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민국은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터키와의 3, 4위전이 있던 6월 29일,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이 참수리 357호를 기습 포격해 우리 군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한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다. 붉은 물결로 가득했던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우리 용사들은 붉은 피를 흘리는 비극을 맞이한 것이다.
북한은 계획적으로 접근한 후 경고 없이 사격했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공격에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은 즉시 대응 사격을 명령했으나 곧 북한의 저격수에 의해 전사하였고, 부, 정장 이희완 중위(현 대령)는 양다리를 잃은 채로 윤영하 소령을 대신해서 전투를 지휘하였다. 결국 참수리 357호는 엔진이 정지되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고, 20mm 벌컨포를 수동으로 제어하며 죽을 때까지 방아쇠를 잡고 있었던 조천형 상사(당시 하사)와 황도현 중사(당시 하사), 교전 중에 전사한 M60 사수, 서 후원 중사(당시 하사)쓰러진 것을 본 박동혁 병장(당시 상병)은 의무병임에도 불구하고 대신 M60을 잡고 적에게 사격을 가했다 박 병장은 온몸에 파편이 박혀 오른쪽 다리를 통째로 절단하는 등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안타깝게도 후유증으로 전사하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조타실을 지켰으며 참수리 357 고속정이 인양될 때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한상국 상사(당시 중사). 이외에도 왼손을 잃고 오른손으로 M60 잔 탄을 발사한 권기형 상병, 교전 중 부상했으나 훗날 천안함에서 전사한 박경수 상사 등 모두가 불굴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우리 해군의 영웅들이다.
영결식은 오일장으로 진행하고 윤영하 소령에게는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삼일장으로 변경됨과 동시에 훈장은 한 단계 아래인 충무무공 훈장이 수여되었다. 그리고 연평해전 다음날, 대통령은 월드컵 결승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중대한 국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나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마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용사들은 전사자가 아닌 공무 중 순직자로 처리되는가 하면 생존자들은 제1연평해전과 비교되어 패잔병 취급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국가가 영웅을 외면한 것이다.
영웅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영웅만을 기억하고 있다. 군인은 명예가 빛날 때, 국가를 지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축제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을 예우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겠는가? 미국이 강국인 이유는 한 명의 병사라도 끝까지 국가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국민마저 연평해전 용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고, 교전이 발생한 지 13년이 지난 2015년, 연평해전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야 서서히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지났다. 나라가 있기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의 공훈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은 어느 특정한 달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실상들.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순신 장군만을 기억할 뿐이다. 얼마 전 6.25 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절도 행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피해 금액은 총 8만 원이 넘는 수준이었다. 생활고로 절도를 벌이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국가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갖추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헌신을 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