(BAS)의 데이비드 본 박사는 “빙하들이 계속해서 바다에서 멀어지면 평평하던 반도가 알프스 산맥처럼 날카롭게 보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해빙의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우선 꼽힌다. 그러나 이곳 기온상승 정도가 지구온난화를 감안한 규모보다 빠른 것으로 볼 때 상황은 좀더 복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평균 기온이 50년 만에 섭씨 2도 가까이 오르는 등 기온상승폭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 기온상승폭보다 높은 점을 두고, 연구진은 남극 해류와 해수 온도 변화 등 이 지역의 환경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빙으로 인한 최대 우려는 해수면 상승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해수면은 10~20cm 상승했으며 앞으로 1m까지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내용이 해수면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 본 박사는 “해빙의 추세가 남극의 다른 곳까지 확대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며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지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퍼즐의 한 조각”이라고 말했다.
전병근기자 (블로그)bkjeon.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