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엄마 좀 도와주세요." 한 아이가 교실에 들어오지도 못한 채 문 밖에서 울며 이야기 합니다.
소영이(14)는 어릴 적부터 만성 소아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몇 번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곤 합니다. 당뇨가 너무 심해 혈당 관리가 필요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요구르트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소영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영문인지 엄마를 도와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아빠는 도박·술 중독 가정 안 돌봐 엄마보다 더 위험한 딸, 눈물 호소 유방암 확진에도 치료비 마련 막막
소영이 엄마는 도박과 알코올에 빠진 남편과 살면서 하루 2∼3가지 일을 하며 가족 넷을 책임졌습니다. 아빠는 제대로 일을 하거나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소영이 치료비까지 도박으로 탕진해버렸습니다. 엄마는 이혼을 요구했지만 끝끝내 합의를 해주지 않아 10년째 별거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식당벌이로는 소영이 치료비와 아들 학비,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자녀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여느 날처럼 씩씩하던 엄마에게 몇 해 전부터 원인 모를 질병이 찾아왔습니다. 자궁에 문제가 있어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빌려 급히 수술을 했지만, 이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슴에 멍울이 잡히면서 유방 질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다시 병원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다 해도 치료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내려앉은 엄마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소영이가 또다시 쓰러졌다는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빗길인지도 모른 채 달려가던 엄마는 '쿵!' 소리와 함께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낙상 사고로 엄마는 허리와 어깨, 다리가 심하게 골절돼 집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병원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방 질환까지 겹쳐 스스로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내 당뇨 치료비 때문에 엄마가 병원을 가지 않아요. 전기도 다 끊기고, 방세를 못 내서 집 주인 아줌마는 나가라고 하세요."
반복된 설득 끝에 엄마는 병원에 가서 유방암 확진을 받았습니다. 종양이 전이되지 않아 충분히 수술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장 수술비용에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까지 필요하다는 의사 말에 엄마는 이내 치료를 포기해버립니다. 엄마에게는 소영이의 당뇨병 치료비용이 더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가족 뒷바라지로 살아온 엄마를 위해 자신의 당뇨는 도와주지 않아도 좋으니 엄마를 살려 달라는 소영이의 외침. 세상의 따뜻한 도움으로 이 가정이 회복되는 기적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