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우리 엄마 맞죠. 우리 아빠 맞죠....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부모님. 생소하기만 하다.
"아니! 너 지금 이 시간에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여자애가!
너, 맨날 이 시간에 밖에서 놀아나니?"
역시...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어요. 따뜻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서로 간의 정과 웃음.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그 때 침실 안에서 뛰쳐나오는 오빠.
"하, 니 들 아직도 안갔냐? 말로 해선 귀에 안박혀? 어?!
꼭 내가 힘들게 다른 방법 써서 늬들 나가게 해야 겠냐? 류민아 들어가자."
내 손을 침실 쪽으로 잡아끄는 오빠.
오빠는 부모님을 '늬들' 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그 어떤 존칭도 사용하지 않고.
"현이, 너 왜 그렇게 말을 험악하게 쓰냐!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거야!"
"난 학교에서 그 딴 예절교육 따윈 안배워. 특히 늬들같은 인간들한테 대할 예절은."
"뭐야?!"
오빠의 태도에 화가 많이 나셨는지 얼굴이 울그락 푸그락 해지신 아빠.
"후우.....잠시 거실에 좀 앉아라. 할 얘기가 많구나."
결국 화를 애써 참으시며 오빠를 타이르는 아빠와 엄마.
.......
정말.... 진짜 진짜 오랫만에 함께 모인 우리 가족.
오빠가 담배하날 꺼내문다.
"너 이녀석! 너, 담배피냐?!"
"남사=_="
"남이사라니!! 난 네 아버지다. 벌써부터 담배라니, 당장 끊어."
"....어디다 함부로 아버지라는 이름을 같아붙혀? 나한텐 그런 거 없어.
착각이 너무 심하시군, 아.저.씨."
"뭐야아?"
"-_-"
"정말 너란 놈은 대체...제발 네 동생 반만이라도 닮아라."
"류민안 내가 키웠다."
"......됐다. 그만하자. 너랑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그래, 공부는 열심히 하고?"
"갑자기 왠 간섭이냐?"
"잔 말말고 둘 다 성적표 내 와."
"누가 누구한테 지금 명ㄹ..."
"오빠 됬어. 제가 가지고 올께요."
가장 최근의 꼬릿표를 찾아 들고 왔다.
도무지 보통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는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오직 씁쓸함과 냉기 뿐....
예상대로 오빠의 성적을 보고 경악하시는 엄마와 아빠-_-.
"세상에 세상에! 너 이걸 지금 성적표라고 내미는 거냐, 류 현!!!"
"난 내민 적 없어. 누가 보랬냐?=_="
"중학교 때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질 때 설마설마 했는데,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래가지고 대학은 어떻게 가려고 그러는 거냐!! 너 듣자하니 실업계라는데,
상고에서 이 정도 밖에 못해? 내 동생은! 인문계 중에서도 공부 잘한다는 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데 말이야!!"
"......너 한번만 더 류민아 가지고 그런 말 해라.
류민안 내가 키웠어. 초등학교 입학식, 졸업식해서 한얼 고등학교 입학 할 때까지.
내.가.키.웠.어. 니들이 '돈'따위에 집착해서 우리 봐주지도 않을 때, 우린 서로
도와가면서 말다툼 한 번 안하고 자랐어.
....니넨 민아 자랑할 자격도 없고, 가치도 없어. 하나라도 보탠 게 없어. 알아...?"
".........."
오빠의 특기 압력있는 말투에 싸늘해 지는 분위기.
10분 쯤 지났을까 아빠가 드디어 입을 여신다.
"현이 너는 내일 학교 당장 그만 둬."
"뭐?!"
"가정교사 잡아줄테니까 지금부터라도 공부에 몰입해라. 네가 유학은 죽어도
싫다고 해서 안 보내 주는 대신에, 여기서라도 마음잡고 공부해.
그래야 나중에 내 회사도 물려받고 하지. 그리고 평일엔 저녁 6시부터 외출금지야."
"누가 니 회사 물려 받는대? 누구 맘대로!!"
오빠의 반대를 무시하시고 계속 말씀하시는 아빠. 불길하다.
"그리고 민아 너도..... 내일부터 과목별로 가정교사 다 잡아 줄테니까 공부 더
많이 해서 미국이나 영국으로 유학가서 대학가라.
너도 역시 오후 6시 부터는 외출금지야. 오늘 나도 너 이시간에 나가 돌아다니는
거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아빠!!!!!"
"둘 다 잔말 말고 시티는 대로 해. 그리고...."
"미쳤냐? 씨팔, 왜 갑자기 와서 지랄들이야!!!!"
내 손을 홱 잡아 끌어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궈 버리는 오빠.
밖에서는 아빠가 오빠한테 소리를 지르시는 듯한 소리와 언제쯤 철 들꺼라는
말을 연달아 하시는 엄마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오빠가 날 침대에 앉히더니 말한다.
"넌...... 누가 뭐래도 내 동생이지?"
".......끄덕 끄덕."
"....너..... 쟤들이랑 나랑 있을 때.... 쟤네들 딸이라고 하지 말고, 내 동생이라고
말해야 돼. 알았지? 그럴꺼지?"
"응응. 그럴꺼야. 난 오빠 동생이야."
".........하, 미쳤어. 진짜 미쳤어. 류민아."
".........."
"너 이제 마음 제대로 잡고 살려는데..... 쟤들이 너 또 힘들게 하면 어떻하지.
6시까지 들어오라면 완전히 집에 갗혀 살라는 소린데. 신규성이랑 너 언제 만나냐."
"걱정마 오빠. 나 이제 정말 안 흔들려^-^. 나 맘 굳게 잡았는 걸.
그 누구도, 그 어떨 것도 나랑 규성이 이젠 못 갈라 놔. 절때로..."
"하하. 역시 내 동생이야. 많이 컸다...."
날 꼬옥 안아주는 오빠.
도대체 쉴 틈을 안준다.
이 세상은 사람들이 마음놓고 웃고, 행복하고, 사랑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기회를
틈만 나면 빼앗아 간다.
방법은 단 한 가지.
세상이 그 틈을 다 써버릴 때 까지 꿋꿋이 이겨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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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애
☆.*.자작
내사랑은 내가지킨다[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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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이써요! 완결까지 해주쎄욧
오오!+_+ 오랫만에 들어오는 꼬릿말! 감사합니다^^ 완결 꼭 낼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