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성당 부근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이광
언덕 위 두 아이와, 뒤떨어져 걷는 여인 늘 함께 가고 싶은 가족들 모습일까 마음이 평화롭기엔 생이 너무 가파르다
간절히 바라보던 길은 점점 멀어지고 가난이 슬픔인 걸 눈물겨운 고독인 걸 팔레트 손에 쥘 때면 잠시나마 덜어낸다
지상을 서로 잇는 전봇대 앞 멈춘 사내 종탑 위 하늘 향한 십자가 바라보곤 진실로 사는 게 뭔지 홀로 곰곰 되묻는 듯
비도 아닌 눈도 아닌 그리움에 흐린 날씨 지키지 못한 약속 나뭇가지 끝에 걸고 붓 끝에 물감이 남아 허공에다 덧칠한다
《서정과현실》2017.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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