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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배우 정윤희
추적자(追跡者)-43
“제임스입니다.”
“오! 제임스. 릭이요. 별일 없습니까? 지금 어디있오?”
“20948 의 지하실에 쏟아진 돌들은 양질의 다이아몬드입니다. 뉴욕의 보석 감정사가 지금
확인을 하였습니다.”
“와우! 굉장하군요.”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돌들을 어디로 가져갈까요?”
“오! 제임스. 제발 더 문제를 만들지 마시요. 나 지금 힘들고 골치 아파 죽을 지경이요. 날 끌고 들어갈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들을 강물에 던져 버려요. 그리고 잊어버려요. 조금 전 CSIS 에서 다 수거해 갔오. 여기는 깨끗이 정리되었단 말이요. 보고서와 어디에도 당신은 그 시각에 20948 에는 없었는데, 어디로 그것을 당신이 가져오겠다는 거요. 어차피 발견되기 전까진 주인없는 물건들이었오. 그것이 황금이든 다이아몬드이든. 아시겠오? 나머지 물건들에 대해 확인을 해 주었으니 그것으로 당신은 끝났오. 그건은 없었던 겁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총알 맞은 상처는 어떻습니까?”
“나는 리타이어해서도 이 방탄복은 집에 가져갈 생각이요. 총알이 탄성을 받기 전에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방탄복에 막혔으니 내가 살았오. 이 경험도 내가 가져갈 거요. 지금 한 손을 들 수가 없을 정도요. 그 부근이 천근같이 무겁오. 그런데 지금 어디에 있오?”
“도청되고 있지는 않지요?”
그는 생각을 하였다.
“아마 도청은 없을 거요.”
“지금 나이아가라에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뉴욕 최고의 보석 감정사로 부터 보석 감정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고했오. 다 필요 없오. 그것들은 없는 일이요.”
릭 경감이 의미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제대로 정년퇴직을 하고 싶을 것이다. 얽히고 설킨 문제를 새롭게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도 정년을 앞둔 공직자로서는 잘하는 처신일 것이다. 배울 것은 없지만, 이해하였다. 특히 경찰관으로서 정년퇴직을 한다면 그것은 각종 범죄와 유혹 속에서 바르게 경찰관의 길을 걸어왔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남은 삶의 보람이 될 것이다.
“두희. 너가 이것 보관해라. 그리고 그 작은 것 하나를 지금 곧 반지로 만들 수 있겠냐? “
“형. 이것들을 제가 보관해요? 괜찮겠어요?”
“그래. 너는 은행하고 동격이니까. 싸이즈는 내 중지로 하면 될 거다.”
그의 차 뒤편의 조그마한 붙박이 철제 금고에는 여러 가지 디자인된 빈 반지들이많았다. 모두가 10K 18K 금과 백금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총을 가지고 다니면 위험하지 않냐?”
나는 빈말이지만 궁금하여 물었다. 그는 운전석 밑에서 리볼버 38 구경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옆좌석앞 닫혀진 서랍을 열고 개머리판이 없는 반자동 총을 꺼냈다. 총신이 짧은 M18 KT 였다.
“걱정 말아요. 총기소지 면허는 가지고있어요. 값비싼 보석을 가지고 있는 여성 고객들은 가끔 집에 와서 세척이나 수리를 해 주길 바라지요. 그 요구에 부응하여 장거리를 다녀야 할 때는 소지하고 다녀요. 아직 사용한 적이 없지만, 영원히 없어야지요.”
그는 웃었다. 내가 알기로는 전혀 어두운그늘 속에서 살아온 삶은 아니었다. 자기가 하는 일은 성실하고 열심히 하며 주변과 가족을 잘 이끌고있는 가장 보통 사람이자 전문인이었다. 늘 욕심은 화를 자초한다. 그는 욕심에 대하여는 견제를 잘하고 있었다. 역시 좋은 놈이었다.
두희와 나는 나이아가라 횟집에 가서 오랜만에 둘이서 생선회를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주인이 한인 이민 1 세라서 선심도 좋았다. 손님은 적당하게 있어서 불편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며 늦은 점심을 생선찌개와 회 그리고 약간의 회덮밥으로 먹으며 그동안 삶을 간단히 이야기하였고 나는 두희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과정의 편 편을 들었다. 소설이나 영화 같았다. 결국은 대단한 놈이다.
두 시간 후면 쎄지로가 도착할 것이었다. 나는 두희와 헤어져야 했다. 우리는 레인보우 다리가 내려다 보이는 팀 하튼 커피점에서 더블 더블과 트리플 트리플을 두고 마주 앉았다.
그는 내게 바이닐 빽(Vinyl Bag)에넣어서 둘둘 뭉친 반지를 주었다. 좋았다. 아주 좋았다.
“형. 언제 뉴욕에 올 거요?”
“이번 봄에는 꼭 가야지 하면서 8 년을넘겼다. 내년 봄에는 꼭 갈 것이다. 또 만나야 할 사람도있는데…”
“그냥. 확 달려와요. 레인보우 브릿지만 넘으면 미국이잖아요. 언제든 넘어와서 전화만 해요.
지금처럼 달려 올게요.”
“고맙다. 조심해서 잘 가라.”
우리는 커피점에서 헤어졌다. 그가 먼저 나가고 몇 분 후 내가 나왔다. 그는 벤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가 떠나가는 것을 말리부 안에서 지켜보았다.
31.
그가 떠나가자 나는 Q.E.W. (Queen ElizabethWay)를 오르기 위하여 차를 북동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Q.E.W.를 오르자 핸들을 우측으로 돌려 동쪽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정상 속도로 가도 쎄지로가 도착하는 시간보다는 좀 일찍 공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쎄지로에게는 무척 고마운 마음이 가슴에 꽉 찼다. 자기의 직접적인 일이 아님에도 한마디 말에 거절없이 박인서 할머니를 모시고 캐나다의 토론토까지 오고있는 그 마음에 어찌 고마움이 들지 않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기의 것들을 버리고 오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며칠을 함께 있을 수 있는 한가한 여행이 아님을 알고 있을 텐데도…
Q.E.W.는 언제나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는 차량들로 붐볐다. 그러나 이 길 또한 나에게는 눈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디를 지나면 커브가 있고 어디쯤에는 도로를 지키는 경찰이 있다는 것을 환하게 알고 있는 곳이다. 내가 다운타운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나이아가라와 헤밀톤(Hamilton) 그리고 스토니 크릭(Stony Creek)의 샤핑몰(Shopping Mall)에도 역시 판매장을 가지고 있어서 한 달에 2~3 번은 다녔던 길이었다. 그때마다 말리부와 함께하였었다. 말리부는 캐나다에서의 내 삶의 동반자였다. 계기를 보니 130km/hour 가 막 넘고 있었다. 아직 말리부는 건재하였다. 흔들림 없이 안락감을 느끼도록 정숙한 상태로 잘 달리고 있었다.
Q.E.W.를 벗어나 다시 403하이웨이에 올라 20 분쯤 달리자 미국 디트로이터와 연결되어 서쪽 윈저시를 관통하여 동쪽으로 달려온 하이웨이 401 을 만날 수 있었다. 초겨울의 일찍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하이웨이 401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우측으로 핸들을 돌려 동쪽으로 힘껏 달렸다. 공항 입구로 진입하기 위하여 갈라지는 곳까지는 왕복 16 차선이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도로의 가로등은 불을 밝혔으며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전형적인 겨울의 밤이 시작된 것이다. 멀리 이그링턴(Eglington)에서 우측으로 빠져 공항으로 진입하라는 사인이 보였다. 그걸 놓치면 안 되었다. 아무리 많은 차량이 길을 막았지만, 그 길을 놓치지는 않았다.
어느 공항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피어슨공항도 역시 주차하기가 쉽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이다.
제대로 된 확장 계획을 만들어서 이행하지 않으면 계속 몰려드는 이민자들의 증가로 조만간 새로운 난관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는 5 층까지주차할 수 있는 주차 빌딩이 있지만 늘 꽉 차 있었다. 내가 왜 이리 툴툴거리는 것일까? 늦게서야 스스로 눈치챘다. 조바심 때문이었다. 3 층에 올라서니 럭서스가 후진등을 켜고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었다. 기다릴 이유없이 그 자리에 말리부를 넣어 주차하였다. 운이 좋았다. 바로 뒤로 여러 대의 차량들이 빈 공간을 찾아 줄을 만들어 배회하고 있었다. 이것은 비행기가 곧 도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이미 출구 앞 가드라인 뒤로는 많은 환영객이 모여 있었다.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많은 승객이 출입국 심사대와 세관심사까지 마치고 가방을 메고 들고 끌고 자동문이 열릴때마다 우르르 쏟아지듯 나오고 있었다. 나는 서두르고 있었다. 전에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자동문이 다시 양쪽으로 활짝 열리고 한때의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뒷 쪽에 쎄지로와 박인서 할머니로 짐작되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들이 나를 본 것 같았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쎄지로는 흰색캡을 쓰고 검은색 점퍼 그리고 회색 바지를 입었고 검정색 가죽 부츠를 신었다. 박인서 할머니는 한 손에지팡이를 잡고 있으며 흰색 패딩 재킷을 입고 아래는 회색 누비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두 사람 앞으로 많은 사람이 줄 서 나오려 하고 있었다. 곧 나 올 것이다. 그리고 인파에 싸여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도착한 공항 출구는 늘 이렇게 웅성대며 파도처럼 밀려 나왔다간 끼리끼리 모여 흩어지곤 하였다. 잠시 후 다시 자동문이 열리고 또 한때의 사람들이 출구를 빠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사람들 틈에 박인서 할머니가 있었다. 천천히 걸어 나오며 지팡이를 잡지 않은 한 손에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종이에는 ‘제임스 리’ 라고 한글로 쓰여 있었다. 쎄지로 글씨였다. 금방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놀랐다. 나는 가드라인을 넘어 달려가 박인서 할머니의 손에 든 종이를 잡았다.
“할머니. 제가 제임스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같이 온 쎄지로는 어디 갔습니까?”
“당신이 제임스 맞아요?”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았다. 아마도 비행기 안에서 쎄지로에게 내 모습을 들어서 확인하려는 것 일게다.
“예. 할머니. 제가 제임스 맞습니다.”
할머니는 안심하는 듯 뒤돌아 본 후 나에게 말했다.
“세관 직원이 잠깐 오라고 한다며, 나에게 이걸 써서 주면서 나가면 제임스를 만날 수 있다 하며... 곧 뒤따라 나온다고 했는데…”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가슴에 찼다.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캐나다 세관 직원들의 검색 방법이 이렇게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관 직원이 다시 물어 볼 정도의 의심나는 물건을 쎄지로는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됩니다.”
나는 할머니를 안심시키며 기다렸지만, 쎄지로는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를 두고 쫓아다니며 찾을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우선 할머니를 출구 맞은 편 유리벽에 놓여진 의자에 앉게 하고는 옆에서서 출구를 주시하였다. 진땀이 났다. 자동문이 몇 번 열렸다 닫혔지만, 쎄지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항 안내 방송도 없었다. 보통의 경우. 영어가 되지 않을 정도면 통역을 준비하거나 마중 나온사람을 부른다. 그때는 지체없이 상황을 방송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쎄지로는 오히려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고 있었다. 역시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 제가 들어가 봐야 겠습니다. 여기서 움직이지 마시고 좀 기다려 주십시오. 여기 제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동전 4 개도 받으십시오. 전화하고 싶으면 누구에게 부탁하십시오.
전화번호에 써 놓았습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필드 재킷 속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기억에 없는 번호였다.
“쎄지로?”
말이 없었다.
“쎄지로.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예요.”
그녀는 긴장하였으며 공포로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그곳이 어딥니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차 안인 것 같아요.”
쎄지로가 뭐라고 말하려다 중지되었다. 곧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제임스 리. 맞지요? 쎄지로는 우리가 잘 모시고 있습니다.”
이호규의 목소리였다.
“이호규! 왜 쎄지로야?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
“기억력이 좋군. 쎄지로를 데려가야 한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디스크를 가지고 36145 로
지체없이 와야 해. 알았나?”
쎄지로가 칼림교 요원들에 의하여 납치되었다. 그들은 공항 안에도 조직을 뻗치고 있었음이다.
그들이 어떻게 디스크에 대하여 알고 있을까 가 궁금했다.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수화기에서는 영어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레드플라워? 다른 놈이 전화를 넘겨받아 말했다. 아르 발음이 굴렀다.
“우리는 당신이 움스크에서 그 디스크를 입수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긴 말은 할 수 없으니 쎄지로를 구하려면 그 디스크를 가지고 와야 한다. 늦어도 30 분 내에. 당신은 그곳에서도 할 일이있다. 알겠냐?”
아크샤였다. 그가 공항 안에서 쎄지로를 납치한 것이다. 전화는 끊겼다. 그들은 트라팔가 로드 북쪽으로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디스크에 대한 확증이 없음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디스크에 대하여 모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게놈스키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믿어도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생각하기 싫은 잔인한 방법도 쓸 수 있는 놈들이다. 나는 크리스에게 전화했다.
“나다. 지금 곧 steele & airport road 의 페트로 캐나다에서 만나자. 가능한한 빨리 와.”
다시 릭 경감에게 전화하였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나왔다.
“제임스입니다. 쎄지로가 칼림교 요원들에게 공항에서 납치당하여 트라팔가 로드 36145 로 가고 있습니다.”
“케롤과 제레미 형사가 그곳 부근에 잠복하고 있오. 그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시오.”
“그들에게는 안 되겠습니다.”
“알겠오. 무슨 뜻인지. 내가 가겠오. 절대 무기는 소지하지 말아요.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I got it. Hurry up, please.”
이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들은 나를 잘 못 건드렸다. 쎄지로를 잘 못 택했었다.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불안해 하고 계시는 할머니를 뒷 자석에 모시고 피어슨 공항을 빠져 나와 바로 좌회전하여 북남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에어포트 로드로 접어들었다. 공항에서 나오면 길은 두 길이다. 하나는 나와 같이 에어포트 로드를 타고 북쪽으로 진행하다 스틸 스트릿을 지나 하이웨이 7 을 타고 서쪽으로 계속가서 트라팔가 로드를 만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공항에서 나오면서 우회전하여 5 분쯤 남쪽으로 달려 하이웨이 401 을 타고 서쪽으로 가서 트라팔가로드로 우회전하여 빠져나가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야간 운전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다. 크리스는 하이웨이 7 을 타고 왔다. 그의 에큐라 SXT 는 말리부보다 한 수 위의 차다. 그는 말리부를 보자 손을 저으며 SXT 옆에 주차하게 하였다.
“무슨 일이에요. 급히 달려왔어요.”
크리스가 문을 열어주며 내리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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