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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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경 수필집 서지정보
앵두를 찾아라
판형 240쪽 15cm× 21cm 신국판 , 정가 12,000원
ISBN 979-11-85448-21-3 03810
발행일 2015년 11월 20일
발행처 / 수필세계사
출판등록 2011. 2. 16(제2011-000007호)
41958 대구광역시 중구 명륜로 23길 2
TEL (053)746-4321 FAX (053)792-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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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제1부
두 번째 사진
비녀 12
블랙 16
봄은 오지 않는다 21
막장 26
붉은꽃 31
책장을 넘겨 주는 여자 35
달리기를 위한 변명 40
청포도 44
두 번째 사진 48
제2부
브라보 유어 라이프
옷깃 54
오래전 약속 59
앵두를 찾아라 64
얼룩 69
사실은 72
골목을 내다 76
비빔밥과 덮밥 81
브라보 유어 라이프 86
그 남자의 방문 90
제3부
즉경(卽景)
첫 열매 96
부연 101
빚꾸러기 104
섬에서 섬으로 109
순행(殉行) 114
내비게이터 사용법 119
즉경(卽景) 123
오지 않을 그대에게 128
꽃. 길. 기다림 133
제4부
당신을 위한 파이
앓음다움을 보다 140
당신을 위한 파이 146
멀다는 것 151
기억을 복제하는 근사한 방법 156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인가 160
지구 반 바퀴 연애 164
그 어깨를 안아 주고 싶다 168
재갈 물린 사람들 173
너는 나는 178
제5부
꽃심 지닌 사람
꽃심 지닌 사람 186
지지 않을 그림자 200
역사의 골짜기를 월광(月光)으로 물들이다 212
해설│‘앵두’에서 감성과 사유의 상징을 찾은 작가 박양근 226
■ 작가의 말
세상이 한 권의 거대한 책이라면 사람은 또 한 권의 작은 책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글쓰기 좋아하고 공상하기 좋아하던 아이가 어느새 거저 얻은 것 같은 훈장을 달게 되었다. 돌아보면 순간인 것 같은데 불완전한 영혼에 새겨진 글자들이 순간만은 아니었다고 말해 준다.
어쩌면 시간은 아무래도 좋았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생을 한 번 더 사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날을 바라볼 때나 일상을 읽을 때, 길을 떠나서나 극장에서나 나는 늘 어떤 ‘곳’에 있었다. 기억의 어깨 너머 그곳, 지나온 공간과 여전한 공간에 뭉근한 애정을 보낸다. 사소하지만 삼라만상이 담겨 있는 일상 공간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는 일이 기쁘고 감사하다.
애증의 기억과 생각의 결을 갈무리하며 흔들릴 때마다 낭독 녹음해 둔 「무비 스님의 신심명 강의」를 들었다. 구하지 않으니 행복이라는 말도 없고 내치지 않으니 불행이라는 말도 없다는 일침을 얻었다. 결핍이 재료가 되었으나 화해하지 못했더라면 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증애심도 간택심도 버리는 일이 또다시 쉽지 않은 숙제가 되었다.
부실하지만 마음의 속살을 고스란히 보이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과 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를 말들이 어울려 있어 책장을 열고 들어온 이가 행여 불편할까 염려 된다. 틈새에는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더부살이한다. 갈망에 우물거리는 말들이 나직이 들려 작은 공감을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언젠가부터 낯선 공간에 나를 놓아 보고자 한다. 조금씩 저질러 보고 있다. 부끄러워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말이 힘이 되었다. 어깨추의 무게를 덜어내야 발을 뗄 수 있다는 말이 박차가 되었다. 때로는 나를 보호하려고 무심을 가장하고 내 자리에 다소 소홀할 때도 기다려 준 안팎의 소중한 인연들, 글길의 오랜 도반들에게 마음 깊이 사랑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최고의 계절은 마음속에 있다. 글심을 허락한 세상의 모든 인연과 나의 삶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의 책을 빠져나와 좀 다른 책을 구해야 할 것 같다. 앵두를 찾아서.
이공일오년 가을 끝자락에
배 혜 경 고개 숙임
■ 작품 해설
‘앵두’에서 감성과 사유의 상징을 찾은 작가
박 양 근
(부경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작가와 평자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친교가 있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혹은 걸림돌이 될까. 잘 아는 작가라면 작품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반면에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할 수 있다. 모르는 작가인 경우는 작품 내용을 조망하기는 쉬우나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힘들게 된다. 평자가 배혜경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가질 만큼 배혜경은 지금까지 가두어 온 내면의 울림을 진솔하게 표현해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배혜경은 열정과 냉정을 함께 가진 작가이다. 간혹 냉정해 보이는 성품은 자신에 대하여 조심스럽고 타인에 대하여 예의를 지키려는 신중함에서 비롯한다. 또한 그 이면에는 솟아나는 열정을 비축해 두고 있다. 첫 작품집 『앵두를 찾아라』가 제시하는 세상도 정갈하면서 읽어 나갈수록 소담한 정취를 풍겨 준다. 작가는 유쾌하게, 때로는 아프게 자신을 포함한 주변을 솔직하게 다룬다. 그녀의 심층적인 자기분석은 유년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배혜경에게 글은 자기 성취의 탑이 아니라 달란트를 나누는 기쁨이다. 현실 속의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놓쳐 버렸던 감성을 글을 쓰면서 행간에 넣으려는 마음은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서울 출신으로 바다가 보이는 부산으로 이사 온 평범한 여성이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면서 지성의 지평을 넓히게 된다. 마침내 『에세이스트』에서 수필가로 등단하면서 문학에 입문한다. 『문학도시』 취재기자와 『수필나무』 편집국장직을 맡으면서 문학과의 교류를 본격화한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10년이 넘도록 낭독녹음 봉사를 하고 월간 〈BRAVO〉에 생활에세이를 연재한다. 그 필력(筆曆)은 건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각오와 더불어 ‘누추한 삶을 구해 줄 청포 입은 손님’같은 수필을 써야겠다는 의욕의 바탕이 된다. 그 길에서 만난 갖가지 삶의 진경이
『앵두를 찾아라』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