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이?‘오늘의 운세’ 정리하고, 편집국장 직대는 TV 프로그램 소개하고 편집국에 돌아와서 살펴본 짝퉁 한국일보 제작 현실
편집국 문은 열렸지만 한국일보는 여전히 짝퉁입니다. 회사가 차장∙팀장급 이상에 기사를 수정할 수 있는 데스크 승인권을 주지 않고, 편집자들에게도 신문지면을 편집하는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기사를 작성 송고하는 시스템에 접속만 가능한데, 이를 통해 들여다 본 짝퉁 한국일보의 속내는 더욱 기가 막혔습니다.?편집국에서 쫓겨나 있던 동안 연합뉴스로 도배되고 오자와 비문이 난무하는 한국일보 지면을 보고서도 분통이 터졌지만, 편집국 문이 열린9일(10일자 한국일보)과 10일(11일자 한국일보)?기사작성 시스템에서 확인한 제작과정은 한마디로 몰상식 자체였습니다.
6월 15일 회사가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봉쇄하면서 편집인에 임명한 이진희 부사장은 이틀동안 총 70건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기사를 띄웠습니다. 관행적으로 편집인은 편집국장을 지낸 경영진 간부가 맡습니다. 이 같은 고위 간부가 짝퉁 한국일보 제작에 참여하는 어떤 이보다 많은 기사를 처리하면서,?평상시라면 각 부의 행정직원이나 막내기자들이 담당하는 고정코 ‘백운산 오늘의 운세’, ‘임귀열의 현지영어 정통영어’, ‘오늘의 경기’ 등을 도맡아 띄우고 있었습니다. 편집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고작 하는 일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진희 편집인이 이틀동안 기사작성 시스템에 띄운?70건 중 국제면 문화면 등의 기사계획안과 승인되지 않은(실제 지면에는 나가지 않은) 기사들을 뺀다 해도 총 55건의 기사를 처리했고,?대부분 기사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정리한 것이었습니다.혼자서 문화면, 국제면, 스포츠면의 기사 수십건을 뚝딱 만들어 내는 형편이니 제대로 된 기사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이진희 편집인이 띄우고 하종오 편집국장 직대가 승인한 기사들도 많았습니다. 체계도, 위아래도 없는 짝퉁 편집국의 현 상황입니다.
역시 편집국이 봉쇄된 6월 15일 임명됐지만 법원이 가처분 결정문을 통해 인사의 정당성이 없다고 규정한 하종오 편집국장 직대는 TV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채널선택’, 연재 만화 ‘블론디’ 해석문,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받아 쓴 문화면 기사들을 직접 시스템에 올리고 승인했습니다. 약 200명의 편집국 부장과 기자들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 최고책임자로서 오늘 한국 사회의 아젠다가 무엇인지, 신문 1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편집국장이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이었습니다.
사회면, 경제면, 피플면 등의 기사를 맡아 쓰고 있는 데스크들도 이틀동안 각자 20~40건의 기사와 사진설명 등을 올리고 이 중 일부는 자신의 바이라인을, 일부는 연합뉴스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바이라인이 달린 기사들도 대부분 연합뉴스의 문구만 조금 수정한 기사들이었습니다.
11일자 여행면에 난데 없이 등장한 객원기자들의 원고는 아예 기사작성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4개면에 걸쳐 삼척 장미공원길, 향토음식, 지리산 종주, 몰디브 등에 대한 여행기사가 객원기자 바이라인과 함께 실렸지만, 한국일보의 기사작성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만들어진 ‘출처 불명의 기사들’이었습니다. 기사를 쓴 객원기자가 누구인지도, 누가 데스크를 보고 완성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진짜 한국일보를 만들고 싶어하는 기자들을 제작 시스템에서 배제하고 차단한 채 짝퉁 한국일보는 이토록 어처구니 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문만 열린 편집국에서 기자들이 여전히 분노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