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리~문수골 밤재 마을
▲ 산행일시 : 11. 1. 8. 12:45
▲ 날씨 : 맑음
▲ 누구랑 : 무일 나홀로
▲ 산행코스
- 용두리 주유소(12:45)
- 바람재(13:15)
- 삼밭재(14:05)
- 마을이 가깝게 보이는 능선(16:00)
- 밤재 마을(17:00)
- 밤재 마을 입구(17:05)
▲ 주요 구간별 산행거리
- 용두리 주유소 →(1.4km)→ 바람재
- 바람재 →(2.15km)→ 삼밭재
- 삼밭재 →(?km)→ 밤재
▲ 산행시간 및 거리: 4시간 20분, 표지판이 없어 거리 산정 불가
▲ 산행기: 2011년 새해에 처음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올해의 산행을 어느 산에서 시작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야산이 될 수도 있고 순천을 벗어나
조금은 멀리 갈 수도 있지만 늘 그곳에 가면 아늑함이 느껴지는 지리산을 가려고 한다.
새해 첫날 지리산 노고단을 가족과 함께 오르려 했지만 빙설로 인해 가지 못해 오늘은 노고단을
계획한다. 비교적 자주 가는 곳이지만 다른 코스로 시도해 보려고 한다. 언젠가 구례군 토지면
용두리에서 마산면 황전리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행로가 있다는 말을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어 인터넷을 검색해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니 노고단을 오를 수 있다. 대부분의 능선은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용기를 내어본다. 17번 국도를 따라 구례에 도착하여 하동 방향의 19번
국도로 접어든다. 화엄사로 들어가는 길목과 두 개의 속도 감시 카메라를 지나면 왼쪽에
GS 칼텍스 주유소가 나오는데 그곳이 산행의 들머리이다. 주유소 옆에는 식당이 있는데 거의
영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주유소와 식당 사이의 공터에 차를 주차해 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눈 속의 천왕봉 산행 중에 스패츠의 고리가 떨어지고 아이젠이 끊어져 AS를 맡기려고
차 안에 싣고 다녔는데 오늘 산행 중에 이것을 챙겨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한다. 먼 산에는 눈이
보이지만 야산에는 전혀 눈이 없어 그대로 차에 두고 간다. 산행로 입구에는 토지 주유소라는
이정표가 있고 침목을 깔아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이정표에는 바람재, 삼밭재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구례군에서 등산로를 조성해 놓았다. 산행이 시작된 야트막한 곳에는 솔가리가 쌓여 있어
발걸음은 푸근하다. 솔밭길을 10여분을 걷자 앞에 어떤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다.먼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약초꾼은 아니고 난을 캐러 다니는 모양이다. 자연을 훼손한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지만 별로 반갑지 않아 그저 답만 하고 지나친다. 산을 오를수록 응달에는 눈이
조금씩 쌓여 있고 앞서 간 발자국이 하나 둘 보인다.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맨 먼저 밟고 갔더라면
하는 욕심이 든다. 그런데 삼밭재를 지나면서 쌓인 눈 때문에 산행을 더 나아갈 수 없어 산행을
접게 되었으니 욕심은 늘 금물이다. 삼밭재의 이정표에 공원관리구역, 등산로 아님이라고 쓰여 진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기점이다. 오르막이 많아지고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진다. 이제 돌아갈 수도 없고 후회막급이다. 등산화 안으로 눈이 들어가 수십 번이나 나무에
발을 치켜 올려 털어 내고 어떤 때는 신발을 벗어 젖히고 눈과 싸움을 했다. 스패츠를 챙기지 않는
사소한 게으름으로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며 겨울산행은 빈틈없이 준비해야 되는 것을 몸소
배운다. 결국은 양말이 다 젖어 발을 디딜 때마다 등산화 밖으로 물이 스며 나올 정도가 되었다.
먼발치에 아스라이 노고단이 보이지만 너무나 멀리 보인다. 겨울 해는 짧아 날은 저물고 갈 길도
멀고 이정표도 없다. 능선을 타고 가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그만 산행을 접기로 한다. 능선의
좌측은 화엄사 방향의 연기암이 보이고 우측은 문수골이다. 문수골이 가까이 보여 문수골 방향으로
내려갔다. 고로쇠를 채취한 호스와 무수한 산토끼의 흔적을 따라 골짜기를 내려오니 밤재 마을
이다. 오늘 산행은 무릎이상으로 눈이 쌓여 가끔 길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멧돼지와 산토끼의
흔적을 따라 산행로를 찾게 되고 지난밤 멧돼지의 러셀 덕에 무릎까지 빠진 눈길을 헤쳐 나갈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런가. 말없는 동물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숲을 알게 되는 산행이
되었다. 밤재 마을 입구에서 구례읍으로 가는 인심 좋은 운전자의 포터 차량를 얻어 타고 고마운
마음으로 차비는 초코파이 두 개와 기름값에 보태라며 만 원을 주고 새해의 첫 산행을 다녀온다.
▲ 이하 사진으로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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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주유소 입구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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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 저수지와 섬진강 너머 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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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가 떨어진 형국의 금환락지(金環落地)의 토지면 오미리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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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면 하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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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62928464D6476A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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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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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 마을 뒤편의 전망 좋은 곳에 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섬진강과 오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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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왕시루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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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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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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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밭재에서부터 눈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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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을 눈 위에 얹혀 놓고 연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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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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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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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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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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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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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석대,노고단,반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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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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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츠가 없이 수북이 쌓인 눈을 헤쳐 나갈 것을 생각하면 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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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이 더 멀리 보이는 것은 눈쌓인 길을 헤쳐 나아가야 하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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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와 연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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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산죽이 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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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토끼해인지 아는지 토선생의 발자국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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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를 따라 내려와 맨 처음 보이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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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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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 마을 입구에 거대한 바위가 있다.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패츠도 없이 허벅지까지 눈이 쌓인 능선을 걸으시다니... 겨울산에 스패츠와 아이젠은 필수죠. 눈이 오던 안오던 늘 배낭에 넣고 다니셔요. 발이 시렵기 시작하면 대책 안섭니다. 모자를 써도 젖은 등산화는 안마르니까요. 자칫 동상이라도 걸리시면 안되잖아요. 기왕 준비하시는거 좋은 걸로 준비하시면 몇 년은 쓰실겁니다. 싸구려사시면 1년밖에 못쓰거든요.
저도 호남정맥 야산 능선을 걷고왔는데도 허벅지까지 쌓인곳을 선두에서 러셀하며 진행하느라 혼쭐이 났었는데, 지리야 오죽하겠습니까...
항상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히어리님의 정성어린 조언을 잘 새겨 듣겠습니다 호남정맥을 타면서 모든 것을 챙기는 히어리님의 수고로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같이 산행을 하지는 않지만 늘 배려하는 님의 모습을 배웁니다.비록 자주 뵙지 못하지만 언제나 히어리님의 모습을 본 받고 있습니다.고맙습니다.
올려주신 산행기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무일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배웁니다.. 항상 안전 산행 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갈매기 조나단님의 칭찬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군요.저한테 배울 것이 있었나요? 부끄럽고 부족할 뿐입니다. 마음을 베풀어 주시는 갈매기조나단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아무도 선등하지않는 겨울산 등로는 너무 힘들어서 좀 그렇드라구요~ 무일님 참으로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방장님 말씀따라 스페츠와 아니젠은 겨울이 지나도 베낭속에 들어있어야 할 필수장비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눈 쌓인 겨울 산행은 앞서간 이의 고마움도 느끼고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반가운데 산을 내려오면 마음은 곧 각박해집니다.그래서 늘 산에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영구 형님의 격려에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