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총 Webzine] 제임스웹 망원경 발사 6개월, 베일을 벗는 우주의 신비- 제5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이윤배]

제5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의 첫 공식 관측 이미지가 지난 7월 12일 공개됐다. 새롭게 공개된 은하단의 이미지는 아직 미지의 세계에 남아있는 우주에 대한 도전과 탐험을 갈망하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NASA는 “이번 JWST 발사는 빅뱅 초기의 우주 모습을 관찰하고, 별과 은하계의 생애주기를 관찰하는 한편,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찾는데 그 의의가 있다”라고 발표했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궁극의 지능형 시스템을 갖춘 가장 큰 규모의 우주 망원경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의 합작으로 2021년 12월 25일 발사됐으며, 약 100억 달러(약 10조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됐다. JWST의 이번 관측은 최첨단 천문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류의 새로운 눈’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되는 제임스웹 망원경의 현주소와 우주로부터 온 이미지에서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특징 및 천문 현상, 그리고 이 현상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범국민적 관심이 기우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와 국민생활과학자문단(단장 정진호, 이하 자문단)은 지난 1일 ‘제5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온라인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발제를 맡고, 손미현 서울 무학중학교 교사가 진행자로, 이규호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4학년 학생(천문동아리 KUAAA)이 패널로 참가해 대담을 이어갔다.

JWST 망원경의 구조와 최초의 ‘셀카’ 그리고 대표 이미지 분석

발표 시작과 함께 양유진 연구원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주경(主鏡)의 크기가 6.5ｍ인 커다란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라 정의하며 앞으로 20년간 태양-지구 L2 지점에서 태양계를 공전하며 훌륭한 우주 사진을 전송하고 새로운 발견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JWST가 지난 7월 처음으로 공식 관측한 컬러 사진에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빛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양 연구원은 “빛은 파동이며, 길이가 긴 순서대로 라디오파(전파)-마이크로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γ(감마)선으로 나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가시광선 중 빨간색보다 더 바깥쪽, 즉 더 긴 파장의 ‘적외선’이 바로 제임스웹이 관측하는 파장이다”라고 설명했다. JWST는 가시광선 끝자락에 있는 0.6 마이크론(㎛)⁕부터, 중적외선 정도인 28.5 마이크론(㎛)까지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머리카락 두께가 보통 약 100마이크론(㎛)이므로, JWST가 관측할 수 있는 빛의 파장은 머리카락 두께의 1/3~1/200에 해당하는 파장이다.

⁕마이크론(㎛) : 1mm = 1,000μm (마이크로미터 or 마이크론)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왜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할까? 양 연구원은 “적외선은 가시광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준다. 적외선 영역의 파장은 불투명한 검은 비닐 속의 물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라면서 또한, “우주 공간은 팽창하고 있기에, 멀리 있는 은하에서 나온 빛은 우주의 팽창으로 파장이 늘어나는 ‘적색이동(red shift)’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의 은하를 관측하는 데에는 적외선 사용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양 연구원은 JWST의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JWST의 주요 부품들은 크게 ‘우주를 관측하는 쪽’과 그 반대 방향인 ‘태양 쪽’에 배치되어있다. 우주를 관측하는 방향에는 가장 큰 주경(主鏡)인 1번 거울과 부경(副鏡)인 2번 거울, 태양 차단막, 관측기기가 있고, 태양을 향하는 방향에는 별 추적기, 위치‧자세 제어기, 태양전지판, 통신안테나 등 실용적인 기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JWST의 가장 큰 특징은 1번 거울(주경)인데, 이 거울은 총 18개의 육각형 모양의 작은 조각 거울로 이뤄져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캡톤’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태양 차단막이다. 다섯 겹으로 이뤄진 이 차단막은 총길이 22m로 테니스 코트와 맞먹을 정도로 크지만, 굉장히 얇고 열을 전도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태양을 바라보는 방향은 110℃까지도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반대쪽인 우주를 관측하는 방향은 영하 223℃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양 연구원은 “JWST를 그대로 우주에 올리기는 불가능해서, 종이 접듯이 차곡차곡 접어 발사하고 우주 공간에서 펼치는 방식을 채택했다”라며 “발사된 다음에는 한 달에 걸쳐서 ‘L2’라는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차단막을 펴고 주경과 부경을 여는 작업이 진행됐다”라고 덧붙였다.

L2(제2 라그랑주 지점) 지점은 지구로부터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의 5배에 해당하는 약 150만km 떨어진 곳인데, 태양의 중력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으로서 JWST가 안정적인 궤도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양 연구원은 “태양, 지구, 달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것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멀리 보낸 것이며, 망원경은 항상 태양을 등지고 관측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L2 지점에 도착한 JWST는 이후 6개월간 시험 가동을 하면서 소위 ‘셀카’를 찍었다. 이 최초의 셀카는 총 18개의 조각 거울로 이뤄진 JWST의 주경을 정렬하는 데 필요한 작업이었다. 주경이 18개의 조각 거울로 이뤄져 있어서 별 하나를 촬영해도 18개 거울 각각이 빛을 반사하므로 별 하나가 마치 18개인 것처럼 분할 촬영되기 때문이다. 하여 먼저 별 하나를 촬영하고, 그렇게 얻은 18개의 이미지를 각기 어느 조각 거울에 해당하는지 찾은 다음, 각 거울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18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합쳐서 하나의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하면, 마침내 별을 촬영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아울러 JWST에는 미세 추적 카메라를 비롯해 정밀 추적 센서 근적외선 영상 분광기, 근적외선 카메라, 중적외선 기기, 근적외선 분광기 등 빛을 분석하는 총 4가지 관측기기가 실려있다. 양 연구원은 “(JWST가 보내 준) 우주 이미지를 감상하는 방법은 먼저 이미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NASA가 공개한 이번 이미지는 전 세계 최고의 천문학자들과 최고의 그래픽디자이너들이 작업하여 범인(凡人)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라고 밝히며, 일반인들도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도록 5장을 선별하여 배경지식과 함께 설명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사진은 ‘SMACS(스맥스)0723 은하단’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양 연구원은 “이 사진은 한 곳을 멀리, 오래, 깊이 들여다본다는 의미의 ‘딥 필드(deep field) 이미지’이다. 사진에서 하얀색으로 보이는 은하들은 42억 광년 떨어져 있는데, 이런 은하들의 군집을 은하단이라고 부른다. 또 동심원 형태로 흩어져, 빨간색으로 길게 보이는 배경 은하들은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얻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관심을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때 ‘중력렌즈 효과’란, 아주 멀리 있는 배경 은하 앞에 우연히 하나의 은하단이 존재하면 배경 은하에서 오는 빛들이 일반 상대론에 따라 휘게 되고, 신호가 확대‧증폭되면서 빛이 5~10배 밝아지는 효과를 지칭한다.

▶ NASA 제공 이미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면 멀리 있는 은하를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중력렌즈 현상과 JWST를 이용하면 가능한 가장 멀리 있는 우주의 빛까지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JWST는 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같은 필드를 방문하여 분광 관측을 한 후, 빛의 스펙트럼을 찍는다. 이 스펙트럼이 얼마만큼 적색이동(red shift) 됐는지를 측정해서 은하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라면서 “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은하 중 가장 멀리 있는 것에 속하는 131억 년 된 은하도 발견했다”라고 보고했다. 이어서 별의 탄생을 보여주는 ‘우주의 절벽’이라는 용골자리 성운의 사진과 별의 죽음을 보여주는 남쪽 고리 성운의 사진도 소개했다.

아울러 양 연구원은 “JWST에서 가장 기대되는 분야가 외계행성 분야이다. 외계행성은 워낙 어두워서 그 자체를 찍을 수 없기에, 배경 별을 이용해서 투과 스펙트럼을 얻는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WASP-96(별)을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을 때의 스펙트럼을 찍고, 다음으로 그 주위를 회전하는 WASP-96b(외계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의 스펙트럼을 찍어서 비교하면, 외계행성의 대기가 별의 빛을 흡수하는 정도를 알 수 있다. “이때 분석된 파장대는 수증기가 굉장히 좋아하는 파장이다. 고로 여기에 빛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 행성에는 물이 많이 있다는 증거이다”라고 전했다. JWST는 앞으로도 L2 지점에서 헤일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추진연료를 다 소진하는 20년 정도 뒤까지 활동하면서 다양한 관측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양유진 연구원 발제 "JWST 망원경의 개요 및 분석"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찍은 우주 사진이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까?

뒤이어 손미현 교사와 이규호 학생의 질문과 함께 대담이 이어졌다.

Q. 보통의 우주 망원경보다 JWST에 더 긴 기간과 큰 비용이 소요된 이유가 무엇인가?

A. JWST에 사용된 기술이 기존에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들이어서 개발 기간이 길어졌다. 또한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였기에, 절대 실패하지 않도록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할 때마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Q.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촬영한 사진이 어떻게 우리 눈에 보이는가?

A. 삼원색(RGB)의 필터를 놓고 각기 사진을 찍은 다음, 3개의 이미지를 합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각기 다른 파장에서 찍은 우주 사진들을 각기 다른 색상에 배치한 다음 합성하여 이미지를 도출한다. 실제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일 수 있도록’ 색깔을 입혀서 가짜 색깔(false color)을 만드는 것이다.

Q. 우주의 많은 천체 가운데 JWST의 첫 관측 대상으로 5개 천체가 선정된 배경은?

A. 천문학자들은 JWST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초기 우주의 근원, ∆은하의 진화, ∆별의 일대기, ∆외계행성의 4가지 큰 테마를 선정했다. 추측하건대 5개의 사진은 기존 관측 데이터가 존재하는 천체들로서, 예전 자료와 비교해보며 얼마만큼 제임스웹이 더 훌륭한 발견을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고른 것 같다.

Q. 제임스웹 망원경의 거울과 관측기기들이 영하 220℃에서 차갑게 유지되는 이유는?

A. 태양, 지구 등에서 나오는 적외선 외에도, 망원경 자체의 탐지기와 거울에 자체 온도가 있어 강력한 적외선을 내뿜는다. 그 양은 온도에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에, 적외선 촬영을 할 때는 최대한 주변의 기기까지도 냉각을 시켜줘야 한다.

Q. 제임스웹과 관련된 연구가 200여 개가 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연구가 있는지?

A. 초기 우주에 관련하여 수십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연구하는 진정한 딥 필드(Deep Field) 분야, 외계행성 분야, 은하의 진화 및 별의 일대기 분야, 목성이나 토성 등의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들 그리고 블랙홀 관측 분야 등이 있다.

Q. 위 연구 등에 참여할 방법은?

A.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Guest Observer’ 프로그램의 경우, 공개 경쟁을 통해 제안서를 모집한 뒤, 동료평가로 선정한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지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연구할 수 있다. 또한 JWST는 관측 시간이 공개돼 있으므로, 데이터를 미리 내려받아 검토해보고 연구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양 연구원은 대담을 마무리하며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국내 독자 발사한 우주 망원경은 근적외선 탐사 관측 망원경인 니스(NISS)가 있는데, 그 성능은 JWST에 비해 미약하다. 하지만 현재 미국-한국이 공동으로 스피어엑스(SPHEREx) 탐사 관측 망원경을 개발 중이다. 스피어엑스는 약 3,000억 원의 예산으로 적외선 파장대를 이용하여 전천(全天)을 넓고 얕게 관측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며, 흥미 있는 미지의 천체들을 추가 관측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전하며 이번 토크 라운지를 마무리했다.

▶패널 토론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