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마냥 귀엽지만은 않은 우리 우진이에게
안녕, 마이 베이비! 오늘도 잘 지냈지요? 라고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오전 9시잖아. 오늘 하루도 잘 지내자! 벌써 마지막 종교 편지가 되어버렸네. 손편지, 인편, 종교 편지 중에 어느 게 제일 힘이 됐어? 종교편지에 사진을 3장씩 넣을 수 있어서 이게 가장 좋았으려나. 나도 쓸만한 사진 고르려고 오랜만에 갤러리도 쭉- 훑어보니 재밌더라. 아쉬운 건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이 몇 없다는 거야. 앞으로 카메라 자주 들이대야겠다. 포즈 취해주세요. 하나, 둘, 셋, 김 - 치!
UCC 편지 해보고 싶었어. 훈련소 기간 끝나기 전에 꼭 할 생각이었고. 근데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3월 7일 목요일 기준 목소리가 안 나와. 아니, 나오는데 줄담배 한 갑 핀 사람마냥 걸쭉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걸쭉한 목소리를 들려주기가 좀 뭐하더라고. 나 나름 애교 왕 짱 많은 햄스터인데! 아쉽다. 다른 사람들 영상 보면서 부럽다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 우진이에게 부족함 없이 뭐든 다 해주고 싶었는데... 힝구리퐁퐁... 일단 감기나 빨리 나을게. 오늘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도 잔뜩 받아왔어. 진짜 잘 챙겨 먹을 거야. 우리 데이트해야 함!
내가 준 편지 어떻게 보관하고 있어? 사실 소포 보낼 때 A4 클리어 파일(핑크색) 보내려고 했는데 괜히 걸려서 벌점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안 넣었거든. 보낼 걸 그랬나. 손편지에, 인편에, 종교 편지에, 사진에, 뉴스 기사들까지... 챙길 게 많겠다. 우리 우진이가 알아서 잘하겠지~ 본격적으로 편지 스따뚜합니다.
짠! 앞머리있는 김지수는 낯설지? 사실 나도 낯설어. 앞머리 깐 머리만 고집하다가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큰마음 먹고 잘라봤는데 너무 어려 보이는 거야. 이래 봬도 나이 23살이나 먹었는데 고딩처럼 보이면 안 되지. 결국 다시 머리를 기르게 되었지. 앞머리가 생기면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아. 아침마다 앞머리 뽕(?)도 넣어줘야 하고, 주기적으로 잘라줘야 하고, 비 오는 날에는 축축하게 가라앉지 않게 관리해 줘야 하고. 그치만 우진이가 자르라고 하면 자를 의향 있음! 귀여운 누나가 좋다고? 말만 해. 데이트 가는 날 확 잘라버릴 테니!
이 패딩... 폰 케이스... 폰 스트랩... 다 우진이가 본 거다. 많이 본 거지? 우리 성심당 갔을 때 명란 소스 이곳저곳 다 묻어서 너무 심란했는데 우진이가 물티슈 사 와서 벅벅 닦아줬잖아. 그때 드라이클리닝 맡기고 깨끗해졌는데 오늘 또 커피 흘림! 교수님께서 "왜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커피를 흘려~ 엄마 속상하시겠다~"라고 하셨어. 네... 제가 너무 속상해요... 나는 흰옷을 입으면 안 되는 걸까. 똑땅해(힝구리퐁퐁)...
케이스티파이 케이스 보고 우진이가 뭐라 했더라. 부자 케이스? 이런 느낌의 워딩이었는데. 그때 물의 색 전시회 뒤편에서 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할 때였지? 맞아? 내 기억이 맞았으면 좋겠다. 우진이가 멍뭉이 커플 케이스 선물해준 이후 계속 그것만 끼고 있어(스페인 갔을 때 빼고...). 이런 재질의 케이스는 처음 써보는데 오염이 안돼서 좋은 것 같아. 아직도 깨끗함! 마음에 들어~
확실히 홀쭉해졌죠? 얼굴이 요따시만해. 머리 스타일도 달라! 우진이는 처음 보는 스타일이겠다. 어때? 약간 차도녀 같아? 서울 살아도 될 것 같아? 그래, 서초구청 손잡고 가자. 이때는 나름 살 뺀다고 소식하고 운동하고 관리하던 때야. 지금이랑 15kg 차이 나네. 히히... 웃을 때가 아닌 것 같지만 웃어볼게~ 그때는 왜 내가 예쁘고 말랐다는 걸 몰랐을까. 조금 더 자존감 끌어올려도 됐을 텐데 말이야.
저 목걸이 지금도 하고 있는 똑같은 목걸이야. 어떤 친구가 군번줄 같다고 해서 충격먹었잖아. 군번줄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우진이도 있어? 다음에 기회 되면 한번 보여줘. 내 목걸이랑 얼마나 비슷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어!
충격이지. 나도 오랜만에 충격먹었어. 너무 말랐다 김지수! 이게 사람이냐! 근데 홀쭉이 김지수랑 통통이 김지수랑 느낌이 많이 다르지? 이때는 예뻤네. 이목구비도 나름 뚜렷한 것 같고. 나 핑크색 무스탕 있는 사람이야. 좀 노는 언니 같아? 크크크... 저 옷 아직 옷장에 걸려있어. 살 빼서 핑크 무스탕 입은 모습 예쁘게 보여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21년도면 내가 21살이야. 무려 우진이보다 어렸다고. 느낌 진짜 이상하지 않아? 우진이한테 "오빠~ 수업 끝나고 밥 사주시면 안 돼요?" 할 수 있는 꼬맹이 동생이야. 내가 2살 연하를 만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 주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야. "남자친구 몇 살이야?"라는 물음에 선뜻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 "2살... 연하야. 22살"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그치만 우리 우진이 다 컸잖아. 마냥 귀엽지만은 않잖아~ ㅋㅋㅋ 나는 우진이의 22살 모습도 좋아해. 나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에너지가 있거든. 연하 좋다고 홍보하고 다녀야겠다. 연하 좋아요! 다들 연하 사귀세요!
이 편지를 읽을 때면 3월 10일 일요일이고, 수료식까지 5일 남았겠다. 우리 우진이 너무 멋져, 대견해, 최고야! 만나면 폭풍 칭찬 해줄래. 누나는 우진이의 군대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니까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 너와 관련된 일들인데 재미없을 리가. 지금까지 달려오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우진이는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남은 기간동안 몸 조심, 건강 조심하고! 감기라도 걸리면 안 돼. 우리 하루 날 잡고 데이트 빡세게 할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나와! 플랜 A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훈련병!ㅋㅋㅋ 누나도 약 꾸준히 잘 챙겨 먹으면서 감기 나으려고 노력할게. 이따 13:30에 보자. 잘 지냈다고 전화로 재잘재잘 이야기해줘. 어제도 사랑했고, 오늘도 사랑해. 내일도 사랑할게.
From. 결국 포동하게 살이 올라버린 햄수터 지수 눈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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