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본철도 탐사여행기 47편 올라갑니다 ^^;;
TM의
일본철도 탐사여행기 47 - 오타루의 갈매기(여행 10일째)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보니 어느덧 새벽 다섯시 반이었다. 베개 위로 나있는 조그마한
창의 커텐을
열고
밖을 확인하니 전에 볼 수 없었던 맑은 날씨였다. 아직 잠이 덜 깨어 베개를 등에
받쳐놓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다리를 쭉 뻗고 쉬고 있었다. 곧 친숙한 침대특급 차임벨이 울린 뒤 종착역
안내방송
이
나온다. 드디어 삿포로에 도착한 것이다. 밖을 보니 엄청난 고층빌딩들이 줄지어
있어 홋카이도 제
1의
대도시인 삿포로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완전무장한 뒤에 열차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급행 <하마나쓰>를
견인하
는
기관차는 푸른색 도색의 DD51 디젤기관차로 바뀌어 있었고, 디젤기관차 특유의 덜덜덜...
하는 소
음이
들렸다. 삿포로역은 역시 홋카이도에서 제일 번화한 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많은
열차들의
기착지
및 통과 포인트가 되므로 각 홈에서 이리저리 출발 안내방송이 시끄럽게 나오고 있었다.
홋카
이도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열차들을 삿포로역에서 거의 볼 수 있다.
우선
하룻동안 계속 골치를 썩였던 캐리어를 가둬놓기 위해 삿포로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코인락커를
찾았다.
그런데 이리저리 역 구내를 헤매 봐도 전부 400엔짜리 코인락커만 있을뿐, 300엔짜리
코인락커
는
발견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발품을 판 끝에... 삿포로역 북쪽 출구로 나가기 전에
조그만 300엔짜리
코인락커를
발견했다. 역시 홋카이도라 물가가 비싼건지? 다른 지방에서는 바로바로 찾을 수
있었던
그
흔한 300엔짜리 락커가 여기서는 400엔이라니...
2003년
3월, 삿포로역이 새롭게 단장되었는데, 특히 제일 주목할 만한 것은 삿포로역사 위에
높게 세워
진
38층의 거대한 고층빌딩인 JR타워가 개관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은 삿포로역 뿐만이
아니라, 스텔라
플레이스,
다이마루 백화점, JR타워호텔 닛코 삿포로, JR타워 오피스프라자 등이 한군데에 모여
있는
삿포로
최대의 복합 건물이자 삿포로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다. 게다가 38층에는 삿포로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삿포로의
날씨는 맑고 서늘했다. 찬 바람이 아직도 불어왔는데, 긴팔 옷 입기를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 밖으로 나와 잘 정돈된 삿포로역 주변 광장에서 JR타워를 겨냥해 사진 한방 찍고...
^^;;
내가
가려고 하는 첫 번째 목적지는 오타루. 삿포로는 홋카이도에 있는 동안 내 여행의
홈그라운드이
다.
이곳을 기점으로 모든 철도탐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오타루행 보통열차를 타기 위해
1번 홈으로 올
라갔다.
홈에는 홋카이도에서 자랑하는 특급열차들과 쾌속, 보통열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오타루로 가는 보통열차는 요즘 JR홋카이도에서 한창 밀고 있는 731계 최신형 전동차였다.
열차
No.60 JR하코다테본선 보통열차 - 731계
근교형 전동차 사용(3+3량편성)
앉은
좌석 : 진행방향 오른쪽
이용구간
: 삿포로(06:53발) --- JR하코다테본선 경유 ---> 오타루(07:39착) 33.8km
정상운임으로
갈 때 지불해야 할 돈 : 620엔 혼잡도
: 중상
승무 : 기관사 1명,
차장 1명
자동안내방송
: X 전광판 : O 리클라이닝 각도 : X 승차감 및 소음 :
A 전망도
: A
이
열차는 이와미자와를 출발, 삿포로를 거쳐 오타루까지 운행하는 통근형 열차이다.
731계 3량편성
이
중련하여 6량편성으로 운행되는데, JR홋카이도의 차량들은 추운 혹한지대를 운행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차량과 설계가 틀리며, 각종 특수장치들을 장착하고 있다.
우선
기관사의 시계 확보를 위해 대부분 신형차량에 백색 HID 헤드램프(우리나라는 고급승용차에
달
려나온다)를
장착했고, 초강력 성능의 에어브레이크를 장착했으며,(출발할 때 특유의 바람빠지는
소리
가
일품이다.) 내한내설구조가 상당히 탁월하다. 731계는 JR홋카이도의 근교형 차량
중 가장 최근에 생
산된
차량인데, 삿포로와 시 외곽을 연결해 주는 통근형으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실내는
지하철형 롱시
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문과 가까운 부분에는 접이식 의자를 설치, 혼잡시에는 의자를
접을 수 있게
설계하여
입석손님을 더욱 많이 태울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1호선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접이식
의자는
JR야마노테선에서 운행되는 6비차(옆문이 6개인 차량)처럼 모든 의자가 일제히 접혀
전차량
입석으로
운행되지만, 731계는 부분적으로 접이식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 틀리다.
사진에서
보듯이 731계의 출입문은 이렇게 한쪽으로만 열리는데, 이것은 731계 뿐만이 아니라
721, 711
계,
키하40계 등 홋카이도에서 운행하는 모든 열차들의 공통점이다. 그 이유는 겨울에
엄청나게 추워지면
모터가
얼어 문이 안 열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사진을
보면 아시
겠지만
조그마한 히터가 달려 있다. 만약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양쪽열림 구조로 설계하면
모터를 2개 달
아야
되는데다 히터도 2개를 달아야 하므로 비용절감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차내의 보온을 위해 731계 차량에는 문을 수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스위치를 설비,
승차시에만 문
을
열고 닫음으로써 겨울에도 추운 바람이 차 안으로 새어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열차는
삿포로역을 출발하여 오타루까지 각 역에 모두 정차한다. 구름이 조금 낀 맑은 날씨여서
화사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열차는 오타루를 향해 신나게 달린다. 가다 보니 열차 광고판에
게이큐(게이힌 급
행철도,
도쿄지역의 유명한 사철로 하네다공항~시나가와 노선 등을 운영)의 광고가 눈에 띄었다.
삿포
로의
신치토세공항에서 하네다공항까지 정기 항공편이 있으니, 하네다공항을 이용해서
도쿄로 가는
손님은
게이큐를 이용하라는 광고판이었다. 역시 삿포로에까지 게이큐의 손길이 뻗쳐 있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31계의
앞쪽을 보기 위해 제일 앞차로 나가 보았다. 운전실은 키하200계나 813계 등 큐슈에서
운행하
는
차량처럼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으며, 앞 전망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특이한 것은
운전대 손잡이(마
스콘)가
뿅망치처럼 생겼는데, 왼손만으로 조작하는 것 같았다.(오른손 뻘쭘모드)
테이네역을
지나 삿포로 외곽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역이 간혹가다
있는
데,
이 때는 차장이 차 밖으로 나와 하차하는 손님들에게 표를 받는다. 조금 지나면 삿포로와
오타루의
경계
근처에 있는 호시미역에 도착하는데, 호시미역부터는 진행방향 오른쪽에 근사한 해안이
나타난다.
지도로
보면 동해안인 셈인데, 정말 물이 파랗고 깨끗해 보였다. 열차는 전에 타보았던 시사이드
라이너
처럼
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같이 오타루를 향해 달린다.
오타루로
가는 도중의 해안에는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많았는데, 바위의 모양이 멋있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거기다 햇살에 비치는 바다의 색깔이 너무 좋았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출퇴근하는 사람
들은
이런 좋은 풍경을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열차는
바다와 함께 거의 15분 정도를 같이하는데, 중간중간에 바다갈매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갈
매기를
사진으로 찍어보려 노력했지만, 나도 움직이고 새도 움직이기 때문에 갈매기의 모습을
카메라
에
포착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백로 등 여러 많은 새들을 보았지만,
이들을 카메라
에는
잡지 못했다.(역시 내공을 더 쌓아야 하는건가)
해안가를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덧 오타루 시가지로 들어섰다. 열차 차창을 통해 바라본 오타루
시가지
는
예전에 가봤던 모지코우처럼 건물들이 모두 고풍스럽고 깔끔하고 멋있었다. 이곳은
메이지시대 후반
의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오타루역 부근에는 오타루 시가지와
동해를 한눈
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차가 있다고 한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주된
무대인데, 주요 촬영지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오타루는 겨울에 가는 것이 더 운치가 있을 듯 하다. 다음에는
오타루 시
가지를
여유있게 한번 구경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타루역에
도착하니 내가 승차했던 731계 열차가 행선판 롤지를 이와미자와행으로 돌려놓고
삿포로
쪽으로
가는 손님을 받기 시작한다. 하코다테본선의 전철화는 이곳 오타루역까지만 되어
있기 때문에
오타루
이후의 구간은 전동차로는 갈 수 없고, 디젤열차로만 갈 수 있다. 게다가 삿포로~오타루간은
복선이지만
오타루 다음구간은 단선이어서 운행하는 열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
오타루역에서 다음에 탈 차량인 오샤만베행 보통열차를 기다린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오타루까
지는
많이 가지만, 지금 돌아보려는 사코탄-굿챤-니세코 지역은 상당히 좋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 때문에 거의 가지 않는 "관광의 불모지"이다. 과연 그쪽에서는 어떤
절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열차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우욱~~~
다음
48편 <니세코산의 위용>편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