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포스/한창옥-
첫 경험을 앞둔 설레는 본능처럼
근육 솟은 불길을 한없이 뿜어댄다
풀무를 차려놓고 형식을 벗어버린
바람도 먹혀버리는 용광로에서
달빛도 파리하게 겁먹게 하는 불꽃
그렇게, 불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사랑에 빠져서
제 아픈 줄 모르고 더 뜨겁게 차오른다
수백 번 담금질로 연장들은 초승달처럼
검푸르고 예리하게 연마되어 날렵해진다
끈질기게 흘러내리는 뜨거운 액체들
어설프지 않은 동작은
또 다른 징표가 되어 온몸이 번쩍인다
끝이 보이지 않던 녹슨 겨울, 봄을 녹이고
모질게 굳어버린 보잘 것 없는 헛것을
하나 둘 녹여주고 있는 대장간 포스
-한창옥 詩, 시집(해피엔딩) (포엠포엠,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