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해랑길 이어걷기는 초가을의 걷기 좋은 길을 다녀왔습니다.
9월 중하순이니 이제 가을로 가는 길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서다 다시 들어와 긴팔 자켓을 걸치고 집을 나섭니다. 어느새 아침.저녁은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함이 배어나는 초가을 걷기길이였습니다.
지금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더군요. 매월 한번씩 정기적으로 길을 나서며 계절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난달 푸른 벼이삭 위를 흐르던 바람은 누렇게 익어가는 알곡을 흔들어 사삭거리며 이삭을 맴도는 듯하고, 시원함이 묻어나는 바람은 부드럽기까지 해 걷기에 최적이야 하는 소리를 여러번 나누었답니다.
걷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서 하는 고생스러움을 행복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걸음 횟수가 더해 갈수록 걷는 맛의 깊이도 점점 더해져 가는 듯 싶습니다.^^
간밤 자정에 출발한 버스가 밤새 달려 신안군 매당리마을에 도착해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 해 뜨기 30분 전, 주변이 어스름한 시간 걷기를 위해 25코스 출발점에 섰습니다. 요즘 선선한 새벽걷기에 다들 푹 빠지셨나 봅니다.^^
▶서해랑길 신안 25코스 : 매당노인회관~신안젓갈타운 / 16.7km / 5.5시간 / 보통
- 해안선을 따라 갯벌과 붉은 황토밭으로 이뤄진 마을길을 걷는 코스
관광포인트
- 습지보전이 잘 되어있는 삼천년의 역사를 가진 서해안의 갯벌
- 갯가 옆 넓게 펼쳐진 '태천염전'
- 김유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 '연계사'
벌써 주변은 붉은 여명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간들어지듯 작아진 초승달이 들어갈 채비를 합니다.
어둑어둑한 마을길을 출발합니다.
걷기 방향 뒤편에서 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일출을 등지고 걷는게 아쉽더군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들 촬영모드 ~
엘사님이 가르치는 찻길 쪽을 바라보니 잘 생긴 당산나무가 붉은 밭고랑과 어우러져 또 다른 멋진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갯벌에 햇살이 비추며 갯골이 아름다운 유선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을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는 농로를 옆에 두고 새벽걷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직 파종되지 않은 맨땅의 붉은색 적토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하모니입니다.
일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검은 구름에 어린 핏빛 같은 짙은 붉은 빛이 특이합니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뭔가 분출되는 듯한....?
이 사진 본 태보이님이 한 마디로 간결하게 표현해 주시네요. "성난 일출 같네요"...동의합니다.^^
이런 풍광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 뒤로 출발하며 보았던 당산나무가 서 있네요.
걸으며 계속 뒤를 돌아봅니다. 해가 점점 올라오며 변해가는 구름 변화가 궁금해서요~
길 방향이 바뀌며 일출 포인트가 마을 뒤로 사라집니다. 여명에 물든 하늘빛 아래로 시선이 내려옵니다.
농부들의 부지런한 아침은 진작 시작되었네요. 곳곳에서 스프링쿨러가 바빠 돌아갑니다.
바다와 잇다은 붉은 여명빛 아래 초록빛 배추밭이 어우러진 신선하고 촉촉한 아침 풍광이 참 아름답습니다.
배추 포기가 만들어져 가는 강렬한 성장의 힘, 삶의 환희가 느껴지는 아침 풍광이 참 아름답습니다.
배추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이곳에 서 있습니다. 아름다운 초록빛 세상이네요~~
성깔있어 보이던 붉은 빛의 일출 전령들은 사라지고, 드뎌 강렬한 진노랑 태양빛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쉽지만 여기까지만 실시간 일출 중계를 마치고 선두와 거리가 벌어져 일출과 작별입니다.
다시 방향을 바꾸며 일출은 보이지 않고 마을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침 햇살이 대지 위에 어리는 시간, 빛을 받아 각각의 색을 드러내며 잠에서 깨어나는 대지의 아침이 경외롭습니다. 강렬한 생명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저 또한 자연의 일부분으로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음이 감동스럽습니다.^^
도로까지 흘러넘치는 물줄기를 피하지 않고 맞으며 걷습니다. 물줄기를 맞고 싱싱하게 잎을 꼿꼿하게 세우는 배추처럼 저도 물줄기를 맞으면 다시 꼿꼿하게 설수 있을까요??~~^^
다시 꼿꼿함을 기대할 수 없는 떠나간 청춘이지만,,,,,
저기 싱싱하고 발랄함이 가득하던 아름다운 빈 길에 홀로 서 있던 그 순간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왠지 요란스러운 것 같은 배추밭을 지나 제방길로 접어 듭니다.
희미한 반영이 깃든 물이 빠진 갯벌은 언핏 보기에 차분한 아침 풍광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지켜보면 이 갯벌은 더 치열하고 바쁜 아침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발소리에 놀라 제 집 찾아 숨느라 바쁜 갯벌 생물들의 분주함을 즐기며 걷습니다^^
일출 돌아보며 걷느라 한동안 벌어졌던 선두와 쉼터에서 합류합니다.
사진에는 아직 어스름한 빛이 남아 있고, 회원님들 얼굴에도 아침의 푸석함이 느껴집니다.^^
그럼, 다같이 다시 출발~~
걸음을 놓는 순간순간 지나치는 모습은 멋없이 딱딱하고 각진 시멘트 제발길이라고만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갯벌을 따라 걷다가 도로 위로 올라옵니다. 우리가 걸어온 제방길을 바라보며 가까이 걸을 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보냅니다.
제방길과 부딪쳐가며 가까이서 걸을 때는 멋 없고 감정없어 보이던 시멘트 덩어리 같던 그 길이 멀리 떨어져 전체를 바라보니 아름다운 유선을 가진 리드미컬한 길이였네요.
우리네 삶도 그런거 같구나 하는 생각이 연이어 찾아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복작복작일 때는 알아보지 못했던 가까운 사람의 아름다운 장점이 멀리 놓고 바라볼 때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는 것도 같은 이치일까??~~^^
아침 햇살이 내리쬐며 바빠진 대지의 생명들 만큼 제 머릿 속도, 핸폰 카메라를 누르는 제 손도 바빴던 아침입니다.
이제 해가 수평선을 벗어나 쑥 올라왔으니 저도 이제 일출의 몰롱함에서 벗어나 바삐 걸음의 속도를 올립니다~~ㅎㅎ
낮은 언덕을 지나고~
황금벌판을 향하는 들녘길도 지납니다.
선두는 논자락을 돌아 벌써 콩알만 하게 앞서가시네요.
근데, 가던 길 다시 되돌아 오시는군요.ㅎㅎ~
알바 덕분에 멀어졌던 거리는 좁혀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실루엣의 모습은 점점 커지고~~
이제는 저도 일행에 합류하는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 또한 삶의 한 단면들이겠지요? 이 아침 말도 안되는 개똥철학 같은 말들을 여기저기에 엮어서 겁도 없이 마구 쏟아내네요.ㅎㅎ~~
잠시 차로를 따라 걷습니다. 지난달부터 건너편 풍력발전기 주변을 빙빙 돌고 있습니다.
여명의 아침도 끝나갑니다. 참 선선한 아침길에 꿈결같은 길을 걸어 왔네요.
'지도' 가 건너다 보입니다.
19코스부터 시작되었던 서해랑길 무안 구간이 25코스 중반부에서 연육교를 건너기 전 신안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뀌네요.
저도 그림자와 함께 신안군의 지도로 건너갑니다~~~^^
앞서 가던 일행이 갑짜기 사라졌다했더니 왼쪽 옆길 펜션 마당으로 들어오셨군요.
일어나세요 연육교만 건너면 아침 식당입니다~~~^^
무안군과 신안군 지도를 연결하는 연육교입니다. 지도는 연육교로 인해 육지섬이 되었습니다.
건너편 언덕 위 11시 방향에 보이는 흰색집이 아침을 먹을 중국집입니다
25코스 7.3km 지점, 아침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신안군 철판중화요리 식당입니다.
카페가 자리하고 있음직한, 전혀 중국집이 위치할 것 같지 않은 장소에 있는 전망 좋은 식당입니다.
아침은 주변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혹시나 싶어 중국집 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준비가 가능하다하네요. 거기에 면 음시 말고 국밥도 가능하다합니다. 앗싸~~~ㅎㅎ
취향에 따라 삼선국밥, 쟁반짜장, 삼선짬뽕을 주문했습니다.
저는 삼선국밥입니다. 짬뽕 국물에 순두부를 넣은 거 같습니다. 칼칼하고 오징어를 비롯 해물도 많이 들어가 국물이 진하고 양도 많고 걸쭉하고, 가성비 갑입니다.
더 좋았던건 각자의 솥밭이 나옵니다. 밥이 어찌나 고슬고슬하고 구수하던지 밥맛에 매료되었답니다.
국물도 맛나고, 밥도 맛나 냉면 그릇에 가득하던 양을 거의 다 비웠습니다. 회원님들도 맛나다고 많이 좋아하셨네요.
추천합니다.
신안군 중화철판요리&카페. 061-261-7890. 신안군 지도읍 자동리 420-1.
중화요리집에서 카페도 겸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전망이 딱 카페 포스입니다. 안하는게 이상할 정도이지요.
실내 인테리어로 멋을 내지는 않았지만 모기장처럼 쳐 놓은 칸막이를 통해 불어오는 바다 바람이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을 정도랍니다.^^
아침 식사를 기분좋게 마치고, 25코스 남은 9.4km를 이어 걷습니다.
자동리 제방길을 따라 갑니다. 제방길은 벌초 작업을 하지 않아 풀을 헤치며 걷기가 어려워 제방뚝 아래로 내려서 좁은 사잇길을 걷는데 아주 좁은 구간도 있어 꽤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신경을 곤두세워 제방뚝을 걷다 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니,,,,,파랗게 변신한 하늘에 흰구름이 발사된 듯 하늘 가득히 퍼져 나가는 모양입니다.
제방길을 벗어나 누런 황금들녘에서 보아도 멋지고~
저수지에 반영된 그림자도 멋집니다.
멋지다~ 아름답다~를 연신 말하며 걷습니다.
이 아침은 모든게 아름다워 보입니다~~~ㅎ
봉황산 자락을 따라 들어선 마을을 지납니다.
소소하고 정겨운 농촌 풍경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더 반갑습니다.
살짝 언덕을 이룬 마을 뒤길을 벗어나면~,
걸어왔던 제방길도 조망되고~
곧이어 오른쪽 산길 임도로 접어 듭니다.
토로 기다려주시는 두 분, 막간을 이용해 엉킨 리본도 풀어주고~~^^
숲길로 접어들며 모싯대꽃도 한 그루 보고~
며느리밥풀꽃도 진하게 만났습니다.
숲길로 들기 전 휴식 중 일행도 만나고~
가까이 다가서니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요즘 걷기에 빠지신 제일님, 길수니님 얘기와 티카타카가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주십니다.^^
휴식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다시 걷기 시작~
제법 경사가 깊은 임도길을 한 모퉁이 올라섭니다.
오늘도 태보이님께서 선두에서 길을 잡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렬걷기를 뒤에서 바라보노라면 늘 아름답고 흐뭇한 느낌입니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경사도는 다시 누그러져 완만한 임도길입니다.
무안 쪽에서 부터 바라보고 걷던 풍력발전기가 이거였나? 아, 저는 왜 이리 방향치인지~~^^;;
어쨌거나 아름다운 황금 벌판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지도' 섬의 낮은 봉황산, 선황산 임도길을 가로질러 지도대교로 이동합니다.
칡덩굴이 온통 산을 뒤덮었네요~
걷기 편한 임도길~
시원하고 간지럽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곳에서의 휴식은 꿀맛~~
갈퀴덩굴, 벳지라고도 부릅니다. 청색의 느낌이 더 강한 보랏빛이네요.
임도를 내려온 길은 제방길로 이어집니다.
이 구간은 특히 바람이 하일라이트였습니다.
한쪽에는 갯벌~
한쪽에는 유난히 더 노랗던 들녘~
그 길을 가르며 유유히 걷는 우리들 걸음~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길게 뻗어 나온 구름은 지금 흐르는 바람의 방향을 말해 줍니다.
적당한 속도로 불어오는 바람,
적당한 하늘과 구름~
적당한 온도~
적당히 스치는 부드러움~
적당히 익은 벼이삭~
적당한 걸음 속도~
모든 게 적당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이 다 적당히 좋아서
적당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 발길을 멈추고
적당히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바람길이였습니다.^^
25코스 종점 신안갯벌타운 도착.
젓갈 사러 가셨던 분들만 따로 인증샷~
점심은 지도읍의 선희네식당
밑반찬과
생고기비빔밥. 고기양이 많네요.
그리고, 청국장찌개.
맛나게 먹고 26코스 출발점으로 이동합니다.
첫댓글 차박한 후 출발하여
어둠을 가르고 미명을 지나
일출을 보며 걷는 길~~
기억을 더듬어 보며 부러워합니다 🤣
우리는 폴짝폴짝 물피하기 놀이하며 지나왔네요. 둘이 깔깔대고 웃었네요.
자꾸 뒤돌아보며 걷게되던 해돋이와 함께 걷기! 너~~무 좋았더랍니다~^^
하루 종~~일! 참으로 행복하게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