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 깨운다>
- 고상섭
1.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 제목은 자다가 갑자기 생각난 제목이었다. 논문형식의 책이 얼마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셨지만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는 목회철학을 세우는 하나의 이정표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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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제자훈련원에서 사역할 때 옥한흠 목사님의 호를 딴 '은보도서관'을 섬겼다. 도서관장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사실 책을 나르고 정리하는 사서역할을 했다. 제자훈련 관련 도서들을 정리하면서 옥한흠 목사님의 글들, 자료들을 꾸준히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 귀한 복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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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서관의 책들을 정리할 때 예전 제자훈련교재를 한 권을 가지고 왔다.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목회의 가장 큰 전환은 목회자의 위치였다. 당시 목회자는 성도들의 섬김의 대상이었고, 어떤 부흥사는 목회자를 잘 섬기면 복을 받는다는 등의 가르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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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옥한흠 목사는 교회의 주체는 목회자가 아니라 평신도라고 못받는다. 원래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은 성경적이지 않다. 성경은 오직 '한 백성'으로 표현된다. 베드로 사도도 자신과 같이 장로된 자들이라고 표현한다. 로마 카톨릭의 잘못된 구분이지만 이미 구분되어 있는 호칭이기에 '평신도'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의 위상을 성격적으로 다시 위치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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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옥한흠 목사가 신학교를 다닐 당시는 교회는 보편성, 거룩성,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고 배웠지만, 유학을 가서 한스 큉의 <교회>를 통해 교회의 사도성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사도성은 사도들의 신앙고백과 사역의 계승이며 그것이 목회자에게 계승된 것이 아니라 전교회(Whole Church)에 계승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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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회라는 말은 결국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도의 사역을 계승한 계승자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목회자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4.
"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엡 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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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서는 목회자의 역할이 첫째,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둘째 봉사의 일을 하게 하여 셋째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서 온전하게 된 그 성도가 봉사의 일을 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주체라는 것이다. 여기서 온전하게 한다는 말은 성도를 훈련시키고 무장시킨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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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어성경에는 Equip 이라고 번역된 곳도 있다. 즉 목회자와 성도의 관계에서 목회자는 성도를 훈련시켜서 교회와 세상에서 사명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독, 코치 같은 역할을 맡았다. 어떤 감독이 최우수 감독이 되는가? 선수가 우승하는 감독이다. 즉 감독은 선수의 실력으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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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는 교회의 주체이며, 사도의 사명을 이어받은 사도의 계승자임을 깨달아야 한다. 목회자는 그 사명자들을 훈련시키는 감독이며 코치이다. 그래서 잠을 자는 평신도를 깨워야 하는 역할이 목회자들에게 있다. 오늘날 평신도들은 잠자려고 한다. "나는 평신도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습니다."라는 인식을 바꿔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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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스도의 종은 곧 평신도의 종이라는 것이다. 이 진리앞에 무릎을 꿇고 승복할 때 비로소 섬기는 자로서 목사의 권위와 교회의 주체로서 평신도의 영광이 함께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교역자의 권위는 섬기는 데서 오는 권위이다... 사도들이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리라 고 하였는데 여기서 '말씀 전하는 것' 이라는 말은 '디아코이나' 즉 섬김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평신도를 깨운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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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권위를 평신도의 종으로 낮춘 옥한흠 목사의 파격적인 가르침은 아이러니 하게도 많은 평신도와 다른 부교역자로부터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다. 권위를 허물고 권위없는 자처럼 낮아졌지만 그 삶이 더 큰 존경으로 돌아오는 것이 결국 복음의 역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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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장 중요한 말씀 사역마져도 평신도를 섬기는 봉사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면, 교역자가 하는 그 나머지 모든 일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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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평신도를 섬기는 가장 최고의 일은 잠자는 평신도를 깨워 훈련으로 무장시켜, 세상과 교회를 섬기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 즉 사명자의 삶, 사도의 계승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