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1(목) 사순절 서른두째 날 묵상(출애굽기 20:5-6)
유한한 벌과 무한한 사랑
너희는 그것들에게 절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나, 주 너희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그 죄값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삼사 대 자손에게까지 벌을 내린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수천 대 자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베푼다.
=======================
대한민국의 헌법 제13조 ①항은 이렇습니다.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 없고 형벌도 없다”(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praevia lege poenali)는 죄형법정주의는 근대 형법의 기본원리입니다.
십계명은 유대인들의 법의 근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고 우상을 숭배하여 절하는 이들에게는 본인뿐만 아니라 삼사대 자손에게까지 벌을 내린다고 오늘 본문은 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자칫하면 연좌제 같은 불합리한 벌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그 때가 오면, 사람들이 더 이상 ‘아버지가 신포도를 먹었기 때문에, 자식들의 이가 시게 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각자가 자기의 죄악 때문에 죽을 것이다. 신포도를 먹는 그 사람의 이만 실 것이다.”(31:29)라고 말했는데, 오늘 본문을 문자 그대로 읽으면 하나님은 질투심이 과해서 본인 포함하여 그 자녀들에게까지 벌을 주는 못된 분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대가족이 함께 사는 고대 사회를 이해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3-4대가 함께 사는 집에서 누군가 가족 중에 한 명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피해가 가족 전체에게까지 미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장이 잘못하여 재산을 잃으면 자식들도 굶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러니까 오늘 본문은 죄에 따른 고통은 지금 현재 가족을 이루는 이들이 이미 당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잘못에 의한 고통은 잠시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대를 이어 영원할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하나님을 보편적 정의와 생명과 평화 같은 지극한 가치로 본다면,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길을 갈 경우 그로 인한 고통이 이어지지 않도록, 잘못을 저지른 이들 주변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사회-구조적인 죄와 불평등으로 인해 계속 고통이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벌은 유한하고, 사랑은 무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의 잘못과 실수와 탐욕과 무지로 인해 세상의 고통이 증가합니다. 이 고통의 현실이 우리 세대에서 멈추게 하여 주소서. 대대손손 내려가지 않도록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화해와 평화의 교회> 설립을 위해 기도하며, 한 끼 금식하고 후원하기
* 사순절 탄소금식(3/17-23. 탄소흡수원 만들기 금식) : 나무 심기, 또는 은총의 숲에 헌금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