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관한 시모음 31)
7월에 내린 사랑 /정심 김덕성
명랑한 새소리 가득하고
씽씽한 초록바람 부는 칠월 첫 아침
가슴에 흥얼거리는 노래 들리고
들꽃의 미소가 싱그럽다
욕심이 없는 맑은 하늘
언제나 변하지 않고 넓고 푸름으로
청명하게 감싸주며 사랑 나누고
나무도 상큼한 공기를 뱉는다
가슴을 활짝 열면
모든 것 무상으로 받으며 느껴지고
미의 조화를 이룬 자연 풍경은
하늘이 내린 사랑의 선물
행복은 마음에
아주 작은 것으로 언제나 오나니
자연이 주는 사랑으로 행복 누리자
하늘이 주는 은혜이니까
7월의 노래 /신성호
장엄하고 경이로운 세상
오묘하게 아름다운 강산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
거저주신 신의 선물 행복하여라
날아라 하늘 높이
달려라 저 넓은 광야로
모두가 살아가는 이 풍진세상
함께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곳
청포도 익어가는 7월이여
싱싱한 청춘처럼 매혹의 향기처럼
활짝 피어나라 꿈의 7월이여
하루하루가 기쁨과 행복의 노래로 피어나라
칠월의 그림자 /이원문
넘어선 칠월 문턱
덥다 하는 그날이 며칠이 될까
구름 들고 비 오는 날 그 며칠 제하면
그나마 기울어 끝자락이 될 것이고
팔월도 이럭 저럭 열흘 지나 닷새 되면
문바람 냉기가 이불 덮어 주겠지
늙음의 시간이라
한 달이 하루 같은 늙음의 시간
젊음이 그 시간을 얼마나 헤아릴까
내일도 많고 모레가 긴 젊은이들
이 칠월도 기울면 왔던 철새 떠나겠지
아직은 부채질 며칠 남은 칠월일까
지구촌 7월의 삶 /임준재
임인년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7월 눈 깜짝할 사이
두꺼운 달력 얄퍅해지고
하지만 무심한 세월이라
후회하지 말자
여름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색이 바래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이 들고
소소한 작은 존재라 해도
갖출 것은 다 갖춰야 생명이고
살아있는 모든 것
힘들어도 견딜 것은 다 견뎌야
비로소 지구촌의 삶인 것을
칠월의 끝 자락 /독운
결국엔 사랑 때문야
이글거리든
목 놓아 부르다 부르다 차갑게 식든
시계 테잎처럼 심장을 뛰게하는
수수께끼 사랑 때문야
지독한 침묵의 방은 닫친 듯 열려있어
물 때가 돼면 밀려드는 밀물에 휩싸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썰물의 짠 흔적들로 난자하다
결국엔 명령어같은 사랑 때문야
배를 드러내고 발버둥치는 최후에 매미 소리도 말야
귀뚜라미 우는 팔월의 새벽 두시는 또 어떴고
정말이지 사랑은 고래심줄이야
사랑은 거대한 서사시야.
칠월에 쓰는 편지 /최하정
칠월에는 꼭 쓸 거라고
그리움에 편지를
아쉬움이 가득한 유월과
작별을 고하다 보면
파릇한 새싹들은 이미 넓어진 잎들이
지천에 새초롬하게
초록빛을 발하고
소맷귀도 하늘하늘하는데
우정과 사랑의 갈림길에서
흰 종이 위에 함초롬히 써 내려갈 즈음
늘 단미 닮았다 어여삐 하시던 임 생각에
팬만 굴려댄다
어느 때쯤이면 하얀 습자지에 마음 띄울지...
7월 /미인 노정혜
7월
청년을 자랑
비바람 지나간 산 들
생기로워
비바람 맞은 숲
깨끗함 뽐낸다
목욕하고 나온 아이처럼
산 들
여름더위로 지쳐가는데
시원한 바람 불어 생기를 찾아
짙푸른 여름 숲에는
새들 사랑놀이
더위속에 행복도 있다
하늘 땅
여름 값 하려니
고목나무 아래 쉼터가 돼
길손도 새들도 쉬어간다
찜통 닮은더위
가을 만들기에
떠거운 정열을 쏟는다
7월의 시 /양광모
신도 아시는 게다
이때쯤이면 새해를 맞으며
정성껏 칠한 마음 속 무지갯빛 꿈이
반쯤 벗겨진다는 걸
잊지 말라고
벌써 반이 지났다고
희망과 열정으로 다시 덧칠하라고
7월이다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면 된다고
일 년에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꿈과 사랑을
무지갯빛으로 다시 덧칠하라고
7월이다
7월이 오면 /박동수
돌아 갈 수 없는 길
한해의 반 고개를 지나온 7월
하얀 찔레꽃이
향기를 몰고 오네
고향을 잊어가는 마음속에
7월의 편지를
하얀 꽃으로 대신하여
그리움과 함께
마음의 향기를 보내고
지친 삶의 굴레를
하얀 꽃밭으로 기억을 옮겨 간다
찔레꽃잎에 묻은
작은 사랑들을
향기로운 나날이 되기를
나는 이 7월이 오면
하얀 항기를
날려 보내며 빌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칠월 목록 /서춘희
잠든 이의 숨소리를 따라가 본다 무릎을 꿇고 검은 상자 속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처럼
달콤함이 당도하는 곳은 어디인지 묻고 싶었다 사탕과 낮잠과 입술과 잎이
큰 꽃 만지면 불안한 것들
오늘은 평화로운가 귀퉁이가 닳은 비누를 문지르면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이른 아침 몇 개의 조약돌을 찾는다 봉지째 뜨거워진 바닷가에서 온 물음들
무거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새가 발목을 스치며 간다
자꾸 말을 잃는다 왜 이렇게 멀리 가버리는지 분명 여기 있던 숨결이 코 끝
에 닿지 않는다
남는 것과 남겨진 것
얼음은 녹기로 한다
눈앞에서 선을 고친다
아름다움 따위가 잘 자라는 곳에 있다 머리 위 그늘을 끌어당기며 하품을 할
것이다 앉을 자리를 골라주는 손을 보겠지 땀이 나기도 할 거야 검게 탔지만
타지 않았어 긴 기둥을 접으면 보라색 구름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저기, 물잔을 쥐고 가는 거인을 봐
낙차가 심한 기억에 우리는 웃었다 누군가 걸어둔 옷을 입으면 바스락거리는
죽음이 만져지기도 했다 칠월은 반음을 망설이는 감정으로 남는다
단지 조금 으깨진 빛깔을 쥐고
머무르지 않을 향을 맡았다
시장을 지나왔을 뿐인데 여기까지 와버렸어
들리지 않는 대화에 귀를 세우면
하나와 둘이 동시에 남겨졌다
7월 첫날의 노래 /정연복
올해의 후반전이
시작되는 오늘
이제부터
내리막인 걸
몸에 잔뜩
힘을 주지 말고
몸도 마음도
편안히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느긋하게.
숨가쁜
오르막에서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에도
다정히
눈길을 주면서
즐겁게
행복하게
칠월이야기 /최라라
내 손금에는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다
방문을 열고 비를 볼 때면
그가 나를 스쳐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늦은 목단이 피는 오후면
아직 오지 않았다는 확신도 들었다
그가 칠월 생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그럴 때 왔다
그가 온다면 칠월이었으면 좋겠다
칠월이 지나면 태풍이 지나갔다
칠월 /허 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 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