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목회 6년째...우리 교회 자랑 조금＞ 박관수 목사

<시골목회 6년째...우리 교회 자랑 조금> 거제도 농어촌교회에서 목회한지 어제로 6년째를 맞았다.열댓명 예배드리는 조그마한 교회지만 이 교회에서의 나의 행복지수는 엄청나게 높다.한마디로 말해서 ‘목회자를 배려하는 교회’라는 점이다.사실 교인들은 목회자를 배려하기 보다 목회자에게 배려받고 사랑받고 존중받기만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그리고 목회자에겐 교회를 성장시키라고,좀 더 심방해달라고,좀 더 설교를 잘 해 달라고,자꾸만 요구하고 압박감을 주는 교회가 훨씬 더 많다.하지만 내가 목회하는 교회는 요구하거나 압박하기 보다 지속적으로 목회자에게 배려하고 필요를 더 채워주려고 애쓰는 마음을 지닌 교회라서 무척 감격스럽고 감사하다.자랑하는 건 어색하긴 하지만 우리 교회 자랑이니까 약간만 해 보고자 한다. 1.요즘 나는 와이셔츠만 입고 설교하고 있다.7월 첫주 제직회에서 교인들이 목사님 여름철에 설교할 때 더울 테니 와이셔츠만 입고 설교하시라고 결의해주었다.물론 그 이전에도 여름철엔 넥타이를 안 매고 설교해왔지만 아예 상의까지 탈의하고 설교하시라고 결의해주었는데,와이셔츠만 입고 설교하니 설교가 더 잘 되는건 안 비밀(?)이다. 2.여기는 70-80대 나이 드신 분들 위주의 교회인지라 재정이 늘 열악하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이 늘상 입만 열면 이런 말들을 하신다.겨울철엔 보일러 기름 걱정말고 마음껏 때시라고,여름철엔 에어컨 아끼지 말고 마음껏 트시라고...이런 유형의 말들은 목회한지 35년만에 이 교회에서 처음 들어보는거라 여전히 적응이 잘 안 되지만 속으론 항상 감동이다. 3.우리 교회는 월요일 새벽기도회가 없다.새벽기도회 오는 교인들이 월요일 새벽기도회 모이지 말자고 제안해주셔서다.왜냐하면 내가 잠이 많은 관계로 가끔 새벽기도회에 못 일어나서 빠지곤 하는데,목사님이 피곤하시니 일주일에 하루는 쉬도록 해 드리자고 의논한 것이다.주일에 도시 큰 교회와는 달리 딱 설교만 두 번 하는데,월요일에 새벽기도회 쉬려니 미안하긴 하지만 확실히 피로감은 덜 한 건 사실이다. 4.여기는 여전히 성미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본인들의 쌀을 모으는 대신 마트에서 쌀을 사다가 주신다.그런데 쌀만 사주시는게 아니라 꼭 찹쌀도 같이 사 주신다.찹쌀을 듬뿍 넣어서 밥을 지으니 확실히 밥맛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5.우리 교회에서의 제일 큰 고민중의 하나는,교인들이 농사지은 야채들,물고기 잡은 것들 너무 자주 많이 갖다주시는 것이다.나랑 아내가 먹는 양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작은 편인데,여러 사람이 갖다주시니 다 먹어내기 힘들 때가 많다.그래서인지 이곳에 와서 몸무게가 3킬로 늘었고 그 몸무게가 몇 년째 잘 유지되고 있다.만약 교인들이 갖다 주는 것 전부 다 제대로 먹으면 살이 더 찔 것 같긴 한데,내 위장의 한계로 일정 양 이상은 못 먹는게 늘 아쉽긴 하다. 박관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