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도보 출근길엔 풀내음 가득한 자연을 만난다. 쑥쑥 자란 초록풀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싱그러움이 내 안에 들어온다. 풀향기를 맡으며 걸어가는 발걸음은 숲 속 정원을 걷는 듯 가벼워진다.
학교 정문을 지나 현관 입구에 가까워지면 형형색색 환상적인 꽃밭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꽃향기로 어우러진 꽃들의 향연이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교정의 여름꽃들 덕분에 보는 즐거움과 정서적 평화로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 중이던 2019년생 수컷 얼룩말 세로가 나무데크를 부수고 사육장을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약 세 시간가량 서울 도심의 주택가와 도로 일대를 활보하다 마취총에 생포된 후 무사히 대공원으로 돌아왔다. 엄마 루루와 아빠 가로 사이에 태어난 세로는 태어난 지 이년 만에 엄마를 잃고 그다음 해에 아빠마저 잃게 되면서 어린 나이에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스트레스 누적과 방황으로 동물원의 반항아가 되었다고 한다.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탔던 얼룩말 세로는 조만간 얼룩말 코코와 만나 인생의 동반자로 맺어질 거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 다른 아기 얼룩말이 있다. 아기 루카는 엄마 날루가 출산 이후로 몸이 쇠약해지면서 돌볼 수 없게 되자 많이 불안해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며 엄마를 그리워했다. 어미젖을 대체한 우유병도 거부하였기에 사육사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대형 얼룩말 엄마인형을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해 주었다. 우유병도 엄마인형에 장착하여 수유를 해 주니 엄마의 온기를 느끼는 듯 잘 먹었다. 바퀴 달린 엄마인형과 함께 산책도 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얼룩말 루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 얼룩말을 대신해 사육사들의 사랑 가득한 인공포육으로 루카가 무럭무럭 자라 건강한 얼룩말로 성장하였으면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린 동물에게 부모의 사랑과 돌봄의 부재는 정서적 결핍을 초래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소통하고 접촉하는 친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주하는 눈빛과 사랑스러운 손길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친밀감은 인간에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책을 쓴 세계적 동물학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30년간 관찰한 야생동물들의 공생 메시지를 들려준다. 나이가 들어서 이가 빠진 늙은 코끼리를 위해 젊은 코끼리가 음식을 대신 씹어서 먹여주고 얼룩말은 서로의 털을 다듬어 주며 인사한다. 코끼리는 죽은 친구의 장례식에서 애도하며 몸에 흙을 덮어주고 얼룩말은 죽은 가족의 옆을 온종일 지키며 서 있는다. 돌고래와 침팬지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인간처럼 시신을 옮기고 묻으면서 깊이 슬퍼하고 위로하며 장례를 치른다. 동물들은 이러한 의례를 통해 서로를 더 잘 보살피면서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 저자는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 공동체와 공존의 가치를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은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많은 동물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는 깊은 유대감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면서 공존하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울산시교육청은 초등학교 105개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동물사랑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동물매개 교육과 동물교감 교육을 통해 반려동물과 첫 인사하고 교감하는 법을 배운다. 청진기로 치료 도우미견의 심장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배운다. 동물 학대예방과 유기견 영상 교육 뿐만 아니라 펫티켓을 통한 이웃에 대한 배려도 배워가며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가치를 함양한다.
반려동물 친화도시 부산은 얼마 전 2023 동물사랑 문화축제`위드 펫스타`행사를 개최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행사로 문화공연, 펫티켓 토크쇼, 강아지 명랑운동회가 진행되었다. 펫터파크도 개장하여 강아지들에게 신나는 물놀이장을 제공해 주었다. 펫푸드만들기 체험부스와 반려동물 사진촬영, 프렌들리 힐링카페, 펫토피아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에게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활동복을 입은 반려견 순찰대원들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도 했다. 반려동물 위생미용 부스는 무료 미용서비스로 참여자의 편의를 제공했고 부산수의사회는 반려견의 심장, 치아, 눈, 귀, 슬개골 건강상태를 무료로 상담해 주어 건강관리를 해주었다. 동물보호단체와 동물학대방지연합에서는 유기동물 입양 홍보와 동물 보호 캠페인도 진행하였다. 반려동물과 비반려인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는 문화를 조성한 축제였다.
장마가 이어지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가치로운 우리 사회가 더욱 눈부신 향기로 짙어지는 여름이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