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uristic 은 그리스어 "heutiskein" 가 어원이며 "to discover" 라는 의미를 가진다. 즉 이미 정립된 공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보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력을 통해서 시행착오 (trial and error) 를 거처, 또는 경험을 통해서 주먹구구식의 규칙 (Rule of Thumb) 을 통해 지식을 알게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잘 추측하는 기술 (art of good guessing) 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명 의라고 소문난 대부분의 의사가 진단을 할 때 몇가지 핵심되는 내용에 대한 문진과 병리 자료로서 진단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 정확하다. 그가 진단할 때 매번 의학도 시절부터 배운 엄청난 양의 지식을 되새기지 않아도 그는 그동안의 진료 경험으로 진단을 수행한다. 그러나 간혹 조기 진단해야 할 암을 발견해 내지 못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초보 운전자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좁은 주차장에서의 주차이다. 숙련된 운전사는 놀라우리 만한 감각으로 정확하게 주차시킨다. 무인 자동차가 그렇게 주차시킬 수 있는가? 그러한 숙련된 운전사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것이 heuristic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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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고리즘 (Algorithm) 과는 달리 heuristic 은 해결책의 발견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heuristic 은 알고리즘보다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많은 쓸모없는 대안책들을 실제 시도하지 않고도 배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순회외판원 문제 (Traveling Salesman Problem), 체스 (Chess) 에서처럼 알고리즘은 극도의 비효율성을 보여주어 사실상 문제해결 (Problem Solving) 이 불가능해진다.
Chess 프로그램은 현재 상급 선수수준이지만 인간과 비교했을 때는 제한된 지능 메카니즘만을 가진다. 왜냐하면 이해를 해야할 것을 많은양의 계산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세계 챔피언을 깨기 위해서는 초당 2억개의 position 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믿을 만한 heuristic 을 필요로 한다. 일단 이러한 메카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우리는 현재의 프로그램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계산을 하고서도 인간수준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만일 체스에서 말의 가능한 움직임을 전체 tree 구조로 개발한다면 말 위치의 전체수는 10120 이 된다. 그것은 대단히 큰 숫자로서 예를들면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이후에 단지 1026 nanosecond 만이 흘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전체 우주에는 단지 1075 개의 원자만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은하수는 수십억개의 태양계로 구성되고 또한 수십억개의 은하계가 모이는 그 우주의 전체의 원자의 수이다. 그러한 숫자는 체스의 말의 움직임의 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상한 고집으로 레드(red)에 돈을 걸었다. …난 극단적인 모험을 해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나는 모험에 대한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주위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소리쳤다. 이미 열 네 번이나 레드가 나온 다음이란 말이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yevsky)의 소설 [노름꾼(The Gambler)]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가 카지노에서 트랑테 카랑트(trente et quarante)라는 카드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이 게임은 룰렛(roulette)처럼 블랙(black)과 레드(red)로 나뉜 카드 열(row) 중 한 쪽이 이길 것으로 보고 돈을 거는 것이다. (카드 숫자의 합이 30에 가까운 열이 이긴다.) 구경꾼들은 이미 여러 차례 잇달아 이긴 레드가 또 다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바노비치의 어리석음을 나무랐다. 하지만 생각이 짧은 건 바로 그들이었다.
도박사의 오류
이바노비치는 이틀 전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주 레드가 잇달아 스물 두 번이나 이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레드가 열 번쯤 잇달아 이긴 다음부터는 또 다시 레드가 나올 것으로 보고 돈을 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예컨대 초심자들은 레드가 열 여섯 번 연속으로 이긴 다음이라면 열 일곱 번째는 틀림없이 블랙이 이길 것으로 믿고 평소보다 두 배, 세 배 많은 돈을 블랙에 걸었다. 그리고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 일컫는 잘못된 추론의 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룰렛 구슬이 블랙이나 레드에 멈출 확률은 같다. 하지만 이는 수백, 수천 번 구슬을 굴렸을 때의 이야기다. 짧은 기간에는 얼마든지 그 확률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푸친 씨가 게임을 한 어느 겨울 밤 레드가 스무 차례나 잇달아 나오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다음에는 당연히 블랙이 나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는 뜻이다.
더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 같은 동전 던지기의 경우다. 동전이 스무 번 연속 앞면이 나올 확률은 1,048,576분의 1이다. [(1/2)20=1/1,048,576]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첫 번째 동전을 던지기 전에 기대하는 확률이다. 이미 열 아홉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온 다음이라면 스무 번째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그냥 2분의 1이다. 열 아홉 번 연속 앞면이 나온 것은 분명 희한한 일이지만 이미 100% 확정된 사실이며 그 사실은 스무 번째 던지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심한 동전은 지난 열 아홉 번의 던지기 결과가 어땠는지 기억할 리 없다.)
동전 던지기에서 열 아홉 번이나 앞면이 나왔으니 이제 뒷면이 나올 때도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듯이 카푸친 씨가 “지난 몇 년 동안 주식 투자에서 줄곧 돈을 잃기만 했으니 이제 돈을 벌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물론 투자 실패가 거듭되면 학습효과가 나타나 다음 번 투자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몇 번이나 연거푸 돈을 잃었으니 이번에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단순한 추론은 도박사의 오류와 다를 바 없다.)
직장인 야구에서 2할5푼대 타율을 자랑하는 재규어 씨가 10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니 이번에야 말로 틀림없이 안타를 칠 거라고 믿고 내기를 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재규어 씨가 그 동안 구질을 잘 분석하고 스윙 폼을 더 좋게 고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의 화두가 된 휴리스틱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도박사의 오류를 풀이할 때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휴리스틱(heuristic)은 ‘찾아내다’ ‘발견하다’는 뜻의 그리스 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로,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풀기 위해 쓰는 주먹구구식 셈법이나 직관적 판단, 경험과 상식에 바탕을 둔 단순하고 즉흥적인 추론을 뜻한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로 널리 알려진 휴리스틱은 불확실성 하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으로 떠올랐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1974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에서 대표성 휴리스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개별적인 대상 A가 B라는 부류(class)의 특성들을 ‘대표(represent)’하는 것으로 보일 때 곧바로 ‘A는 B에 속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마존은 정글의 여러 가지 특성을 대표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따져 볼 것 없이 ‘아마존은 정글’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A와 B는 일련의 사건(sequence)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가 열 번의 연속적인 룰렛 게임, B가 만 번의 연속적인 룰렛 게임이라고 할 때 A는 B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아주 짧은 일련의 사건들이 훨씬 더 길게 이어지는 사건의 전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그 특성을 잘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앞면(H)과 뒷면(T)이 나타날 확률이 똑 같은 동전을 여섯 번 던졌을 때 H-T-H-T-T-H 순서로 나타날 가능성이 H-H-H-T-T-T 또는 H-H-H-H-T-H보다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사건들은 동전 던지기가 무작위(random)가 아닌 것 같고 세 번째 것은 앞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도록 동전이 찌그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도박사의 오류는 이처럼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확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룰렛 구슬을 수없이 많이 던지면 블랙과 레드가 나타나는 빈도가 같아지겠지만 수십 번 던졌을 때는 어느 한 쪽에 편중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박사(엄밀하게 말하면 도박의 초심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잇달아 레드가 나타났다면 다음에는 레드보다 블랙이 나오는 게 룰렛의 특성을 더 잘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고 그런 결과를 예측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
카푸친 씨의 직업은 뭘까
‘카푸친 씨는 매우 수줍음이 많고 내향적이다. 그는 언제나 도움이 되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현실 세계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온순하고 깔끔한 사람이며, 질서와 체계,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열정을 필요로 한다. 카푸친 씨의 직업은 (농부, 세일즈맨, 항공기 조종사, 도서관 사서, 엔지니어 중)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카푸친 씨가 도서관 사서의 특성을 가장 잘 대표한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심각한 오판이 될 수도 있다. 카푸친 씨의 성격과 도서관 사서의 특성이 비슷하더라도 그가 반드시 사서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사전확률(prior probability)을 무시할 때 오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특정 직업에 대한 대표성에만 주목한 이 추론은 기본적으로 카푸친 씨 또래 가운데 사서보다는 농부가 100배나 더 많을 수도 있는 직업별 분포를 무시한 것이다.
표본의 크기(sample size)에 대해 둔감해서 오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를 소개했다.‘정글타운에 병원이 두 곳 있다. 큰 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45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작은 병원에서는 15명이 탄생한다. 잘 알다시피 모든 아기의 50%는 남자다. 그러나 정확한 성비는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남자 아기가 50%를 넘고 어떤 날은 그 수준을 밑돈다. 두 병원은 태어난 아기의 60% 이상이 남자였던 날이 1년에 며칠이나 되는지 기록했다. 두 병원 가운데 그런 날이 더 많은 병원은 어디였을까?’
[실험 대상 대학생 가운데 21명은 큰 병원, 21명은 작은 병원이라고 답했고, 53명은 두 병원에서 (남자 아기가 60% 이상이었던 날 수가) 거의 같았을 거라고 답했다.]
그러나 확률을 계산해 보면 작은 병원이 더 많다. 실제로 365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큰 병원은 약 27일, 작은 병원은 약 55일에 남자 아이가 60% 이상 태어나게 된다. 계산하지 않더라도, 표본이 클수록 모집단의 성질을 잘 표현한다는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 따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표본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표본 자체가 모집단을 대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표본의 크기가 작더라도 모집단에 대한 대표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수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주사위를 단지 여섯 번 던졌을 때 주사위의 모든 숫자가 한 번씩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숫자로 편향될 수도 있으며, 여러 번 던질수록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이 6분의 1로 수렴한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가장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데이터나 기억의 바다에서 가장 빨리 건져 올릴 수 있는, 가장 생생하고 가장 도드라진 정보를 활용해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암이다. 그렇다면 사망원인 2위는 무엇일까?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기억에 의존해 답을 내놓을 것이다.친지 몇 사람을 교통사고로 잃은 기억이 생생한 이는 사고사, 친구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이는 자살의 빈도를 실제보다 더 높게 판단할 수 있다. 끔찍한 테러나 살인사건에 대한 매스컴 보도는 타살에 대한 기억을 부풀릴 수 있다.
[2009년 인구 10만명 당 암으로 사망한 이는 140.5명에 달했다. 그 다음은 뇌혈관질환(52명), 심장질환(45명), 자살(31명), 당뇨병(19.6명), 교통사고(14.4명) 순이었다. 10년 전에는 교통사고가 4위, 자살이 7위였다. 10~30대 젊은 층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구체적인 사례를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엄청난 금융위기와 패닉(panic)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투자의 리스크(risk)를 더 높게 평가하고, 큰 지진이나 화재를 막 겪은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보험에 들려 할 것이다.
휴리스틱을 통한 판단에 의존하면 어떤 기준점에 얽매이는 이른바 심리적앵커링(anchoring)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불완전한 계산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도 앵커링 효과가 나타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5초 동안 암산으로 다음 두 곱셈의 답을 내라고 주문했다.
[첫 번째 그룹의 암산 문제] 8 x 7 x 6 x 5 x 4 x 3 x 2 x 1 = ?
[두 번째 그룹의 암산 문제] 1 x 2 x 3 x 4 x 5 x 6 x 7 x 8 = ?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제시한 답의 중간값(median)은 2250, 두 번째 그룹이 내놓은 답의 중간값은 512였다.
[정답은 40,320이다.]
주먹구구 셈법은 얼마나 믿어야 하나
카푸친 씨는 고성능 컴퓨터와 같은 계산능력을 가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아니다. 그런 카푸친 씨가 정글경제를 살아가는 데 휴리스틱은 매우 유용한 의사결정 방식일 수 있다. 정글경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젤 무리는 사자의 기척만 느껴도 이리저리 따져보지 않고 일단 뛰고 본다. 차분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겨를이 없다. 직관과 주먹구구로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휴리스틱은 인간의 중요한 생존본능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휴리스틱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주먹구구의 한계를 분명히 알지 못하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카푸친 씨는 자신의 주먹구구 셈법을 버릴 필요는 없지만 과신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먹구구는 얼마나 믿을 수 있나? - 휴리스틱 (정글경제의 원리)
1. 개요
사람들은 자신이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면 인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휴리스틱(heuristics)이란 이렇게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이다.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휴리스틱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어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 기준점 및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등이 있다.
2. 휴리스틱 개관
사람들은 자신이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어느 음식점에서 식사할지, 물건을 살 때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살지,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등을 생각할 때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면, 모든 정보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휴리스틱(heuristics)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이다.
휴리스틱은 큰 노력 없이도 빠른 시간 안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만족할 만한 정답을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때로는 터무니없거나 편향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휴리스틱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어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 기준점 효과와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등이 있다.
3. 가용성 휴리스틱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란 어떤 사건이 발생한 빈도를 판단할 때 그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활용하기보다는,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예를 얼마나 떠올리기 쉬우냐에 따라 그 발생의 빈도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Tversky & Kahneman, 1973). 즉, 구체적인 예가 친숙하고 생생하며 기억에 남을 만하고 시간적으로 가까운 것일수록 떠오르기 쉽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빈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3)은 다음과 같이 가용성 휴리스틱을 잘 설명해 주는 실험을 했다. 즉, 피험자들에게 네 페이지 정도 분량의 소설을 1분가량 보여 주고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① 소설에서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ing로 끝나는 단어는 몇 개인가?
② 소설에서 7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여섯 번째 철자가 n인 단어는 몇 개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피험자들에게 예측해 보라고 했다. 실험 결과 ①번 질문에 대한 답의 평균은 13.4개였고, ②번 질문에 대한 답의 평균은 4.7개였다.
얼핏 보기에는 ing로 끝나는 단어는 잘 생각나고 여섯 번째가 n인 단어는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ing로 끝나는 단어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ing로 끝나는 단어는 모두 여섯 번째 문자가 n이기 때문에 ②번 질문에 대한 답이 반드시 ①번 질문에 대한 답과 같거나 더 많아야 한다. 즉, ②번 질문에 대한 답은 ①번 질문에 대한 답을 포함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②번 질문에 대한 답을 더 많이 적거나 적어도 ①번 질문에 대한 답보다는 적게 적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피험자들은 가용성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상반되는 결과를 도출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질문을 했다.
① 소설에서 6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ly로 끝나는 단어는 몇 개인가?
② 소설에서 6개의 철자로 된 단어 중에 5번째가 l인 단어는 몇 개인가?
위와 같은 질문에서도 ①번 질문에 대한 피험자들의 답의 평균이, ②번 질문에 대합 답의 평균보다 컸다.
가용성 휴리스틱과 크게 관련 있는 인지적 편향 중 하나가 사후 과잉 확신 편파(hindsight bias)이다. 사후 과잉 확신 편파란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며 마치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그 사건을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Fischhoff & Beyth, 1975). 사후 과잉 확신 편파는 사건의 결과를 보고 그 결과와 관련한 근거들을 빠르게 떠올리면서, 그것들을 과대평가하여 이전부터 예견할 수 있었거나 예견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같은 사후 과잉 확신 편파는 전문가에게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크스 등(Arkes, Wortmann, Saville, & Harkness, 1981)은 외과 의사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증상만 알려 주고 나머지 한 집단에는 증상과 병명을 모두 다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병명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병을 예측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 증상만 알려 준 집단보다 두 가지를 모두 알려 준 집단에서 더 많은 외과 의사들이 정답인 병명으로 진단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4.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
대표성 휴리스틱은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사람이 특정 범주의 전형적인 특성을 얼마나 많이 나타내는지, 즉 대표성이 있는지에 근거하여 특정 범주에 속할 확률을 판단하는 인지적 책략이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은 대표성 휴리스틱과 관련하여 주사위를 가지고 피험자에게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즉, 주사위의 네 면은 초록색(G)이고 두 면은 빨간색(R)인데, 주사위를 던질 때 RGRRR, GRGRRR, GRRRRR 중에 어떤 경우의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지를 물어 보는 질문이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GRGRRR이 나올 확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으로 RGRRR, GRRRRR 순으로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률상 RGRRR이 가장 높은데, 이는 직접 계산하지 않더라도 GRGRRR이 나올 확률은 RGRRR이 나올 확률에 G가 나올 확률(2/3)을 더 곱해야 하기 때문에, RGRRR이 더 높은 확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험자들은 GRGRRR이 주사위와 관련해서 더 대표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이와 같은 대표성 휴리스틱에 따라 GRGRRR을 선택한 것이다.
대표성 휴리스틱과 관련하여, 린다 문제(Linda Problem)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 1983)은 린다(Linda)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이 인물에 대해 31살의 여성이며 독신이고 철학을 전공했으며, 인종 차별 반대와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반핵 시위에 참여했다는 설명을 했다. 그리고 피험자들에게 린다가 은행 직원일 확률(A)과,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일 확률(B) 중에 어느 것이 더 크냐고 예측하라고 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린다가 은행 직원일 확률(A)보다,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일 확률(B)이 더 크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린다가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라면 당연히 린다는 말 그대로 은행 직원이기 때문에, 은행 직원일 확률(A)이 당연히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일 확률(B)보다 크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성 운동가라는 직업이 린다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행 직원이면서 여성 운동가일 확률(B)을 더 크게 생각한 것이다(Tversky & Kahneman, 1974, 1983).
5. 대표성 휴리스틱과 관련된 인지 편향
5.1 기저율의 오류(the base rate fallacy)
기저율이란 전체에서 특정 사건이 원래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기저율을 무시하는 것은 원래 비율을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Kahneman & Tversky, 1985). 예를 들어 남자가 80%이고 여자가 20%인 집단과 남자가 50%이고 여자가 50%인 집단에서 각각 공격성을 측정했을 때, 높은 공격성을 보인 남녀 비율이 7:3으로 나왔다는 것은 두 집단에서 각각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기저율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높은 공격성을 보인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같은 기저율의 오류는 대표성 휴리스틱과 결합되어 종종 편향된 결과를 도출하곤 한다(Kahneman & Tversky, 1985).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은 기저율보다 대표성에 의존하는 행태를 실험한 바 있다. 우선 실험 대상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 집단에게 100명의 엔지니어와 변호사들을 조사한 결과 중에 그들의 성격을 묘사한 것을 임의 추출하여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후, 이 글이 엔지니어와 변호사 중 누구를 조사한 결과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피험자들에게 보여 준 글은 엔지니어의 전형적인 특성을 표현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한 집단에는 조사한 100명 중에 70명이 엔지니어이고 30명이 변호사라고 말해 주었고, 나머지 집단에는 70명이 변호사이고 30명이 엔지니어라고 말해 주었다. 만약 사람들이 기저율을 고려한다면 두 집단의 실험 결과는 다르게 나와야 한다. 그러나 두 집단 모두 대표성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 실험 결과가 유사하게 나왔으며, 기저율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5.2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마을에 큰 병원 한 곳과 작은 병원 한 곳이 있다. 큰 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45명의 아기가 태어나고, 작은 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15명의 아기가 태어난다. 아기의 남녀 비율은 평균적으로 5 대 5이지만, 매일 태어나는 비율은 조금씩 다르다. 즉, 어느 날에는 남아 비율이 50%를 넘을 때도 있고 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 남자 아이가 60% 이상 태어난 날은 큰 병원과 작은 병원 중에 어느 곳이 더 많을지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답할까? 실험 결과 큰 병원이라고 답한 사람은 21%, 작은 병원이라고 답한 사람은 21%, 거의 같다고 대답한 사람은 53%였다.
그러나 확률을 계산해 보면 작은 병원이 더 많다. 실제로 365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큰 병원은 약 27일, 작은 병원은 약 55일에 남자 아이가 60% 이상 태어나게 된다. 계산하지 않더라도, 표본이 클수록 모집단의 성질을 잘 표현한다는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에 따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표본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표본 자체가 모집단을 대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표본의 크기가 작더라도 모집단에 대한 대표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수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Tversky & Kahneman, 1971). 이는 주사위를 단지 여섯 번 던졌을 때 주사위의 모든 숫자가 한 번씩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숫자로 편향될 수도 있으며, 여러 번 던질수록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이 6분의 1로 수렴한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5.3 도박사의 오류(the gambler’s fallacy)
주사위를 다섯 번 던졌을 때 6을 제외한 숫자들이 한 번씩 나온 경우, 여섯 번째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다음에 나올 숫자 중에 가장 확률이 높은 숫자를 6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표적인 도박사의 오류이다(Tversky & Kahneman, 1974). 이 경우 모든 숫자들이 나올 확률은 같다. 계속 홀수가 나온 다음에는 짝수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 것 역시 같은 오류인데, 이는 소수의 법칙에 따라 크기가 작은 표본도 모집단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짝수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5.4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신인 첫 해에 성공하면 2년 차에 실패하게 된다는 2년차 징크스가 있다. 이는 스포츠계, 연예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물론 2년 차 징크스는 신인 때에 성공하면 방심하여 연습을 게을리한다든가, 아니면 2년 차에는 기대 수준이나 상황이 1년 차 때에 비해 더 혹독해지기 때문에 성과가 좋지 못한 요인도 있겠지만, 대부분 평균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즉, 단기적으로는 실력이나 성과가 극단적으로 좋게 나왔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원래 자신의 평균적인 실력과 성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Schaffner, 1985). 다른 예를 들자면,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 선수가 세 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골을 넣는 실력이 좋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수의 법칙에 따른 착오로, 그 선수가 평균적으로 경기당 한 골씩은 넣는 선수라면 장기적으로는 한 골씩 넣게 된다.
6. 기준점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휴리스틱
사람들은 흔히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초기 기준을 설정하고 추후에 그 기준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판단을 내리곤 한다. 이를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이라고 하는데(Tversky & Kahneman, 1974),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점에 얽매여 충분히 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데에서 편향이 발생한다. 이때 기준점은 스스로 설정하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주어지기도 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 1974)은 기준점 효과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실험을 몇 가지 했다. 첫 번째로, 피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8 × 7 × 6 × 5 × 4 × 3 × 2 × 1과 1 × 2 × 3 × 4 × 5 × 6 × 7 × 8이 얼마냐는 질문에 바로 답하도록 했다. 흥미롭게도, 그 결과 첫 번째 집단의 경우 응답의 평균이 2250이었고, 두 번째 집단의 경우 평균이 512였다. 즉, 숫자의 순서만 바꾸더라도 기준점이 다르게 설정되어 평균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즉, 8부터 곱한 집단은 첫 기준이 높기 때문에 높은 기준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지고, 1부터 곱한 집단은 첫 기준이 낮기 때문에 낮은 기준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졌다.
7.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
흔히 사람들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여기지만, 인간은 감정에 따라 판단을 하는 일이 많다. 이를 감정 휴리스틱이라고 한다(Finucane, Alhakami, Slovic, & Johnson, 2000). 예를 들어, 공이 10개 들어 있는 A 항아리에 검은 공은 1개가 들어 있고, 공이 100개 들어 있는 B 항아리에 검은 공은 8개가 들어 있다. 검은 공을 뽑으면 상품을 준다고 할 때, 확률적으로 보면 A 항아리를 선택하는 것(10%)이 B 항아리를 선택하는 것(8%)보다 확률이 높지만, 많은 사람들은 B 항아리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이 확률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Denes-Raj & Epstein, 1994).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검은 공의 숫자에 반응해 1개만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는 8개가 들어 있는 항아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슬로빅 등(Solvic, Monahan, & MacGregor, 2000)이 한 실험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어떤 환자를 퇴원시킬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 소견서를 피험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첫 번째 소견서에는 “이 환자와 유사한 환자들이 퇴원했을 때 나중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20%”라고 설명되어 있고, 두 번째 소견서에는 “이 환자와 유사한 환자 100명 중 20명이 퇴원한 후에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내용상으로 두 소견서는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피험자들은 첫 번째 소견서의 경우 21%가 퇴원에 반대한 반면, 두 번째 소견서의 경우에는 41%나 반대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확률적인 표현(20%)보다는 빈도(20명)로 표현되는 것에 더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휴리스틱 [heuristics]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