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절수기 설치로 이룬 물 절약의 꿈

[짱구박사]

절수기 설치로 이룬 물 절약의 꿈

임삼진(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마침내 달성한 꿈의 수치 33세제곱미터!!

나에겐 오래 전부터 작은 꿈 하나가 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우리집의 물 사용량을 줄였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명색이 환경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매달 받아보는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에 기록된 물 사용량이 너무 많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우리집 수도사용량은 최근 수년동안 거의 한결같이 37~40 세제곱미터를 기록해 왔다. 4인 가족이 사용하는 양으로 많은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샤워시간을 줄여달라고 말을 해보는 등의 노력을 해보지만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마당에 아이러브그린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절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부터 실천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5월 샤워기용 절수기부터 집에 설치를 했다. 그리고나서 7월에는 양변기용 절수기까지 설치를 마쳤다. 그런데 기대감이 컸으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물사용량이 거의 변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우리집에서 푸들 한마리를 키우게 되면서 물 사용량이 많이 늘어나 버려 절수기의 효과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철 들기 전이라 그런지 강아지 한마리로 인한 물 씀씀이가 사람 하나 늘어난 것 이상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강아지가 철이 들면서 지난달께부터 그의 물 사용량이 안정화되었다.

마침내 며칠전에 받아본 이달 관리비 청구서에는 꿈에 그토록 열망하던 물 사용량이 기록되어 있었다. 33 세제곱미터!! 너무 기분이 좋아 나는 환호했다. 물 사용량에 관심을 가진 몇년 만에 기록한 최저 물사용량, 그것도 강아지 한마리가 제법 물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달성한 기록이기에 더욱 값진 결과에 감동하고 있다.    

영국 정부, 가구마다 절수기 무상 공급중

영국에서는 물절약 운동으로 샤워 스마트(Shower Smart)라는 절수기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영국의 모든 가구는 신청만 하면 절수기를 받아 볼 수 있다. 이 물절약기는 작고 간단한 원리지만 그 효과는 1개당 연간 12,000리터로, 절수기 1개로 1년에 1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간단히 절수기를 설치한 다음 줄어든 고지서를 받고 즐거워하는 만화 속 주인공의 웃음은 그 효과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샤워기용 절수기 설치로 1년에 물 2만3천리터, 수도요금 1만5천원, 도시가스요금 8만원 절감

우리나라에서 시판중인 절수기를 가정에 설치하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대부분의 가정에서 물 소비량 중 샤워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을 고려해 샤워기에 물절약기를 설치했을 경우에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 어느 정도일지 추정, 분석해보았다.
환경부가 2003년 서울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155가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에 현재 요금을 적용하여 분석하면 4인 가구당 물 사용량은 월 평균 약 28,500리터, 수도요금은 19,100원으로 나타났다. 가구별로 차이가 있으나 이 가운데 샤워기에 의한 물 소비량은 22.4%인 약 6,400리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실이 2개인 가정의 샤워기에 물절약기 2개를 설치할 경우 예상되는 물절약 효과는 다음과 같다.

 6,400리터x0.3x12개월=23,000리터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약 23,000리터의 물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약 15,000원의 수도요금 절약을 기대할 수 있다. 영국에서 보급하고 있는 물절약기(Shower Smart)의 물절약 효과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절약되는 금액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샤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물은 상당량이 온수이며, 그 비용이 도시가스 비용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4인 가구 평균 도시가스 사용량은 66㎥, 요금은 약 45,000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온수를 데우는데 사용되는 도시가스 소비는 40~50%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물절약기를 설치하여 물 사용량을 약 30% 절감했을 경우, 도시가스 소비를 15%가량 줄일 수 있다. 
66㎥x0.15x12개월=약119㎥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약 119㎥의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연간 약 80,000원의 도시가스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만원 남짓한 작은 절수기 2개로 아파트 관리비를 연간 95,000원, 월 평균 8천원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위의 계산은 통계자료 중 최소치를 선택하여 분석한 결과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실제 각 가정에서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울산시 수만가구 보급, 정부종합청사, 매리어트호텔 등 설치로 확인된 효과

순수국산기술로 친환경상품진흥원의 친환경마크 인증을 받았으며, 정부종합청사와 매리어트호텔를 비롯한 여러 곳에 설치되어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울산시는 지난 2007년부터 시가 앞장서서 절수기를 수만가구에 보급해 왔다. 아이러브그린을 통해서 교통안전공단 본사 및 전국 지사, 송파구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여러 우체국 등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도 물 절약 캠페인에 동참해 왔다. 샤워기용 절수기는 설치가 아래 사진과 같이 매우 간단하며, 설치후에도 수압이 그대로 유지되어 불편함이 전혀 없다.

샤워기용 절수기의 과학적 원리

샤워기용 절수기의 과학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절수기 설치 이후에도 물을 30% 이상 절약되어도 수압의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양변기용 절수기 간편 설치로 벽돌 10장 넣은 것과 같은 효과

흔히 많은 가정에서 양변기에서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벽돌이나 1.5리터 페트병을 물탱크에 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필요 이상의 물이 저장되어 매번 버려지는 문제를 벽돌로 해결하자는 취지고 효과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넣게 되면 변기 작동에 필요한 물의 양 이하로 내려가 작동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으며, 간혹 수압이 약해져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큰 수압 변화 없이도 양변기의 물을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탱크 기둥에 간단히 끼워주면 큰 수압 변화 없이도 물을 20~40% 가량 원하는 만큼 절약할 수 있는 양변기용 물 절약기다.

그림과 같이 절수기를 끼워 넣을 싸이펀 기둥의 형태에 따라 절수기를 회전시켜 끼워주기만 하면 설치가 완료된다. 물탱크의 물을 배출시키면 중력에 의해 절수기가 내려가면서 물마개를 빨리 닫게 하며, 오물을 세척하고도 필요 이상으로 배출되는 물을 남겨 물을 절약하게 된다. 물탱크의 용량에 따라 절수기 상하단계를 조절하여 원하는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다. 양변기용 물 절약기의 경우에는 물탱크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작은 벽돌 10장(6L)을 넣은 것과 같은 절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루 평균 양변기를 10회 정도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하루 평균 60L, 연간 21,600L를 절약할 수 있다.  아이러브그린은 물 절약기 사용을 통한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생활속 환경운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이런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