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단편] [숲클] 애정(愛情) to 블로디님

[쿠토]

푸르른 하늘 푸르른 초원. 오랜만에 보는 상쾌한 하늘이다.

지난 2년동안, 클로네족은 그야말로 폭풍에 휩쓸리는 듯한 운명을 겪었다. 클로네 왕자의 발견, 마물족의 부활, 클로네족의 왕 라휄의 구조작전, 마물족의 봉인작전... 다행이도 라휄은 무사히 구조되었고 마물족 또한 봉인되었다. 그런데 한창 축제 분위기여야 마땅한 클로네족의 분위기가 자뭇 심각함과 동시에 살벌하다. 그 이유는 왕 라휄과 왕자 세이 사이의 불화, 아니 세이의 일방적인 앙금에 있었다. 세이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간 라휄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을 아직도 품고 있었고, 왕 라휄은 그런 세이의 모습을 안절부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마음을 풀어보려 많이. 아주 많~이 노력했었다.

[세, 세이... 나와 이야기좀 하자.]

[할 얘기 없습니다.]

라휄이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세이는 일방적으로 그와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이러니 뭔 말을 더 하겠는가. 덕분에 클로네 족 사이에는 때아닌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를 보다못한 칼프, 아스카, 세메이온, 시란 등 나이트들과 라스리프, 그리고 라휄은 '라휄과 세이 화해시키기'라는 제목의 회의를 주체하였다.

"세이가 일방적으로 너무 마음을 닫고 있는 것 같아."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떠나버리지만 않았어도 저렇게 나오진 않았을 거다."

"라휄한테 왜 그래!!! 그만한 사정이 있는거잖아!!! 아스카는 라휄한테만 뭐라고 그래!!"

"꼬맹이, 넌 시끄러워. 여기 앉아서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드니까 집중이 안 되잖아."

"집중 안되면 나가던가!!"

"너가 나가면 모든게 해결되거든 꼬맹아?"

"야!!!!!!!!!!!!!!!!!!!!!!!"

"귀 떨어지겠네. 닥쳐라 꼬맹이."

...회의는 점차 라스리프와 시란 사이의 싸움으로 번져나갔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칼프와 세메이온은 시란과 라스리프를 말리기에 나섰고, 라휄은 안절부절, 아스카는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기만 했다. 결국 회의는 실패. 다음부터는 절대 시란과 라스리프를 붙여놓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한 칼프와 세메이온은 둘이서만 '라휄과 세이 화해시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전 1. 오붓한 식사시간을 즐기게 상을 차려놓는다. 물론 세이와 라휄 둘이서만.

하지만 이 작전은 세이가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에 실패.

작전 2. 한 집에 둘을 넣어놓고 문을 잠근 뒤 하루 있다가 온다.

이 작전은 열받은 세이가 에페스를 불러 문을 부시고 나와 실패했다.

작전 3. 에페스를 구슬려 세이를 설득하게 한다.

이 작전은 세이 아니면 에페스가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실패.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결국 칼프와 세메이온은 '라휄과 세이 화해시키기' 제 2차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역시 2차 회의 조차 시란과 라스리프의 싸움에 회의는 점점 파멸해 가고 있었다. 그때,

"...뭐하고 계십니까?"

나이트들과 라스리프, 그리고 라휄이 모여있는 방문을 열고 세이가 등장했다. 잠시 상황을 둘러보던 세이는 라휄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더니, 한마디 툭 던져 놓았다.

"황성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말 이었지만, 그 파장은 대단했다. 오죽하면 세이가 들어왔을 때도 설전을 하고 있던 시란과 라스리프가 싸움을 멈췄을까.

"뭐? 안돼 세이!! 위험해!! 아무리 마물족이 봉인되었다고는 하지만 인간들은 욕심이 많다구!!"

"칼프 말이 맞다. 나중에 가도록."

"세, 세이!! 라스리프랑 싸워서 가는거면 그만 싸울게...가지마..."

"꼬맹이의 말은 무시하고, 인간은 위험해. 가지 마라."

이렇게 나이트들이 말림에도 불고하고 세이는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에페스가 있습니다만."

절대적인 싸움꾼 에페스가 있었다. 에페스는 마계 제일 종족인 드래곤. 그중에서도 블랙일족이었다. 그렇다면 위험 부담은 현저히 떨어질 터. 결국 나이트들과 라스리프는 마지막 희망인 라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우리 라휄은 역시 세이라면 다 약하다.

"으, 으응... 다녀와."

라휄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세이는 라휄이 거북한 듯 바로 몸을 돌려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세이가 황성을 향해 갔다는 나무의 전언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세이가 황성으로 간지 일주일째. 세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던 나이트들과 라휄에게 황태자의 전언이 왔다.

[세이가 감기로 쓰러졌습니다.]

그 길로 나이트들과 라휄은 리카세를 닦달해 황성으로 달려갔다.

황성에 도착해 세이가 쓰러져있는 방으로 안내된 나이트들과 라휄은 시녀는 물론 황태자와 카밀의 접근을 모두 막아놓은채 세이의 회복에 힘썼다. 덕분에 세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자 나이트들은 세이를 부탁한다며 방을 나갔다. 혼자남은 라휄은 세이의 이마에 물수건 얹어주기, 몸 따뜻하게 이불 여러장 덮어주기, 물 수건 따뜻하게 갈아오기, 밤새 세이 지키기를 하다 결국 지쳐 세이의 침대에 엎드려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라휄이 잠이든지 몇분 후, 세이의 손가락이 움찔 떨리더니 세이가 눈을 살며시 떴다.

'쓰러진건가.'

확실히 무리하긴 했다. 황성으로 오기 전 봤던 라휄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짜증이 솟구쳤던 세이는 그 표정을 억누르느라 무리하다시피 일을 처리했다. 그 결과, 과로+피로=감기 라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생각을 마친 세이는 허스키하게 가라앉아있는 목소리로 에페스를 불렀다.

"에페스."

기다렸다는듯이 나타나는 에페스에게 "일으켜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일으켜지자마자 보이는 라휄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라휄님이 왜 여기에 계신겁니까."

"널 간호하느라. 한시도 떨어지지 않던데?"

자신을 간호하러 클로네 마을에서 황성까지 온 것인가. 라휄이 왔다면 분명 네명의 나이트들도 왔을터. 황성이 시끄러워질것이라고 직감한 세이는 두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픈건가."

"...좋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왕과 나이트들이 왔다는 사실이 암담합니다.

어쨌든 자신을 돌봐준 라휄이 고마웠던 세이는 에페스를 돌려보낸 뒤 조심스럽게 라휄을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십시오 라휄님."

"우응..."

전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라휄을 약간 곤란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세이는 좀 더 크게 라휄을 부르기 시작했다.

"라휄님. 여기서 주무시면 감기 걸리십니다. 다른 방으로 가서 주무시지요."

"으응...세이?"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눈을 뜬 라휄은 고개를 든 순간 보이는 세이의 무심한 시선에 놀랐다. 놀람도 잠시, 물밀듯이 밀려오는 세이에 대한 걱정에 라휄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괘, 괜찮아? 어디 불편한데는 없어? 열이 나지는 않아? 머리 아파? 기침은 나와? 목이 아파? 약 줄까?"

"...괜찮습니다."

무심한 세이의 대답에 라휄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풀이죽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 침묵이 이어지기를 몇분, 라휄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저기 세이,"

"라휄님,"

마침 세이도 할 말이 있었던듯, 라휄과 세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에 당황한 라휄은 우물쭈물 거렸다.

"세이 먼저 말해..."

"라휄님 먼저 말씀하십시오."

세이에게 말할 순서를 양보하려던 라휄은 이어지는 세이의 말에 다시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시작했다.

"저기...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라휄의 미안하다는 말에 세이의 말이 약간 날카로워졌다. 그에 라휄은 "모두 다..."라고 중얼거리듯 대답을 한뒤 숨을 고르고 말을 시작했다.

"미안해... 너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어. 너의 엄마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그 때 그녀가 나에 의해서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어. 그래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마법을 안다는 드래곤을 찾아간 거고...정말, 그녀의 뱃속에 너가 있다는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만약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었어도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을거야. 정말 미안해...이거밖에 할말이 없는 것 같아..."

"..."

라휄의 사과에 세이는 묵묵 부답이었다. 그런 세이가 불안해 라휄이 고개를 들자 세이는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세이..."

"...흘러간 과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세이가 말을 이었다.

"원망했습니다. 당신을, 나를, 모두를. 내가 만약 은발이었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날 증오하시지 않으셨을까, 나를 사랑해 주셨을까, 그렇게 미치지 않으셨을까 하며 원망했습니다. 나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일 뿐입니다. 모두 흘러가버린 과거이며 라휄님이 하셨던 일, 그 순간 조차 모두 과거입니다. 하지만, 하지만...내가 지금 가장 저주스러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

봇물이 터진듯이 흘러나오는 세이의 말에 라휄은 침묵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세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너무 애통해보여서.

"바로 나 자신입니다. 당신이, 라휄님이 나에게 미안한 눈을 하고 계시는 것을 알면서, 그 눈을 무시하고 있는 제가 너무 증오스럽고 저주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세이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라휄이 세이를 끌어 안았다. 그에 세이는 놀란듯 눈을 크게 뜨다가 이어지는 라휄의 말에 그저 눈을 감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지마...저주스러워하지 않아도 되. 네 탓이 아니야. 네탓이 아니니까...그러지 마..."

어깨가 축축해 지는 것을 느끼며 라휄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그들 부자는 한참을 그렇게 끌어안고 있었다.

세이가 좀 진정이 되자 라휄은 세이를 떼어놓으며 눈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과 같은 와인색 눈. 라휄이 뚫어지게 바라보자 세이가 쑥쓰러운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피곤하신 것 같은데 옆 방으로 가서 주무십시오. 아...버지."

처음으로 세이의 입에서 나온 아버지라는 소리에 라휄은 놀란 듯이 눈을 똥그랗게 떴지만, 곳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응"이라고 대답하고 나가려다 멈칫하고 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이의 곁으로 와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속삭였다.

"사랑해, 내 아들. 영원히 널 애정할거야."

그리고는 세이의 옆 방으로 가 잠을 청했다.

이주일 후 왕과 나이트들, 그리고 세이가 돌아왔을 때 클로네족들은 눈에 띄게 달라진 라휄과 세이의 사이를 눈을 비비며 몇번이고 다시 보았다는 후문이.

-애정(愛情)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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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하겠습니다. 이런 존못 작품이라니!! 크흡.

블로디님!!! 정말 죄송합니다아...ㅠㅠ 훈훈한 부자의 모습을 썼어야 하는데 부자의 폭풍눈물 부분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다급하게 마무리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요, 용서해 주세요!! 제, 제가 스릉흐는그 아시죠? ㅠㅠ

저, 저 폭풍눈물 씬에서 오글거려서 모니터에서 눈길을 떼고 썼습니다. 어, 어색해요 흐규흐규.

이런 존못 작품을 써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발 사시미와 돌만은 자제해 주세요오...흐규흐규

그럼 존못인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오...

[쿠토]

으아니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라휄이랑 세이니까 봐주는겁니다 흐어어엉

[앵화]

맞아요!! 흐어어엉!!!!!!!

[블로디]

..흐규ㅜㅠㅜㅠ쿠토님 제 부족한 리퀘를 이렇게 훈훈하게 해주시니ㅜㅠㅜㅠ제가 보고 싶었던 그런 거에요!사시미랑 돌대신 다른 거 드려도 되나요??너무 좋아서 모니터 앞에서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네요ㅠ빨리 댓글 못드려서 죄송합니다ㅠ그리고 훈훈한 소설 감사합니다!

[쿠토]

흐규흐규 이런 지못미 글을 잘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ㅠㅠㅠ 사시미랑 돌 대신 다른걸 주시다니 전 너무 좋습니다 ㅠㅠㅠ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은령(銀翎)]

와아~ 세이랑 라휄이 화해했네요?? 감동했어요!! 실제책에서도 이렇게 화해해야될텐데...

[쿠토]

Aㅏ... 화해 할거에요. 환님은 그렇게 하실거에요. 설마 라휄을 죽이시진 않으실거에요. 그럴거에요 ㅠㅠ

[의성마늘햄]

아.. 화해했네요ㅠㅠ 아 훈훈ㅠ 좋아요좋아요 헝헝 뭔가 진짜 저럴것같기도해요..!

[쿠토]

흐윽, 환님은 저것보다 더 훈훈하게 써주실거라고 믿고 있어요 ㅠㅠ

[무작위정신]

훈훈하긴 한데... 실제로는 저렇지 않을거 같아요... 아마 라휄은 살아오지 못할거 같은 뉘앙스를 초반에 환님이 많이 비치셔서요... 쩝... 환상같은 일이 될지도... 이러고 있네요...

[쿠토]

아...저는...라휄이 살아 돌아 왔으면 좋겠는데요...ㅠㅠㅠㅠ 큽... 환상이라면...저는 망상하겠어요 ㅠㅠ

[[W]이나]

꺄아 화해하다니 훈훈한 엔딩이네요!♥ 숲클에서도 이런 훈훈한 장면이 나오기를 기원하며 검사완료했습니다:D

[쿠토]

답글 늦게 달아서 죄송합니다!! 정말 화해 했으면 좋겠어요 ㅠㅠ

[카이롤레움]

훈훈해요~ 라휄이 얼른 세이랑 만나 오해를 풀면 좋을것같아요 세이가 이대로 아버지의 사랑도 모르고 왕이 되는건 원하지않습니다

[쿠토]

저두요!! 제발 숲클에 그런 장면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어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