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琵琶行 - (白居易)
○陽江頭夜送客 楓葉荻花秋瑟瑟 主人下馬客在船 擧酒欲飮無管絃
심양강두야송객 풍엽적화추슬슬 주인하마객재선 거주욕음무관현
酒不成歡慘將別 別時茫茫江浸月 忽聞水上琵琶聲 主人忘歸客不發
주불성환참장별 별시망망강침월 홀문수상비파성 주인망귀객불발
심양강 어구에서 손을 보내는 밤,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이 쓸쓸하다.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은 배 안에 있어
술잔을 들어 마시려니 비파가 없구나.
술이 취하지 않았는데 서글피 이별하려하네.
이별의 시간, 망망한 강에 달빛이 젖어든다.
문득 강 위로 들리는 비파소리,
주인도 돌아갈 생각 잊고 손은 떠나지 못 한다.
尋聲暗問彈者誰 琵琶聲停欲語遲 移船相近邀相見 添酒回燈重開宴
심성암문탄자수 비파성정욕어지 이선상근요상견 첨주회등중개연
千呼萬喚始出來 猶抱琵琶半遮面 轉軸撥絃三兩聲 未成曲調先有情
천호만환시출래 유포비파반차면 전축발현삼량성 미성곡조선유정
소리를 찾아 비파 타는 사람을 물어보니
비파소리 멎었는데 대답이 늦다.
배를 옮겨 타고 다가가 서로를 마주보며,
술을 더하고 등불을 밝혀 다시 술자리를 열었소.
천만 번을 불러야 비로소 나오더니
비파를 안고 반쯤 얼굴을 가린다.
줄을 고르고 두세 번 퉁기는 소리,
곡조도 타지 않아서 정이 생기네.
絃絃掩抑聲聲思 似訴平生不得志 低眉信手續續彈 說盡心中無限事
현현엄억성성사 사소평생부득지 저미신수속속탄 설진심중무한사
輕○慢撚撥不挑 初爲霓裳後六絃 大絃○○如急雨 小絃切切如私語
경롱만연발부도 초위예상후육현 대현조조여급우 소현절절여사어
줄줄이 타는 솜씨 소리마다 마음이 서려,
평생 이루지 못한 뜻을 하소연하듯 하구나
머리 숙이고 손 뻗어 속속히 퉁기니,
마음에 서린 끝없는 한을 다 말해버린다.
살짝 눌렀다가 지그시 퉁기며,
먼저 예상곡을 타고나서 육오곡을 탄다.
큰 줄이 소나기처럼 요란하고
작은 곡은 속삭이듯 절절하다.
○○切切錯雜彈 大珠小珠落玉盤 閑關鶯語花底滑 幽咽泉流水下灘
조조절절착잡탄 대주소주락옥반 한관앵어화저활 유열천류수하탄
水星冷澁絃凝絶 凝絶不通聲暫歇 別有幽愁暗恨生 此時無聲勝有聲
수성냉삽현응절 응절불통성잠헐 별유유수암한생 차시무성승유성
급하게 간절하게 여러 가지로 타는 가락은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쟁반에 구르는 소리
다정하게 꾀꼬리 소리 꽃 속에서 구르고,
흐느끼듯 샘물이 흘러 여울로 떨어진다.
물 고인 샘이 차갑게 얼 듯 거문고 줄 엉킨 듯
엉겨 통하지 않아 소리도 잠시 들리질 않는다.
따로 깊은 슬픔이 있어 그윽한 한이 생기고
이러한 때는 소리 없는 것이 소리 있는 것보다 좋다.
銀甁乍破水漿○ 鐵騎突出刀○鳴 曲終抽撥當心○ 四絃一聲如裂帛
은병사파수장병 철기돌출도쟁명 곡종추발당심화 사현일성여열백
東船西舫○無言 唯見江心秋月白 沈吟收撥揷絃中 整頓衣裳起劍容
동선서방초무언 유견강심추월백 침음수발삽현중 정돈의상기검용
은병이 깨어져 물 쏟아지고
철기가 돌출하여 칼과 창이 부딪는 소리가 난다.
곡이 끝나자 발목을 빼고 가슴에 안고 타니
네 현에서 울려나는 소리 마치 비단을 찢는 듯하다.
동쪽 서쪽 배에서는 사람들 서글퍼져 할 말도 잊고
오직 강 가운데 밝은 가을달을 바라본다.
속으로 흥얼거리다가 발목을 줄 사이에 꽂고
옷을 여미고 일어나 얼굴을 가다듬는다.
自言本是京城女 家在蝦○陵下住 十三學得琵琶成 名屬敎坊第一部
자언본시경성녀 가재하마릉하주 십삼학득비파성 명속교방제일부
曲罷常敎善才服 粧成每被秋娘妬 五陵年少爭纏頭 一曲紅○不知數
곡파상교선재복 장성매피추낭투 오릉년소쟁전두 일곡홍초부지수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본래 서울여자인데
집은 하막릉 아래에 있어, 그곳에서 살았는데
열세 살에 비파를 배워내어
이름이 교방의 제 1부에 속해 있었습니다.
곡이 끝나면 항상 재주 있는 사람들도 감탄하였고
몸단장하면 항상 추랑의 질투도 받았습니다.
오릉의 소년들이 다투어 선물을 주어
한 곡이 끝나면 받은 비단 헤아릴 수 없었지요.
鈿頭銀○擊節粹 血色羅裙飜酒汚 今年觀笑復明年 秋月春風等閒度
전두은비격절수 혈색나군번주오 금년관소부명년 추월춘풍등한도
弟走從軍阿姨死 暮去朝來顔色故 門前冷落鞍馬稀 老大嫁作商人婦
제주종군아이사 모거조래안색고 문전냉락안마희 노대가작상인부
머리에 꽂은 은비녀로 장단 맞추고
붉은 색 비단 치마도 술에 얼룩져 있었지요.
금년도 기뻐 웃으며 다시 내년에도 그렇게 지낼 거예요.
가을 달, 봄바람에 한가히 지내왔어요.
동생은 싸움터로 가고 양모는 죽고,
저녁 가고 아침 가고 얼굴빛도 늙어갔지요.
문 앞은 찾는 이 하나 없어 쓸쓸하고
늙어서 시집가 장사치의 아내가 되었지요.
商人重利輕別離 前月浮梁買茶去 去來江口守空船 ○船明月江水寒
상인중리경별리 전월부량매다거 거래강구수공선 요선명월강수한
夜深忽夢少年事 夢啼粧淚紅○干 我聞琵琶已歎息 又聞此語重○○
야심홀몽소년사 몽제장루홍난간 아문비파이탄식 우문차어중즐즐
상인은 이 속에 밝아 이별은 가볍게 여겨,
전 달에 부량 땅으로 차 사러 갔지요.
강 어구를 오가며 빈배를 지키고 있노라면,
뱃전에 달은 밝고 강물은 차갑기만 하였습니다.
깊은 밤에 문득 젊은 시절 생각하고
꿈에 울고 나면 화장한 얼굴에 눈물이 흘렀지요.
내가 비파소리를 듣고 이미 탄식하는데
또 이 말 들으니 더욱 슬퍼진다.
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 我從去年辭帝京 謫居臥病瀋陽城
동시천애륜락인 상봉하필증상식 아종거년사제경 적거와병심양성
瀋陽地僻無音樂 終歲不聞絲竹聲 住近○江地低濕 黃蘆苦竹○宅生
심양지벽무음악 종세불문사죽성 주근분강지저습 황로고죽요택생
같은 하늘가에 떠도는 몸으로 서로 만나는데
어찌 서로 미리 알아야만 하는가
나도 지난 해 서울을 떠나
귀양와 심양에 살고 있도다.
심양은 궁벽해서 풍류도 없어
일년이 다 가도록 음악소리 한번 듣지 못했소.
사는 곳이 분강 땅이라 땅이 낮고 습하여
갈대와 대나무만이 집 둘레에 우거져 있소.
其間旦暮聞何物 杜鵑啼血猿哀鳴 春江花朝秋月夜 往往取酒還獨傾
기간단모문하물 두견제혈원애명 춘강화조추월야 왕왕취주환독경
豈無山歌與村笛 嘔啞○嘶難爲聽 今夜聞君琵琶語 如聽仙樂耳暫明
기무산가여촌적 구아조시난위청 금야문군비파어여청선악이잠명
이러한 속에서 아침저녁으로 무엇을 듣겠는가.
두견새 울음 피를 토하고 원숭이 슬프게 울어댄다.
봄날 강가 꽃피는 아침 가을 달밤에,
때때로 술 가지고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어찌 산 노래와 목동의 피리소리 없겠는가마는
가락이 맞지 않아 들을 수가 없었소.
오늘 밤 그대의 비파소리 들으니
신선의 가락을 듣는 것 같아 잠시 내 귀가 맑아졌소.
莫辭更坐彈一曲 爲君飜作琵琶行 感我此語良久立 却坐促絃絃轉急
막사갱좌탄일곡 위군번작비파행 감아차어양구립 각좌촉현현전급
凄凄不似向前聲 滿座聞之皆掩泣 就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
처처불사향전성 만좌문지개엄읍 취중읍하수최다 강주사마청삼습
사양 말고 다시 않아 한 곡조 더 타시게,
그대 위하여 비파행을 짓겠소.
나의 이 말에 감복되어 한참 서 있더니,
문득 앉아 줄을 고르고 급히 비파를 탄다.
처철함이 전번 소리와 달라
좌중 사람들이 듣고서 다 눈을 가리고 운다.
그 중에 눈물 흘린 것이 누가 가장 많았던가.
강주 사마인 내 청삼이 다 젖어있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