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정리
지은이 : 정극인(丁克仁 1401-1481) 조선 전기 문신.학자. 호는 불우헌. 세종 때 등과하지 못하고 세종의 흥천사 토목 공사에 항의하다가 북도로 귀양, 그 뒤에 풀려나 전라도 태인에 불우헌이라는 정자를 짓고 은거, 문종 때 6품 벼슬을 제수 받았다가 단종 때 급제, 이어 단종이 세조에게 양위하자 벼슬을 사임하고 태인에 다시 은거, 그 후 다시 출사하여 10년 간 여러 관직을 거쳐 1470년(성종 1년) 치사, 귀향 후 추진 양성에 힘썼다. 영리에 힘쓰지 않고 교육에 힘썼다고 성종이 3품 산관의 은영을 내리자, 이에 감격하여 '불우헌곡'과 '불우헌가'를 지어 송축하였다.
갈래 : 서정 가사. 정격 가사. 양반 가사
연대 : 성종 때
율격 : 3.4조 4음보
문체 : 운문체. 가사체
구성 : 서사, 본사(춘경.상춘), 결사의 3단 구성
성격 : 주정적, 서정적
주제 : 봄의 완상(玩賞)과 안빈낙도(安貧樂道)
형태 : 39행, 79구, 매행 4음보(단 제 12행은 6음보)의 정형 가사로, 4음보 연속체의 율문
표현상의 특징 : 설의법, 의인법, 대구법, 직유법 등의 여러 표현 기교를 사용하고, 고사를 많이 인용하면서 작품 전체를 유려하게 이끌고 있다.
내용상의 특징 : 봄을 완상하고 인생을 즐기는 지극히 낙천적인 내용이다.
전개 과정 : 화자는 좁은 공간(수간모옥)에서 점점 넓은 공간(들판, 산 위)으로 나아가는 공간 확장에 의한 전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의의 : 조선 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 산림 처사로서의 생활을 은일 가사의 첫 작품으로 사림파 문학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 전문 풀이
(기)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생활하는 모습이 어떠한가? 옛 사람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 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와 같은 사람이 많건마는, 어찌하여 그들은 나처럼 산림에 묻혀 사는 자연의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송죽이 울창한 속에 풍월주인이 되어 있도다.(풍류 생활의 기상)
(승) 엊그제 겨울 지나 재 봄이 돌아오니, 복사꽃 살구꽃이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 꽃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기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숲 속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봄 경치)
물아일체어니, 흥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 주변을 걸어 보기도 하고, 정자에도 앉아 보며,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한가로움 속의 참다운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봄의 흥겨움)
(전)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산책은 오늘 하고, 냇가에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에는 고기를 낚세.(권유)
이제 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잔 수를 세면서 술을 먹으리라.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들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독이 비었으면 나에게 알려라. 아이에게 술집에 술이 있는지 물어 술을 사다가, 어른은 지팡이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나직이 흥얼거리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 바닥을 흐르는 맑은 물에 잔을 씻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무릉도원이 가까운 듯하다. 아마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음주)
소나무 숲 사이의 좁은 길에, 진달래꽃을 붙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으니, 수많은 촌락은 여기저기 벌여 있고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빛은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구나. 엊그제 거뭇거뭇한 들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선경)
(결) 부귀공명이 날 꺼리니(내가 부귀공명을 싫어하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여도 잡념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아니한가?(안빈낙도)
▶ 작품 해설
'상춘곡(賞春曲)'이란 '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노래'란 뜻이다. 우리 나라 가사 문학의 효시라고 평가되는 이 작품을 통하여 가사의 형식과 특징을 파악하고, 아울러 안빈낙도(安貧樂道)하던 선인(先人)들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39행, 79구, 매행 4음보(단, 제 12행은 6음보)의 정형 가사이며 양반 가사인 이 작품은 산중에 거처하며 봄날의 홍취에 한껏 젖어 온갖 풍류의 즐거움을 느낀다. 높은 산에 올라 수많은 마을을 바라보니 더욱 아름답다. 이러한 자연의 품 안에서 부귀와 공명을 욕심 내지 않고 청풍과 명월을 벗하는 안빈낙도의 생활 자세를 지니며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상춘곡'은 가사 문학의 첫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고려 말의 승려인 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惠勤)이 지었다는 '서왕가(西往歌)'가 이 갈래 문학 작품의 시작이라는 학설도 있다.
한편, 이 노래는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표방하는 은일 가사(隱逸歌辭)의 첫 작품으로, 또한 송순과 정철로 이어지는 호남 가단 형성의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서사, 본사, 결사로 나누어 감상하면 다음과 같다.
서사(紅塵에-되여서라) : 전문의 서사로 명리(名利)를 떠나서, 자연에 묻혀 고답적(高踏的)인 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낙천적인 시풍으로 표현하였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가운데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초가삼간을 지어 놓고, 자연에 몰입하여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작가의 모습을 한 폭의 신선도(神仙圖)를 펼쳐 놓은 것 같다.
본사1(엇그제-호재로다) : 복숭아꽃과 살구꽃, 푸른 버들과 꽃다운 풀은 분명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미술품 같은데, 작가는 이런 봄 경치에 도취되어 집 앞을 거닐며 앉으며 읊조리면서 한중진미(閑中眞味)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다. 봄을 맞는 흥겨운 기분이 잘 드러나 있다.
본사2(이바-有餘 샤) : 무릉도원처럼 느껴지는 춘경(春景) 속의 흥취를 노래한 것으로, 진달래꽃을 꺾어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 수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봄 들과 촌락을 바라보는, 작가의 자연에 몰입한 청아(淸雅)한 풍모가 잘 나타나 있다.
결사(功名도-엇지?리) : 부귀공명 따위는 세속적인 것과는 인연이 없고, 다만 아름다운 자연만이 나의 벗이다. 이 속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면서 평생을 지내는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있을 리 없다. 중국 상대의 은사(隱士)의 생활을 방불케 한다. 배경에 흐르고 있는 사상은 유교적인 청빈사상(淸貧思想)이다. 이 노래 전체의 결사로서 작가의 낙천적인 인생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 심화 학습 자료
'상춘곡'의 내용상 특징
(1)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여타의 가사 작품들이 임금의 은혜를 언급하고 임금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군은(君恩)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생략되고 있다. 이는 작가 정극인이 벼슬살이를 다한 연후에 창작했기 때문에 다시 중앙 관리로 등용되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고 관직에 대한 욕심도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하여 송순의 '면앙정가'나 정철의 '관동별곡'을 살펴보면 연군의 정과 군은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2) 이 작품의 작가는 청운의 뜻을 품은 청운객이 아니라 은일지사가 상춘을 음영하고 취락한 내용이다. 표현은 매우 사실적이고 대구법, 의인법 등을 구사하여 곡진하게 묘사된 서정 가사이다. 이 은일성의 강호 한정 가사의 영향 관계는 '상춘곡'-'면앙정가'-'성산별곡'으로 이어졌다.
'상춘곡'에 얽힌 문제
사적(史的) 위치 - 최초의 가사치고는 너무 세련된 형식이어서 가사 문학의 효시라고 하기 어렵다. 가사의 효시는 고려말 나옹화상의 '서왕가'라는 견해도 있다.
작가 - 문헌적 방증이 없어 정극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상춘곡'에 대한 평가
이 작품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에 묻혀 사는 은퇴한 관료의 생활을 읊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사에는 화자의 대자연의 주인된 기쁨과 여유 있는 생활 태도가 잘 나타나 있으며, 또한 세속에 허덕이는 속류(俗流)를 비웃듯 청아한 뜻이 낙천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본사에서 우리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우아미(優雅美)'가 창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정병욱)
산림 처사로서의 삶을 다루는 은일 가사는 부귀와 공명을 꺼리니 청풍이나 명월 아닌 다른 벗이 없다고 해서 내심을 드러낸다. 즉, 밀려나서 은거를 하는 것이 바라지 않던 바일수록 자신이 신선인 양 자부하고 세속적 먼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엾다고 해야 심리적 균형이 맞는다.(윤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