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졌습니다. cpa 수험생에게는 객관식 문제집을 풀어야할 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객시즌은 시험이 4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본격적으로 실력이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이제 양과 효율 모두 챙길 수 있는 공부 계획이 필요합니다.
수험판에 있으면서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참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험 준비를 할 줄 모르는 사람 말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공부 잘 한다는 얘기를 줄곧 들었습니다. 어릴 땐 그냥 수긍했지만, 대학에 오고나서는 공부와 시험준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항상 '아니야. 나는 공부는 못하지만 시험준비를 잘 하는거야.'라고 정정합니다. 학문적으로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 cpa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시험준비를 잘해야 할 것입니다. 시험준비를 잘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계획이고, 둘째는 자기통제입니다.
계획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그마한 팁을 남겨보려 합니다. 전반적으로 원가회계에서 예산을 설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장기계획을 세워야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시험이 18주 정도 남았습니다. 마지막 2주 정도는 실전모의고사, 기출문제, 오답노트를 보는 시간으로 남겨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3회독 정도 한다고 가정하면 각각 7주, 5주, 4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기계획은 첫 7주에 대한 것입니다. 7주 내에 각 과목에 얼마나 투입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1차 시험에서 각 과목의 점수 비중은 회계(105점, 19%)>경제=상법(100점, 18%)>세무회계(87.5점, 16%)>일반경영(60점, 11%)>재무관리(40점, 7%)>원가회계(30점, 5%)>정부회계(15점, 3%)>국기법(12.5점, 2%)입니다. 일부 과목은 2차 시험까지 쳐야하니 중요도 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 배분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계적 사고입니다. 경제 점수를 97.5점에서 100점으로 올리는 노력과 37.5점을 40점으로 올리는 노력은 다를 것입니다. 또 경제 점수를 50점에서 52.5점으로 올리는 노력과 상법 점수를 50점에서 52.5점으로 올리는 노력은 다를 것입니다. 알다시피 각 과목별 한계효용이 같도록 해야 최적화됩니다. 일반적으로 미시경제는 버리고 상법은 고득점을 노리거나, 관리회계는 버리되 정부회계는 챙기는 것이 이러한 이유이죠. 그러나 각자 효용함수는 다르기 때문에 남들 한다고 따라하지말고 본인 상황을 잘 파악해야합니다. 저는 경제에 자신 있어서 경제를 더 챙겼고, 경제학 시간 확보를 위해 경영학도 더 많이 투입했습니다. 당연히 이렇게 정한 비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요하면 바뀔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목별로 비중을 정했다면 주/일 단위의 단기계획을 세워야합니다.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분량을 단위로 계획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회계에서도 원 단위로 예산을 짜듯이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약자원이 시간이기도 하고 일관되게 측정가능하며 모든 과목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표준을 설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세법은 60분에 40문제, 회계는 80분에 50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당 1.5분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말문제는 더 빨리 풀 수 있고, 버린 단원 문제는 제외하면 2분까진 걸려도 됩니다. 그러나 이건 목표일 뿐이고 1회독 과정에선, 이론도 보고 채점하고 고치고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문제당 10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제일 정확한 것은 공부하면서 제대로 측정해보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회계학을 7주 동안 1회독 하기 위해 1000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1주엔 142문제. 문제당 10분이라면 1420분 즉, 23.6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6일로 나누면 하루에 회계학을 4시간 공부해야 합니다. 모든 과목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하루에 몇시간 공부해야 하는지 나올 것입니다. 다만, 매일 전과목을 공부하기보다는 회계/세법을 제외하고는 격일로 하기를 추천합니다. 1그룹={회계 4시간, 세법 3시간, 경제 2시간, 원가 1시간}, 2그룹={회계 3시간, 세법 3시간, 상법 2시간, 잼관 1시간, 경영 1시간} 이런 식으로 말이죠. 왜냐하면 문제를 풀다보면 이론을 다시 봐야할 때도 있고, 과목을 바꿀 때 집중력이 깨지기도 하는데 이런 것이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운 계획들은 현실적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회계에서 이론상 최대 조업도를 설정하면 수요의 하향악순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1차생은 모르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상관 없습니다.) 비슷하게 달성하지 못할 시간 설정은 항상 계획을 못 지키게 만들고, 후순위 과목들은 계속 공부를 못하게 됩니다. 앞서 23.6시간을 7일이 아니라 6일로 나눈 것도 이와 연관있습니다. 살다보면 하루쯤 공부를 못하게 될 수도 있고, 휴식도 필요하다. 하루 정도 비워놓으면 그 주에 다 못한 공부를 그 날 마무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일계획을 세울 때도 11시간 공부할 수 있다면 10시간 정도만 계획을 세우세요. 달성가능성만 생각하면 무계획이야말로 실패할리 없는 계획이겠죠.
마지막으로 피드백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매일/매주/매달 계획을 지켰는지 못 지켰는지 확인하세요. 계획을 지켰든 못 지켰든 계획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계획이 지켜졌다면 혹시 예산슬랙이 발생한건 아닌지 생각해세요. 예산슬랙은 일선 종업원이 예산을 달성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과도하게 낮은 기준의 예산을 설정하여 발생하는 문제입니. 회사에서야 경영자만 골치 아프겠지만 시험준비에 있어서는 수험생 스스로가 종업원이자 경영자입니다. 너무 쉬운 계획은 달성가능할지 몰라도 효과성이 없습니다. 계획을 못 지켰다면 왜 못 지켰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12시간은 공부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8시간밖에 공부하지 못했는가, 한 문제 푸는데 5분으로 잡았는데 그보다 더 오래 걸렸나. 8시간 밖에 공부하지 못한 이유는 늦게 일어났기 때문인지, 식사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한 문제 푸는데 10분 걸린 이유는 그 단원이 유독 어려웠기 때문인지,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파악하고 다음 계획을 세우는 데에 반영해야 합니다.
둘째로 중요하다고 한 자기통제는 이러한 피드백 과정과 관련됩니다. 자기통제는 단순히 참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인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서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가 늦잠을 자서라고 쳐보세요. 그러면 단순히 '이제 늦잠자지말자' 다짐하거나 몰려오는 잠을 참는 것이 아니라 늦잠을 잔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유튜브보다가 늦게 자서일 수도 있고, 아침잠이 많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오전에만 커피를 마시거나, 스크린타임을 설정하거나, 확실한 알람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종종 백종원이 하는 조언마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고 하는 사장님이 나옵니다. 뭐 실제로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심하게 보이기도 하지 않나요. 수험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된다고 포기할 거 아니면 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위에서 든 늦잠 예시는 제 얘기고, 제가 시도해봤던 확실한 알람엔 깨자마자 커피 한 잔 마시기, 자동 조명 스위치, 애플워치 진동 알람, 친구 모닝콜, 생활스터디 등이 있습니다. 초반엔 효과가 있었다가 나중엔 익숙해져서 점점 많아졌네요. 수험생활이 이 정도 끝나서 망정이지 더 길어졌다면 10가지 방법 정도는 써봤을 것 같습니다.
자기통제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늘 갖고 있던 생각이 있습니다. 전 계획하고 논 하루보다 계획 없이 논 한 시간이 더 수험생활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차생활 땐 아니지만 1차 준비할 땐 고시생치곤 잘 놀고먹는다는 얘기도 들었습다. 시험 일주일 전에도 친구가 먼 곳에서 놀러와서 논 적도 있습니다.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집에 가서 몇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식사하는 시간적 사치를 부린 적도 있고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 계획하고 논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계획 하에 놀면 이 날을 위해 다른 날엔 10시간 공부할걸 13시간 공부하기도 하고, 동기부여도 됩니다. 대신 늦잠 자서 오전 공부를 못하게 됐을 때, 10분 쉬려다가 30분 쉬었을 때는 처절하게 반성하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피드백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글에서도 그렇지만 수기를 쓰다보면 cpa 과목의 개념들로 많이 비유합니다. 아무래도 대부분 이 글을 읽을 사람이 수험생이다보니 이해하기 쉬울거라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제로 수험생활 때도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cpa 수험과목의 대부분은 현실에 맞닿아 있어서 일상 속에서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마치 AOD 기능이 적은 전력으로 항상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듯이, 공부하지 않을 때도 적은 에너지로도 cpa수험생 모드일 수 있게 해줍니다.
사실 계획 세우기, 자기통제하기는 구체적인 과목별 공부 방법이라기보다는 태도나 마인드에 관련된 것이어서 이런 글을 적는게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예전부터 cpa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에서도 이 부분을 캐치하지 못해서 수험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적게 되었습니다. 아래 두 가지 팁은 더 유용하니까 참고하면 도움될 것 같네요.
1. 곧 정부회계를 공부할텐데, 처음 들으면 듣던 것보다 어려워서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정부회계는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황하지말고 강의를 다 듣고 전체 그림이 파악되면 단원 간 관계를 잘 이해해보세요.
2. 아직 몇달 남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하끝의 경우 작년 출판 일정 보고 그 시점 쯤에는 틈틈히 들어가서 발매되자 마자 사세요. 세법, 상법, 정부회계는 하끝 나온 시점부턴 하끝 위주로 공부하는게 좋숩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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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시즌에 ㄷㅅ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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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ㄷㅅ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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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시즌 ㄷㅅ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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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ㅅㅂ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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