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가라앉은 달은 노오란 비누가 된다 탁했던 호수가 점점 환해진다 거품과 비누방울을 남기며 물믈 먹어 자꾸 부풀어 오르지만 손때 묻은 사람과 상처입은 사람들을 씻겨준다 닳고 헤지는 시간으로 반달에서 초승달로 사라져 가거나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한 사람은 손을 수시로 닦는다 기름기 번들거리는 입을 강물로 씻고 눈에 낀 안개를 걷으면 환하게 웃는 달그림자 작은 비누 풍선 하나마다 작은 달 하나씩을 담고 있다 상처가 많은 사람에겐 달빛 비누냄새가 난다 바람이 불고 물결이 쳐 가라앉은 달을 흐트러 뜨리려 하지만 모양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있다 슬퍼서 울어야 할때 차라리 그냥 가만히 두는게 좋은 때가 있다 물에 빠진 달을 찾으려 하지 않는 마음으로 호수는 밤새도록 은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