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문학산
해청솔최명자
지난해의 겨울은 유독 추웠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폭설과 3월 초까지 이어진 극성스런 추위에 몸과 마음은 꽁꽁 얼어 붙어있었다.
마음은 어느새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을 지낸 산천과 나뭇가지들은 봄이 되면 소생하는 연두빛이, 점차로 초록으로 나날이 번져가고 초록은 신록으로, 신록은 어느덧 짙어져 녹음 우거질 것이다.
날씨 화창하고 마음도 설레이게 하는 봄날, 꽃잎 하르르르 하늘을 날던 어느날, 친구와 함께 문학산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승용차로 10여분 걸리고 산 높이는 200여m정도 되며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약 40여분 정도 걸리는, 전에 몇번 와본 낯이 익은 산이다.
운동부족과 나이때문에 늘어나는 체중과 행동이 둔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언제 부터인가 무릎관절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층계를 오르내리는 것에도 불편한 나는 산을 오르려니 여간 부대끼는 것이 아니었다. 숨이 헉헉 차고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나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는다.
구름과 나무와 숲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바위와 들풀과 들꽃들, 산새들,작은 벌레들, 졸졸 흐르는 계곡물, 묵은 낙엽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사색에 잠겨 자연과 교감 한다.
바람에 출렁이는 연두빛물결을 찬찬히 응시하며 평화로움과 풋풋함, 여유와 자유를 오랫만에 만끽한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눌렸던 몸과 마음이 새털같이 가볍게 하늘을 난다.
산은 사람들의 지친 삶과 마음을 어루만져 회복 시켜주는 신기한 묘약이다.
친구는 정상적인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나에게 보조를 맞추고, 우리들은 쉬엄쉬엄 산을 오르다 보니 1시간 20분이나 걸려서야 산 정상에 도착했다. 쌀쌀한 바람이 있는 날인데도 나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산 정상에서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숲의 향기를 들이 마신다. 산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꽃몽 틔우기에 안간힘을 쓰는 탄생의 신비를 엿보며, 햇살 받아 반짝이는 저 눈부신 연두빛 봄내음을 맡는다.
문학산은 사시사철 아름답다.
봄은 봄대로 고아서 일년중 생명이 솟아나는 신비로움에 아! 아! 탄성을 울리며 4월의 화려한 꽃잔치,5월의 신록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여름산은 녹음 우거져 산림욕을 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새 기운을 더해주고 희망을 준다.
단풍이 들기시작하는 가을산은 쓸쓸하지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색채를 발하여 사람들을 화려한 잔치에 초대하고 기쁨과 행복을 나눈다.
겨울산은 뭇 생명들이 긴 겨울잠 잘 수 있도록 집을 제공 해주는 깊은 배려와, 그리고 설경과 순백의 미소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산은 경탄과 신비로움 그리고 산이 자연과 사람들에게 무한대로 주는사랑은 어느 한 계절도 빠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며 세상을 젊고 순수하고 맑게 만든다.
산(山)은 묵묵히 그리고 경건하게 시간과 세월에 순응하며 계절에 따라 색과 향이 다른 옷을 갈아 입으면서 사계(四季)를 통해 사람들에게 삼라만상의 모든존재들의 생명의 생성과 소멸, 삶의 환희와 애환, 조화와 질서, 우주의 순리와 진리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있다.
가만히 산에 귀를 기우린다.
산속은 고요하고 정적이 흐르고 있다.
산에도 언어가 있다. 산의 언어는 고요와 정적에 쌓여있는 그 자체, 침묵이지요.
나는 산속 침묵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많은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산에는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꽃잎이 나붓대는 소리,낙엽 구르는 소리, 새소리, 졸졸 물소리, 구르는 돌멩이소리, 커다란 바위의 우악스런 모습, 들꽃이 바람에 파르르떠는 모습, 두런두런 사람들의 소리, 등등 모든 자연들이 제각기 자연의 순리와 질서에 따라 자신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산은 그 모든 자연들의 소리를 묵묵하게 감싸 안고 있다.
산은 묵묵히 모든 자연들에게 안정감과 위안을 주며 더불어 모두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침묵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산 정상을 홀로 지키고 있는 빛바랜 벤취에 앉았다.
봄햇살 받아 반짝이는 5월의 문학산은 푸르름으로 청순한 얼굴이다.
바람이 불자 푸르름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흔들리는 나무잎들이 은밀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 오고 있었다. "힘들고 지칠때, 고독할때 산에 오세요."
산벚나무 가지가 허공에 곡선을 그리며 흔들린다. 시공 속에 짧은 생애의 광채를 남긴채 꽃잎들은 하늘을 난다.
다른 삶에의 비상일까.
산벚나무는 닥아 올 여름을 향하여 벌써 녹음의 꿈에 취한다.
이제 산길을 벗어난다.
우리는 거리의 소음에 둘러쌓였다.
오늘 하루의 산행이 아득하게 느껴지는데 나뭇잎들의 속삭임이 부메랑이 되어 스친다.
"힘들고 지칠때, 고독할때 산에 오라고...."
첫댓글 산내음이 이곳까지 스며옴을 느낌니다.
휴가나와 오후시간에 사려니 숲길을 다녀왔습니다.
산딸나무, 이나무, 참나무와 까마귀들이 어울리는 숲속은
네게 행복을 주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행복글 행복나무에 옮겨 싶습니다.
건필하시고 행복된 유월되십시요.
산행을 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여유의 행복감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요.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산의 향기에 흠뻑 취한 것 같네요.마음같아선 등산도 하고 싶지만, 건강하지 않아 어느정도 회복되었을 때 꼭 등산해보고 싶어 지네요. 조금 있으면, 설날도 다가오네요. 201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