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Messiaen: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Quartet for the End of Time)
클래식 중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탄생한 곡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곡,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곡이 연주되자 포로수용소는 시간이 멈춘 듯 모두가 열광적으로 침묵했다.“
바로 2차대전때 나치에 의해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입니다.
가혹했던 나치 수용소에서 이 곡이 만들어지고 연주까지 될 수 있었던 스토리를 들어보시죠.
메시앙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 Olvier Messiaen (1908-1992) 프랑스 Messiaen: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Quartet for the End of Time) ℗ 2017 Sony Music Entertainment Released on: 2017-11-03 현대음악을 들으면서 원시적인 충동 이외의 감동을 느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메시앙의 '세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몇 번 반복해서 듣는 사이에, 혹은 단 한번만을 듣고도 쉽게 매료될 수 있는 곡이다. 이 음악에 숨겨진 중세풍의 작곡양식이라든가 종교적인 배경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결코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음악이지만 막상 받아 들이는 데에 이렇다 할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세기말적 상황과 음악의 사상이 교묘한 공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메시앙은 우리시대의 음악에 대해 '우리시대의 음악은 과거의 음악으로부터 대단히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이다. 여기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어떠한 단절도 없었던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작곡에 있어 구조주의도 인상주의도, 음렬주의의작곡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색채적인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음악을 시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으며 메시앙이 만들어 온 음악이 진보적인 것도, 또 복고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러 양식의 작곡기법이 망라되어 있는 그의 음악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 Album Title : Olivier Messaien’s Quartet for the End of Time "Quatuor pour ls fin du Temps" 즉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실내악곡을 거의 작 곡하지 않았던 메시앙에게 있어서는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었는데, 원래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 (Quartet for the end of time)'이라고 읽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마도 이 곡의 일본어 제목인 '世の終わりのための四重奏曲'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다소의 오역일 가능성이 크다. 메시앙이 평생동안 거의 작곡한 일이 없는 실내악곡 - 그것도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 바이올린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구성의 - 을 작곡하게 된 데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이 곡이 작곡된 1940년 여름, 메시앙은 프랑스군의 일원으로서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있었다. 그는 폴란드의 질레지아에 있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는데 수용소의 동료들 중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다른 세 명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4중주곡을 작곡하였고 메시앙 스스로가 피아노를, 장 르 불라르가 첼로, 앙리 아오카가 클라리넷, 에띠느 파스퀴에가 바이올린을 다룰 줄 알았기에 유례없는 구성의 4중주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곡은 8악장으로 구성되며 초연은 1945년 1월 포로수용소 내에서 5000여명의 동료 포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시앙을 포함한 위의 4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곡의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메시앙은 당시의 연주에 대해 "결코, 나는 그 만큼 주의깊게, 그리고 이해하면서 음악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 곡은 표제가 붙어있는 8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8악장으로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6일간의 천지창조 다음에 신의 안식일인 7은 완전한 숫자이기는 하나 영원 속으로 뻗어나가 마침내는 불멸의 광명, 영원한 평화를 뜻하는 '8'이 되기 때문이라는 작곡가의 설명이 전한다. 곡은 다양한 인간의 정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많은 음악적 절차를 실험한 큰 규모의 곡이다. 사용된 음악적 절차 중 몇 개는 메시앙 스스로에 의해 발전된 것이며 몇 개는 지난 시대의 작곡법에서 이어져 온 것으로 20세기 초기에 발전되기 시작한 것들이다. 이 곡의 양식적 특징은 메시앙 작곡기법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선율면에 있어서는 성가곡에 기반을 둔 선법적인 것이며 또한 합성음계에 기초하고 있다. 새의 소리를 도처에서 모방하고 있으며 음과 리듬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리듬적인 면에서는 동기적으로 특정한 목적 (종지)을 위해 사용된 일정하고 작은 리듬단위를 가지고 있다. 아이소리듬 (isorhythm: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성부들이 반복적인 선율패턴과 리듬패턴 - 콜로르와 탈레아라고 부른다 - 을 사용하는 구성원리로서 이 패턴들은 서로 일치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선율패턴이 리듬패턴보다 길기 때문에 엇갈리는 경우도 있으며 본래 14-15세기에 사용되던 작곡양식이다), 비역행형 리듬 (non-retrogradeable rhythm: 대칭적인 리듬, 하나의 리듬패턴이 앞에서 진행할 때와 뒤에서 진행할 때 모두 일치, 후반부가 전반부의 정확한 역행), 층을 이루는 리듬 등이 등장하며 새소리와 인도음악의 영향이 엿보인다. 그러면 각 악장의 제목과 구성, 작곡자 자신의 멘트와 함께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Quatuor pour ls fin du Temps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메시앙이 8A 포로수용소에 전쟁 포로로 잡혀 있던 시기에 초연되었으며 그의 음악적 행로에 분기점과 같은 존재였고 당시 그의 음악은 리듬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 곡에 대한 반응은 작곡 당시의 상황에 많이 좌우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41년 1월 겨울 저녁에 이루어진 초연은 음악사의 전설로 남았으며, 모든 전설이 그러하듯 꾸밈이 덧붙여져 완성되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연주자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 상태로 동료 포로들의 침묵 속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요한 계시록으로부터 얻은 영감으로 가득 찬 이 곡은 무시무시한 트럼펫 연주를 통해 계시록을 그리고 있으며 동시에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다룬 두 악장과 함께, 영원불변에 대한 묵상적인 환기로 곡을 시작한다. 그리고 첼로와 바이올린이 각각 연주하는 2개의 ‘송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긴 승리의 찬가이다. 이 작품은 절망적 상황에서 가지는 놀라운 믿음과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연주의 중요성은 포로수용소에서 메시앙과 파스퀴가 전한 감동을 되새기는 데 있지만은 않다. 이 연주는 색다른 연주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시앙은 <송가>에 등장하는 반복적 피아노 소재를 단호한 현대주의 음악적 전진감과 입체적 유동성을 살려 연주한다. 놀랍게도 <광란의 춤>에 등장하는 압도적인 유니슨 리듬에도 템포상의 유연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곡 시기 : 1940년 완성 악기 편성 :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헌정자 : 작곡가는 표지에 “묵시록의 천사들에게 바친다.”라고 썼다. "나는 또 큰 능력을 지닌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고 얼굴은 해와 같고 발은 불기둥 같았습니다. 그는 손에 작은 두루마리를 펴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서, 사자가 포효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가 외치자 일곱 천둥도 저마다 소리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일곱 천둥이 말하자 나는 그것을 기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울려오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일곱 천둥이 말한 것을 기록하지 말고 봉인해 두어라." 그러자 내가 본 천사 곧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던 천사가 오른손을 하늘로 쳐들고서는,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신 분을 두고, 하늘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땅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바다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창조하신 분을 두고 맹세하였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곱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 <요한묵시록> 10:1~7 (팔레스트리나, 바흐와 견줄 만한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작곡가 메시앙을 대표하는 이 실내악곡은 특이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포로수용소(폴란드의 실레지아 괴를리츠, 당시에는 독일 영토였다)에서 수용소 안에 남아있는 악기(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를 총동원했고, 수용자 5천 명이 초연의 청중으로 연주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1941년 겨울 초연). 초연 때 피아노를 맡았던 메시앙은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체험이었을 이 초연 광경을 이렇게 회고했다. "수용소는 눈에 파묻혀 있었다. 첼로는 줄이 3개밖에 없었고, 피아노는 건반을 한 번 누르면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다." 곡을 관통하는 사상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남겼다. "하느님이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신 뒤에 제7일은 안식일로 완벽한 숫자가 되지만, 7일은 다시 영원 속으로 뻗어서 마침내는 불멸의 광명과 평화를 뜻하는 8이 된다. 이 작품을 8악장으로 만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지막 악장이 예수의 영원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제목이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맞다. 작곡가는 요한묵시록 10장에서 힌트를 얻어 시간 너머에 있는 영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려 했고, 그 표현의 결과는 단순한 간주곡에서 광폭한 스케르초 풍 악장을 거쳐 심오한 두 곡의 송가까지 포괄하는 심원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
곡의 구성 및 해설 1악장 수정체의 예배 Liturgie de cristal Bien modere en poudrioiemente harmonieux 1악장은 두 개의 층을 가지고 구성된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다가 점차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하게 고조되어간다. 반면 피아노와 첼로는 계속 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피아노성부는 17개의 리듬가 (rhythmic value)와 29개의 화성이라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기법이 14세기의 '아이소리듬' 원리이며 엄격하게 반복되는 음악의 패턴은 바로 메시앙이 중세음악의 작곡기법에 매우 능숙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와 유사하게 첼로는 반복되는 15개의 음가 사이에서 5개의 동기를 가진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새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눈뜸, 무수한 음과 나무 사이를 빠져 나와 멀리 사라지는 트릴의 빛에 싸여 꾀꼬리들이 즉흥 연주를 펼친다. 이것을 종교적 플랜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늘의 해탈의 정적을 얻게 될 것이다."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잠깸. 무수한 소리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서 저 멀리 높은 곳으로 사라져 가는 트릴의 광채에 싸여서 독주자는 개똥지빠귀·꾀꼬리소리 같은 즉흥 연주를 펴나간다.” 피아노의 화성진행과 첼로의 하모닉스에 에워싸인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이 새의 노래를 부른다. 실타래를 풀듯 오로지 되풀이되어간다. 조심스런 고조. 첼로의 하모닉스의 여운으로 종지를 향한다. “이것을 종교적인 플랜으로 바꿔보길 바란다. 하늘의 해학적인 조용함이 얻어질 것이다.” 2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보칼리즈 Vocalise, pour I'Ange qui annonce la findu temps Robuste, modere - Presque vif, joyeux - Modere - Presque lent - Modere 천사의 노래, 즉 성가이다. 힘에 넘치는 피아노로 악장을 시작하며 제 2부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2옥타브 간격을 유지하면서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물방울'을 나타내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천국의 힘을 상기시킨다. "제1, 제 3부분이 강력한 천사의 힘을 나타낸다. 천사는 머리에 무지개를 감고 몸은 구름에 싸여 한쪽 발은 바다에, 또 한쪽은 땅 위에 놓는다. 피아노에 배당된 불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가 멀리서 들리는 종의 울림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성가풍 멜로디를 감싸준다." 3부 형식이다. 처음부터 강한 피아노에 이어 강렬한 유니즌으로 이어진다. “제1, 제3부분(모두 극히 짧다)이 강한 천사의 힘을 상기시킨다. 천사는 머리 위에 무지개를, 몸에는 구름을 입고 한쪽 발은 바다를, 다른 한쪽 발은 땅을 밟고 있다.” 중간부는 하늘이 지각하지 못할 해조이다. 피아노는 블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를, 바이올린과 첼로는 성가풍에 가까운 선율을 에워싸며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종소리를 묘사한다.” 첫 부분의 압축. 다시 강렬한 유니즌이 쏟아진다. 3악장 새들의 심연 Abime des oiseaux Lent expressif et triste 클라리넷의 독주이다. '심연 (abyss)'은 메시앙의 음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무(無)'에 대한 상징, 그리고 오직 죽음만을 약속하고 강요 당하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상징이다. 새의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그의 정신적인 환희, 해탈에의 중심적인 이미지는 계속해서 현실화된다.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이다. 새들은 '때'와 대립한다. 이것은 별과 빛과 무지개, 그리고 환희의 보칼리즈로 향하는 우리의 희원이다." 3부 형식. “클라리넷의 독주.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이다.” 조용하고 느린 클라리넷의 노래. 피아니시시모에서 포르티시시모에 이르는 E음의 크레셴도 뒤에 밝은 새들의 노래. “새들. 그것들은 ‘때’에 대립한다. 그것은 빛과 별과 무지개, 그리고 환희의 보칼리제에 대한 우리의 소원인 것이다.” 재현부. 조용한 슬픔의 심연으로, 코다(6:10)를 향한다. 4악장 간주곡 Intermede Decide modere, un peu vif 메시앙의 악기인 피아노가 빠진 스케르초. 전 곡 중에서 눈에 띄게 선율적이며 또 리듬적이다. 클라리넷은 여전히 새의 소리를 흉내내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종달새의 울음소리를 주고 받는다. 작곡자는 휴식을 위해 이 악장에서 빠진다. "스케르초,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 외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멜로디를 순환시키면서 연관성을 맺고 있다." 스케르초, 다른 악장보다는 외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나 그러면서도 몇 개의 선율의 ‘순화’에 의해 다른 악장들과 관련되어 있다.”피아노를 제외한 3중주로 2악장과 같은 인상깊은 유니즌. 조성이 뚜렷히 얽혀 있다. 중간부. 느긋한 선율들이 3개의 악기에 조를 바꿔 나타난다. 다른 악장과 순환되는 소재. 뚜렷한 재현. 이것은 또 제6악장의 주제가 된다. 5악장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Louange a I'Eternite de Jesus Infiniment lent, extatique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악장이다. 피아노의 단조로운 반주 위에 경건하기 그지없는 첼로의 선율이 도도히 흐른다. '말씀으로서의 예수'는 피아노의 반주를 동반한 첼로의 노래에 의해 기도되어진다. 'Infiniment lent, extatique'라는 악상기호는 '기쁨에 넘쳐서, 무한히 느리게'라는 의미이다.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 고찰된다. 첼로의 끝없이 이어지는 장대한 프레이즈가 힘차고 감미로운 '말씀'의 영원성을 사랑과 경건함으로 찬양하고 있다."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써 다루어진다. 첼로의 끝없이 느리고 장대한 프레이즈가 힘차고 감미로운 이 ‘말씀’의 영원성을 사랑과 경배를 다해 찬송한다.” 첼로와 피아노의 이중주. 첼로가 끝없는 칸틸레나를 뽑아내고, 피아노는 부드럽게 신비로운 화성을 늘어놓는다. 이제야 어렴풋이 고조되어 긴장을 만든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첼로의 ‘말씀’. “그러나 주는 여전하여 연대가 다함이 없으리라…” 6악장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Danse de la fureur, pour lessept trompettes' Decide, vigoureux, granitique, un peu vif 4개의 악기가 계속해서 동일한 음형을 강하게 연주한다. 악장 전체가 강력하고 리드미컬한 테마에 기초하고 있으며 어떠한 공포와 위엄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어 전례미사의 'Tuba mirum' 같다고나 할까? 메시앙은 이 악장에서 체념과 공포를 상징하려 하였다. 그는 네 개의 악기가 어떻게 트럼펫의 소리를 암시하고, 결국에는 징의 소리까지를 암시하는지를 그림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음악의 돌, 강철의 저항할 수 없는 움직임, 절망적인 운명의 거대한 벽, 자포자기의 얼음, 결정적으로악장의 말미에 이러저리 움직이는 공포의 포르티시모를 들으라." 율동 면에 있어서 이 악장은 전 악장 중에서 가장 특징이 있다. 4개의 악기는 유니즌으로 공과 나팔을 모방한다.”(요한 계시록의 여러 가지 파국을 차례로 알리는 6개의 나팔과 하나님의 비밀의 성취를 알리는 일곱번째의 나팔이다) 4악장에서 얻은 주제의 집요한 유니즌. 역시 3부 형식. B부분. 음렬을 변주하는 메시앙의 독특한 리듬 운동의 특성을 들을 수 있다. 재현부. 계속 변화하는 주제. 끝을 향한 고조. 주제를 사용한 코다. “…무엇보다도 악장의 마지막 부근에서 변화된 주제의 공포의 최강음을 들어보라.” 7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 Fouillis d'arcs-en-ciel, pour I'ange qui anonce la fin du temps Reveur, presque lent-Rouste, modere-un peu vif-Extiaque-Robuste,modere, un peu vif 몇 개의 2악장 동기가 등장한다. 선율적이고 다이내믹한 동기들은 우선 서로 교차되고 그리고 분할된다. "나의 꿈 속에서 나는 낮익은 색과 모양으로 분할된 화성과 멜로디를 보고 듣는다. 그리고서 이 변화하는 풍경 뒤에 나는 비현실 속을 지나가고 초인적인 색채의 소용돌이치는 침투 속에 현기증 나는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제2악장에서의 몇 개의 패시지가 여기서 재연된다. 힘에 넘치는 천사가, 그리고 그를 에워싼 무지개가 나타난다. 꿈 속에서 나는 분류된 화음과 선율을 들었고, 색과 형상을 보았다.” A-B(1:41)-A(2:29)-B(4:03)-A(4:52)-C(5:20)-A(6:08)-B(7:22)-A의 형식이다. “이어서 이 이행단계 뒤에 나는 비현실 속을 걸어나가 황홀한 생각 속에서 현기증과 초인간적인 음과 색채가 침투해 오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불로 된 검과 블루 오렌지의 용암의 흐름. 갑자기 나타나는 별. 거기에 착란의 무지개가 있다. 8악장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Louange a I'mmortalite de Jesus Extrement lent et tendre, extatique 5악장에 대응하는 악장이다. 5악장과 마찬가지로 E장조이며 이번에는 '극도로 느리고 편안하게, 기쁨에 넘쳐'라는 악상기호를 붙이고 있다. 피아노의 반주를 받는 바이올린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신 예수를 찬양하고 있다. "바이올린의 장대한 독주, 왜 두 번째의 송가인가. 이 송가는 특히 예수의 제 2의 모습, 즉 인간 예수로서 육체화하여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하여 소행한 '말씀'으로 향하고 있다. 고음역의 정점에 이르는 온화한 고양은 인간이 '신'에게, 신의 아들이 '성부'에게 피창조물이 '천국'을 향하는 상승이다." 제5악장의 첼로 독주와 상대되는 바이올린의 장대한 독주. 왜 두번째의 송가인가? 이 송가는 특히 예수의 제2의 양상, 육체로 화해서 우리에게 그의 생명을 나누어주기 위해 되살아난 ‘말씀’으로 지향되는 것이다. 이 송가는 완전한 사랑이다.” 5악장처럼 끝없는 칸틸레나가 이어진다. 30여 마디의 곡을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린 템포로 연주한다. 점차 고조되어서 최고음을 향한 열망이 조심스럽게 전개된다. “고음역의 정점을 향한 느린 고조, 그것은 천국을 향한 피조물의 상승이다.” 드디어 최고음의 길고 긴 잔향. 파라다이스가 보이는 듯. 메시앙은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이미 말한 바를 다시 한 번 소리높여 외친다. ‘이러한 모든 것들도 주제의 압도적인 장대함에 비하면, 한 조각의 시도나 외마디 소리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현대음악을 들으면서 원시적인 충동 이외의 감동을 느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메시앙의 '세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은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몇 번 반복해서 듣는 사이에, 혹은 단 한번만을 듣고도 쉽게 매료될 수 있는 곡이다. 이 음악에 숨겨진 중세풍의 작곡양식이라든가 종교적인 배경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결코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음악이지만 막상 받아들이는데에 이렇다할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세기말적 상황과 음악의 사상이 교묘한 공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메시앙은 우리시대의 음악에 대해 '우리시대의 음악은 과거의 음악으로부터 대단히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것이다. 여기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어떠한 단절도 없었던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작곡에 있어 구조주의도 인상주의도, 음렬주의의 작곡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색채적인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음악을 시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는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으며 메시앙이 만들어 온 음악이 진보적인 것도, 또 복고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러 양식의 작곡기법이 망라되어 있는 그의 음악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음반 #1 연주자 Jean Pasquier, André Vacellier, Etienne Pasquier, Olivier Messiaen
추천음반 #2 부이켄스 앙상블 (Harmonia Mundi France, 1990)의 연주, 벨 (바이올린), 뮤스톤넨 (피아노), 이셀리스 (첼로), 콜린스 (클라리넷) (DECCA) 등이 있다.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메시앙이 8A 포로수용소에 전쟁 포로로 잡혀 있던 시기에 초연되었으며 그의 음악적 행로에 분기점과 같은 존재였고 당시 그의 음악은 리듬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 곡에 대한 반응은 작곡 당시의 상황에 많이 좌우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41년 1월 겨울 저녁에 이루어진 초연은 음악사의 전설로 남았으며, 모든 전설이 그러하듯 꾸밈이 덧붙여져 완성되었다. 이야기에 따르면 연주자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린 상태로 동료 포로들의 침묵 속에서 이 곡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요한 계시록으로부터 얻은 영감으로 가득 찬 이 곡은 무시무시한 트럼펫 연주를 통해 계시록을 그리고 있으며 동시에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다룬 두 악장과 함께, 영원불변에 대한 묵상적인 환기로 곡을 시작한다. 그리고 첼로와 바이올린이 각각 연주하는 2개의 ‘송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긴 승리의 찬가이다. 이 작품은 절망적 상황에서 가지는 놀라운 믿음과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연주의 중요성은 포로수용소에서 메시앙과 파스퀴가 전한 감동을 되새기는 데 있지만은 않다. 이 연주는 색다른 연주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시앙은 <송가>에 등장하는 반복적 피아노 소재를 단호한 현대주의 음악적 전진감과 입체적 유동성을 살려 연주한다. 놀랍게도 <광란의 춤>에 등장하는 압도적인 유니슨 리듬에도 템포상의 유연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네이버 지식백과]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Quartet for the End of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