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를 보러갔다
대학로 이음아트홀이다
오랫만에 혜화역을 가는구나
즐거운 생일축하를 생각하니 기분이 들썩거렸다
상냥한 안내에 따라 좌석에 앉았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심리상담전화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남자가 오늘의 연극
생일파티의 주인공이다
집에만 있으면서 전화로 세상 일부분의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있는 주인공
장애인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주인공을 통해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일상이
리얼하게 스쳐지나간다
무엇을 강요한다거나 호소한다거나
하는 것 없이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조용한 것의 커다란 힘을 느꼈다
우리의 그 수많은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가 그들을 사각의 방으로 몰아 넣었을까
보는 사람들의 몫이리라
주인공의 집에서 펼쳐지는 우연과 우연의 겹침,
밀란쿤데라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우연이 세개가
겹치는 상황을 사랑의 운명이라고 했다
세번의 우연을 거쳐 주인공이 집을 털러온
여자 도둑과 연결되고
한강에서 투신하려던 여성, 여성을 데리고온
경찰과 주인공의 어머니, 이 모든 사람들이
우연한 필연으로 모여
집안에서 혼자만 있어야 했던
우리의 주인공과 생일파티를 한다
촛불을 켜고 프랭카드를 걸고 박수를 친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관객과 연극인이 하나가 되었다
오래도록 박수가 이어졌다
나는 박수를 함께치며 눈물이 흘렀다
(오랫동안 장애인 동생을 돌봐오다 보낸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었으리라)
누군들 일생이 매일 행복할 수 있으랴마는
그러나 장애인들의 하루가 삼분의 일이라도
저렇게 행복 할 수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라며
문을 밀고 나왔다
밖은 겨울, 추웠다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은 따뜻했고 어둠이 내리는
풍경들은 낮선 세상 같았다
*중증장애인 극단 휠의 20주년 공연을 축하드립니다
모든 연기자가 너무도 휼륭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들의 무대에서 역동하는 에너지와 폭발하는
배우로서의 재능은 한순간에 피어나는 능선의
꽃무리보다 아름답고 믿음직스럽지 아니한가
장애를 가진이들을 향한 비장애인들의 책임감이
부과되지 않는 동정심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가
장애인이라는 이름에 속한 편견을 사라지게 하는
아름다운 연극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뚝서서 배역에 맞는 연기로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호종민, 박찬용 연기자에게도 감사와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