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트로이와 영화 '트로이'

먼저 브레드피트의 엉덩이가 쥑였다는 안샘의 말에 잔뜩 기대를 했으나 컥~! (이하생략) 영화를 보면서 안샘께 핸펀 때릴라구 했음. 우리의 순진한 선상님. 그런 걸 가지구 엉덩이가 쥑인다구 말이지..(넘의 남자 엉덩이 얘기는 그만 접읍시다. 맘만 아프지.)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신화와는 다른 어떤 변형을 줬을까? 만약 이 영화에 신들, 제우스와 헤라, 아프로디테가 나왔다면 영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실제로 신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전쟁의 발단은 여신들의 장난에서 시작되었고 매 위기의 순간 신들은 전지적 입장에서 내려다보고 조정하고 있지요. 신화 트로이 전쟁의 발단은 트로이의 양치기 파리스가 (영화속 트로이 왕자) 제우스의 양떼를 돌보고 있었는데 여신들이 저마다 파리스 앞에 나타나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결을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신들은 각기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게 하기 위해서, 헤라는 파리스에게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영광과 공명을,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얻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답니다. ㅉㅉ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편을 들었고 아프로디테의 보호 속에 파리스는 그리스로 향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환대를 받았는데 그의 아내 헬레네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거죠. 신의 도움을 받아 파리스는 이 아름다운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갔죠. 그것이 바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 방대한 대하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브레드피트의 아킬리스, 대단한 싸움꾼에 용감했지만 머리가 둔했던 아킬리스의 캐릭터가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끌려다니는 장군으로 변화됐네요. 오디세우스는 영화 속에서도 역시나 지혜롭게 나옵니다. 오디세우스는 신화에서도 전쟁을 싫어해서 아들과 지내고 싶은 마음에 미친척하면서 피해다녔다는 군요. 영화에서의 오디세우스는 말은 별로 없지만 그의 표정에서 전쟁에 고단하고 지친, 그러나 임무에 충실한 인상적인 캐릭터를 볼 수 있지요. 트로이의 국왕 프리아모스는 이제는 늙었지만 젊었을 때는 역시 현명한 군주임이 그대로 표현되었고, 그의 아들 헥토르는 가장 영웅적이고 고귀한 인물로, 부정행위를 정당화하지 않은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역시 흔들리지 않는 지휘자의 모습을 보여줬지요... 9년이나 계속된 트로이 전쟁을 영화화 했으니 아무리 브레드피트라고 해도 주인공 중심의 내용전재는 어려웠을 겁니다. 한 시대와 그 시대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의 갈등과 사랑이 이 영화의 구성 뽀인뜨인데 주제가 무엇일까? 파리스와 헬레네, 헬레네를 잊지 못하는 메넬라오스, 아킬리스와 비리세이스. 주제는 아무래도 "영웅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 세상사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인 것 같네요. 모든 관객들이 영화관을 들어서면서 이미 아는 신화를 어떻게 재미나게 구성했을까 궁금했을 겁니다. 변형되고 수정된 부분이 많지만 사실이 어떤가를 밝히는 게 영화의 작업은 아니니까 신화와 다르다고 괘씸해할 사람은 모자란 사람일 겁니다. 다만 그러한 전쟁이 있게 한 역사적 진실이 무엇이었는가를 추정해보고 밝혀보려고 하는 것이 시나리오 작가의 임무였겠죠. 사실 영화가 사실전달이라면 흥미는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그 시대를 통찰한 작가의 안목과 상상력에 박수를 쳐주어야할 겁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크게 발휘된 부분은 아킬리스에 대한 덧칠입니다. 사실 아킬리스는 트로이 목마가 트로이 성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죽었답니다. 또한 브리세이스(아킬레스를 흔들어 놓은, 죽게 한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답니다. 아킬리스가 사촌의 죽음으로 그리스로 돌아가지 않고 전쟁에 참여해서 헥토르를 죽이게 된 것도 변형됐답니다. 사촌이 아니라 파트로클레스는 친구였어요. 그러나 만약 영화속에서 친구라고 했다면 가뜩이나 감정선이 깨지는 그 부분 - 사촌이 죽었다고 야수로 돌변하는 부분-은 더욱더 설득력을 잃었겠죠. 아킬리스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아킬레스건을 맞아 죽습니다. 신화 속에서 아킬리스는 헥토르의 장례를 위해 허용된 12일간의 휴전 동안에 죽는데 프리아모스 왕의 딸 폴릭세네에 반해있을 때였답니다. 아폴론의 신전에서 결혼 협정을 하고 있을 때 파리스가 쏜 화살에 맞지요. (영화속과 분위기가 비슷!) 사실 어떠한 화살도 아킬리스의 몸을 뚫을 수는 없었답니다. 그가 갓난이이였을 때,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그를 스틱스 강물에 잠기게 해서 그녀가 손을 대고 있던 발뒤꿈치를 제외한 그의 신체의 모든 부분을 상하게 할 수 없도록 하였거든요.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는 일리아드 오디세이아를 비롯해서 많은 작품이 달리 해석되고 있는 만큼 무엇이 진실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어떠한 부분이 각색되었는 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 듯해서 올립니다. 참고한 책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