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어나무는 삼림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바로 극상림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군집도 사회가 형성되고 발전되어 가듯이 점차 변하는데 이를 '천이'라고 하며 이 단계의 마지막으로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가진 토양 위에서 이루어진 안정된 삼림 군락을 '극상림'이라고 한다.
요즈음 한창 무성해지고 있는 참나무도 극상림을 이루는 나무에 든다는 이들도 있으나 여기에서는 반론이 아주 많이 제기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서어나무만 명실 상부한 극상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어나무가 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우리 나라가 세계 분포의 중심에 든다는 점이다. 화석을 분석하여 보면 서어나무속 식물은 아시아에서는 이미 제3기(Tertiary Period)에 출현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세계적으로 수십 종이 알려져 있으나 그 분포의 중심을 우리 나라에 두고 있으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서어나무의 학명은 카피너스 락시플로라(Carpinus laxiflora)인데 여기서 속명 카피너스(Carpinus)는 켈트 어로 '나무'라는 뜻의 '카(car)'와 '머리'라는 뜻의 '핀(pin)'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가 되니 왠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서어나무속 식물이 생태적으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분류학적으로 그 위치가 모호하여 논란이 많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어나무류는 자작나무과에 속한다는 견해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개암나무과로 넣기도 하고 서어나무과를 따로 독립시켜서 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종의 수준으로 내려가서도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 나라에 자라고 있는 서어나무속 식물을 적게는 7종류에서 많게는 두 배의 각까운 13종류까지 보고 있다.
서어나무류의 형태 변이가 얼마나 다양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서어나무는 계절에 따라 보여 주는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하다.
이른봄 서어나무의 새순은 연둣빛이 아니라 아주 진한 붉은 빛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색다른 봄꽃 같다.
핏빛처럼 빨갛던 새순이 어느샌가 잎새의 형태를 갖추어 가면서 아주 고운 연둣빛이 되어 온 사방에 퍼진다.
서어나무가 주는 신록의 싱그러움을 따라갈 만한 나무는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제대로 벌어진 잎새는 긴 타원형이며 열에서 열두 쌍 정도의 가지런한 잎맥을 가진다.
꽃은 이보다 조금 늦게 피지만 여느 꽃들처럼 화려안 꽃잎이 없어서 봐도 꽃인 줄 보르기 십상이다.
이러한 꽃이 결실하여 열매로 자라나는 데 열매는 과포 즉 열매의 포에 싸여 층층이 포개져 전체적으로는 손가락 하나 길이의 이삭 모양으로 길게 늘어지는데 서어나무류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개성 있는 모습이다.
서어나무의 멋은 가을 단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노랗지도 그렇다고 아주 붉지도 않은, 이 두 색깔을 적절히 섞고 거기에 약간의 흰 물감까지 더해 은은한 분위기마저 돈다.
곱던 가을 잎새마저 다 지고 나면 서어나무는 특유의 가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서어나무의 수피는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이고 마치 육체미를 자랑하는 보디빌더의 팔뚝 근육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와 힘이 넘친다.
그래서 이 나무의 별명이 머슬 트리(Muscle tree) 즉 근육 나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 문헌으로는 확인해 보지 못하였다.
서어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로 개서어나무와 까치박달이 있다.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의 잎은 정말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잎의 표면에 털이 나 있으면 개서어나무이다.
분포적인 특징을 따져 보면 산을 오르다가 아래쪽애서 나타나면 서어나무요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나타나면 개서어나무이기 쉽다.
까치박달은 잎이 좀더 유별나게 촘촘히 여러개가 생겨나서 조금은 구분이 용이한데 잎맥이 많아 12쌍에서 20쌍 사이이면 까치박달이요 12쌍 이하이면 서어나무이다.
계절별로 내보이는 색감과 줄기의 멋스러움 등 장점이 많아서 조경하는 데 풍치수로 적합하지만 목재로도 이용할 수 있다.
결이 곱고 치밀하여 약간 무겁고 잘 갈라지지 않는데다가 점성이 강하여 오래전에는 직물을 짜기 위한 방적용 나무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밖에 가구재, 농기구, 세공재로 용도가 다양하며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골목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새순의 색이며 줄기의 특성 때문에 분재 소재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땅에 자라는 서어나무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0년 러시아의 식물학자 팔라빈의 의해서이다.
그는 서울에서 처음 이 나무를 발견하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서울에서 서어나무를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남산의 식물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그곳에 자란다고 기록이 되어 있는데 지난 2~3년간 남산의 식물을 조사할 기회가 여러 번 있어 유심히 찾아보았으나 아직 지은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혹 그새 살기에 힘겨워 사라진 것인지 걱정이 든다.
제대로 된 서어나무 숲이라면 중부 지방에서는 단연 경기도 포천군의 소리봉을 추천한다.
광릉이라는 왕릉이 있어 보호되고 일제 시대에는 시험림이 있어 보호된데다가 가까스로 전쟁을 피했기에 중부권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원시림이라는 소리를 듣는(사실 원시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광릉 수목원을 내려보고 있는 해발 5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이지만 잘 자란 나무들이 조화로운 숲을 이루고 각종 희귀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들어 어수선하지만 평일 조금 이른 시간에 찾으면 서어나무 숲이 만들어 내는 그 고운 빛깔과 소리와 냄새마저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곳이다.
서어나무는 황해도와 강원도 이남에 자라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설악산에 있는 나무가 가장 북쪽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남으로 오면 더욱 자주 만날 수 있고 무안이나 함평에는 개서어나무와 팽나무 같은 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서 각각 천연기념물 제 82호와 제 10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번식은 대개 늦가을에 채취한 종자를 건조하지 않은 곳에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3월쯤에 파종하면 된다.
추위에는 비교적 잘 견디지만 공해에는 약하므로 심는 장소를 잘 골라야 한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저자 이유미
+내일은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 쓸게요 ^-^*
+모레는 때죽나무 ^-^*
※마삭줄과산호수님, 마삭줄과 산호수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삭줄 말고, 산호수와 사촌쯤 되는 자금우나 천량금을 찾아 보았지만 역시 없더군요 ㅠㅠ
혹시 마삭줄과산호수님께서 특별히 좋아하는 나무 있음 꼭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