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쯤 되었을래나?
한국방송(KBS)에서 "다큐3일"이라는 기획물을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방송도중에 보게 되었던지라 호남억양으로 등장한 화면속 인물에,
아마 호남지방 어디쯤에서 촬영을 했나 보다 하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경상도억양이 들렸습니다.
'광양에서 찍은 건가?'
그 지방의 말투가 경상도와 전라도의 억양이 섞여 있으므로
그 어디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 낸 것이로구나
지레짐작을 해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방송화면의 한 귀퉁에 "백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하는 제목이
찍혀 있었기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산자락의 백사실계곡의 마을 모습은 아니었고
서울의 어지간한 달동네는 다녀 봤었기에
그 곳이 지방의 어느 동네라고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시청을 이어가다보니
서울의 불암산자락 중계본동 백사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방송은 2011년도엔가 찍은 것을 재방송해주는 것이었고
곧 재개발을 할 것이라고 해설이 곁들여지며 종료되었습니다.
'이상타~ 왜 오래전에 방영한 걸 다시 보여주지?'
누리검색을 해보니 재개발의 추진이 도중에 지지부진하게 되었었고
2017년 7월초에야 비로소 재개발사업자가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지금이 12월이니까 5개월이 흘렀는데 벌써 불도저가 다 쓸어 버린 건 아닐까?'
지난 주에 시골가서 김치를 담갔는데 너무 짜서 무를 좀 썰어서 넣어야 하는데
이 번 주는 시골에 가지 않고 백사마을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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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날 강아지가 뛰놀듯 우리의 여정이 꼭 그러합니다.
내년이 무술년이던가요?
戌이 개니까, 미리 신년맞이 한 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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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를 2시로 올려 놓고선 점심은 노원역 근처에서 한 시에 먹는다고 하고 뒤죽박죽입니다.
너무 이른 시각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들길따라님 말씀이 생각나서 두 시로 한 것이었는데
워낙 급번개로 하다보니 밥은 먹어야 한다는 "일념"이 시간을 엉키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연락이 없었으므로 그냥 혼자서 노원역 문화의 거리를 구경하며 출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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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가 새서 양말이 젖었습니다.
아~~ 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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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시리겠다.
오후 1시반쯤 되었나?
들길따라님의 카톡이 왔습니다.
동네근처 방문을 환영한다는.
중계역에서 만나 허술한 독도법으로 백사마을을 향했습니다.
백사마을에서 가까운 노원우체국을 이정표 삼고
학교와 구민회관 등을 경유점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찾아 갔습니다.
길을 잘 못 들어서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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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변두리에 거점우체국이 있네요.
1142번 초록색 버스 종점입니다.
노원역 2번출구에서 이 버스를 타면 금방 옵니다.
우체국에서 조금만 더 걷다보니 언덕배기에 눈을 인 지붕들이 보였습니다.
'저기가 백사마을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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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 104번지 일대여서 백사마을이라고 이름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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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불켜진 집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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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게와 외벽의 시계가 이 곳이 예전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임을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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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비가 몰아쳐 잠시 정자안으로 피신하였습니다.
창에 불이 들어온 몇 안 되는 집 중에 하나입니다.
괜히 반가웠습니다. 재워주고 쉬게 해 줄 곳도 아닌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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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벽을 장식한 이 곳은 여성안심화장실이랍니다.
사용중입니다. 전등불빛이 창으로 환하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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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집잡마다 꽃혀 있네요.
어느 국경일에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달아 놓고 철거를 하지 않은 건지
마을 자체의 결정으로 달아 놓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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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확정된 후에 그린 것인지 재개발 반대를 위하여 싸운다는 건지?
그림들에서 백사마을의 역사는 볼 수 있었지만 반대하는 내용은 없던 걸로 미루어보면
재개발을 위한 희망을 담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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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 그 답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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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을 이고 있습니다.
마을을 불암산 허리춤쯤으로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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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초에 수도가 들어 왔네요.
그 전에는 공동우물이나 펌프로 물을 받아 썼을까요/
아니면 급수차가 왔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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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꼬공장을 비롯하여
이 곳에는 제법 많은 공장들이 들어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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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는 공장도 시장도 북적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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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여파가 이 곳에 몰아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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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골목은 영남사람들이 올라와서 사는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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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종종 보았던 양곡소매업 허가번호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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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의자. 성공의 상징이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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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이, 강아지, 할머니, 흑백사진과 천연색사진에 번갈아 가며 담긴 시대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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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지었다는 집들이 번듯합니다.
꿈과 희망이 보이는 모습니다.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가서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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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돌아 나오며 전파상앞에 멈췄습니다.
TV수상기며 라디오, 전기 만물수리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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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술집. 딱 제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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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목욕탕.
공동목욕탕을 회원제로 운영하나 봅니다.
세탁방 이용에 대한 안내는 덤인가?
어쩌면 세탁방이 주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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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종점께에 있는 2층 식당
김치전이 맛나고 2인기준인 동태탕도 1인분만 해 주네요.
안주삼아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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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에서 1142번을 타고 백사마을을 떠납니다.
이제 백사마을은 곧 없어질 겁니다.
눈내린 골목이 미끄러워서 구석구석 구경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더 올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떠난 곳이라 삶의 모습을 보기도 어려울테고.
그래도 봄이 오면 한번 더 가 보고 싶습니다.
괜히 덩달아 아쉬운 오늘도 바람처럼.
첫댓글 주룩주룩 비맞으며 얼떨결에 가본
70년대 물씬 풍기는 산동네
여기저기 빈집에서 들리는 소리는
세월에도 지워지지 않는 천연색 벽화와 어우러져
눈물이 되고 함성이 되고 역사가 된다.
허공에 맴돌던 아우성은
이대로 기다리면 되는가?
오르기 힘든 비탈길과 연탄재 골목 사이에서
갈길이 막힌 이제
무엇이 나와 투쟁하는가?
하아ㅡ
결연한 말씀속에도 여유가 느껴짐은 들길따라님을 조금은 알기 때문이라고 해 봅니다.
온갖 서울의 정겨움을 다 품으셨네요.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화요도보 뒷풀이를 공덕에서 하셨나봐요?
@바람처럼 네 오향족발 ~~
참,,,독특하고 신기혀.
저는 당췌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가 궁금...ㅎㅎㅎ
그럼에도
"참 잘했어요~~~!!! "
해드리고 싶음...안될까요?
지우개가 들어 있어요.
고마울 따름이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