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100km 울트라 한번 뛰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은지 몇해 만에 이번 제주도 대회에 신청을 했다.
몇해 전 부터 천진암,북한강 울트라 대회에 출전하는 회원들 응원차 대회장에 갔을 때 풀코스 대회장과는 사뭇 여유로움을 느낄수있었기 때문에 나도 한번은 뛰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항상 맘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제주도 대회는 동아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2주의 컨디션 회복 시간도 충분하고 동아준비를 위한 훈련으로 몸상태도 어느정도 만들어 졌다는 생각과 제주도를 발로 뛰어 천혜의 자연으로 이루워진 해안도로를 돌아 본다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시작했다.
참가신청과 비행기 예약으로 수고해주신 박영근 총무님이 같이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며 대회끝나고 여유로운 여행이 되도록 인터넷을 뒤져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맛집,여행지의 평가와 댓글을 꼼꼼히 살펴가며 기록하는 즐거움과 같이 평소 일상에서 찾기 힘든 일탈에 대한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하루 하루 보냈다.
제주도 출발일이 다가 올수록 지금까지 풀코스 거리인 42.195km 이상을 내 두발로 뛰어보지 않은 미지의 시간속으로 내 스스로 걸어가고 있다는 두려움과 설레움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시청앞에 모여 천사님의 차로 공항까지 고고~~~
다시한번 빠트린게 없는지 체크하며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헐레벌떡 합류한 규일형과 같이 비행기를 탔다...
저가항공인줄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땅위를 달리는것도 아니고 하늘을 나는건데....이걸 타라고....가까이서 보니 동체에 부식된
흔적도 있고 왜이리 소리는 큰지....
보험이라도 몇 개 더 들어 둘걸...맘속으로 후회아닌 후횔 했다...GG
나란히 앉아 구름밑으로만 비행하는 항공기 덕에 하늘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경치를 구경하는사이 어느덧
제주 공항....
날씨 좋고 분위기 좋고....
먼저 숙소로 가서 참가신고 하고 방에 짐 놓고 본격적 여행의 필수코스 맛집 고고....
“금강산도 식후경” 어느 조상님이 만들었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ㅋㅋ
해물 전골집으로 택시 두 대로 나눠타고 고고....
서울에서 먹던 해물하고 차원부터가 틀리다...
보시면서 약 오르겠다...
푸짐이 먹고 마시고(요건 좀 모자랐다...내일을 위해) 일어났다...2박3일 왔는데 하루는 뛰느라고 하루 보내고 시간이 너무 아쉽다...
밤이라도 새야 되는데....내일을 위해 참아야지....그래도 아쉽잖아.....
횐님들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나와 찬바람이 택시 타고 수산시장으로 고고...
전복과 홍삼(붉은 해삼)을 적당히 사서 숙소로 갔다...
한라산 소주와 사온 전복과 홍삼으로 아쉬운 밤을 달래며 내일 출전 준비를 위해 건배!!
잠을 자야 되는데 천사님과 애비가 여자들 방에 안간다네...이거 ........ㅋㅋ
할 수 없이 8명이 한방에서 혼숙하고 말았다....
새벽2시 정도 됐을까?...전쟁이 일어 난줄 알았다....탱크가 지나가고 천둥이 치는...
우와... 잠자리 가리지 않고 머리만 대면 잘 자는 내 무딘 감각 조차도 전율을 떨게하는 이소리...코고는 소리...완전히 테너와 베이스의 이중 화음으로.... 명테너도 그런 화음은 나오기도 힘들텐데.......누군가?...좀 조용해 지겠지...어두운 방안에서 머리 굴려 가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다들 대단하다...이런 소음에 잘 자고 있는건지 아님 그냥 포기하고 누워 있는건지.....대단한 인내심들이야....참다 참다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에이! 안되겠다”...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범인을 찾아봤다....진욱인줄 알았는데 그옆에 있는 규일형이다.....베개를 내려줬더니 좀 그쳤다...이제 살만 하다...GG
그렇게 잠들만 했는데 누군가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 나간다....누구지?...귀찮다!..자자!!.
얼마나 잤을까?...아니 눈을 붙였다는게 맞지....“일어나세요!!”...새벽에 암닭이 운다.......ㅠㅠ
애비의 새벽 암탉 소리에 일어났다...새벽3시.....웬수가 따로 없다...
새벽4시에 아침 먹고 복장 챙기고 짐 정리하고....
출발지인 탑동 공원으로 갔다...
새벽 바닷바람이 좀 쌀쌀하다....
간단한 식전 행사를 마치고 신복형님은 천사님의 페메로 후미를 책임지기로 하고 사진 찍고 출발....
내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출발전 막연한 두려움은 어느새 없어지고 여행의 즐거움으로 편안하게
달렸다...
아마도 혼자 보다는 함께라는 이유가 있었기에 편안한 달리기가 됐을 것이다...
해안의 용암절벽과 새파란 바다색과 맑은 하늘을 유유히 날며 울어대는
갈매기의 응원과 처녀출전한 나에게 행여 후반에 페이스 저하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격려로 가득한 말로 용기를 주신 해언형님,규일형님의 리드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출발 후 3km정도 가다 용두암 방향으로 우회전 하고서 갑자기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놀라서 뒤돌아보니 찬바람이 도로반사표시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다.다행이 크게 다치지 않아 레이스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짧은거리도 아니고 무사히 완주 해야 될텐데 걱정 되었다.
25KM지점 부터는 횐님들의 그룹도 구분이 되었다....
진욱이는 혼자 먼저 나가고 그뒤를 해언형님,규일형님,내가 같이가고 그뒤에 찬바람,애비.그뒤를 신복형님과 천사님으로 나뉘었다...
한림,애월방향 해안도로로 들어서면서 오른쪽에는 바닷가를 왼쪽에는 제주전통의 돌담이나 집들의 정취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을려는 욕심에 연신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두눈을 호강 시켰다.
30km를 가니 캔싱턴콘도가 나왔다...몇년전 횐님들과 제주마라톤 핑계로 단체로 여행와서 묵었던 숙소이다....그날은 밤새 놀고 먹고 했어도 10km 거뜬이 뛰고 갔는데...gg
저멀리 풍력발전기 보인다... 50km지점인데...50km참가자는 여기가 종착역일텐데...얼마나 좋을까...50km .C.P에 도착하자 결승선에 도착한 참가자 들이 여유롭게 쉬고 있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이제는 우리도 100km에서 5km씩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되는거다...한라봉,방울토마토와 물로 어느정도 배를 채운다음 다시 출발 했다...해언형님이 발목이 좀 불편한지 힘겨워 한다...조금 가서 점심 먹고 막걸리 한잔 하면 괜찮다는 말을 하시면서 ....
점점 낯익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 온다..차귀도다...
작년에 가족여행와서 잠수함타며 놀던 차귀도 해적 잠수함....ㅋㅋ
여기를 뛰어서 올줄이야 꿈엔들 생각 했으랴....오늘 저녁 묵을 민박집이 여기에 있다. 민박집에 들어가니 아줌마가 내 몰골을 보고 놀랜다.육지에서 뜀뛰기 하러 왔냐면서... 아줌마 한테 저녁 늦게나 들어올 것 같다고 얘기 하고 해언형과 규일형과 같이 박카스 하나씩 먹고 식당으로 갔다....
제일 빨리되는 식사를 물어보니 성게미역국이란다...
일단 식사 주문하고 있는데 해언이형이 “애비 지나간다” 한다...첨부터 애비는 밥먹고 뛰는게 부담스럽다며 각 C.P에 먹거리를 챙겨 놨다...규일이형은 애비한테 잡히면 안되는데 라며...여유있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막걸리 한잔 들이키니 피로가 싹 풀린다...성게미역국이 나왔다.이렇게 막걸리 3병을 먹고 출발.
밥 먹었으니 소화되게 걸어야지 하는 해언형의 말에...같이 뛰니까 막걸리도 먹지 혼자서는 이런 호강은 없을거야...ㅎㅎ 어느정도 걸으니 조깅 모드로 전환된다..가다보니 인천마라톤클럽 주자가 2명 보였다.
반갑다...수도권에서 왔으니 같은 동지 아닌가....
인천 마라톤 하면 김주송 아닌가...옆에붙으면서 말을 걸었다...“안녕 하세요?인천에서 오셨네요..
저흰 하남시에서 왔어요...김주송 아시죠?“ 하고 물었더니 "아~하 헐레벌떡이요?" 아마도 김주송이가 클럽 홍보를 많이 했나보다....1명은 클럽 회장님이고 한명은 잘 모르겠다....얼마전까지 이름도 기억했었는데 지금은 잊어버렸다...이놈의 나잇돌.....얘기 좀 하다 화제 바닥..ㅎㅎ..그냥 같이 가다 앞선다...
해언형은 발목이 계속 신경쓰이는지 페이스가 늦어진다....그렇게 70Km까지 왔는데...나보고 먼저 가란다...규일형이 있으니....천천히 가겠다고...점점 멀어진다...
멀리 송악산이 보인다...
아주 낯익은 뒷모습도 같이 보인다...애빈가?...언덕이라 속도는 못내고 쫓아갔다...
75Km지점에서 사탕과 물을 먹고 가니 저 앞에 애비가 걸어간다...옆에가서 어깨를 치며 혼자서 고생했다고 말했다...사실 여기 까지 혼자서 왔다는건 정말 대단하다...누구 얘기 상대도 없이 나홀로 고독으로....그나마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경치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만...ㅎㅎ
나의 페메본능 작용으로 애비와 같이 갔다...산방산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주며...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사진도 안줬네....
애비의 전략인 500m뛰고 200m걷고를 1km뛰고 200m걷자고 이렇게 가면 12시간안에
들어갈수 있다며 애비 특유의 승부욕을 발동시켰다..
5km..5km..5km....를 갈때마다 힘겨워 한다...
중문방향으로 들어오면서 왜이리 언덕은 많은지....그래도 벚꽃이 만개해서 좋기는 한데...종반에 치달으니 경치도 이젠 지겹다....애비가 먼저 가라고 걷는다...95km부터는 멀리 떨어졌다..
마지막 95km C.P에서 오이 몇 개를 먹어치우고 자봉하시는 아줌마 한테도 감사했다고 인사하며 마지막 5Km를 달렸다....
이정표가 보인다...오른쪽“월드컵경기장“...가슴이 뭉클하다.
앞에 주자는 한명도 없다...월드컵 경기장 어디로 가지? 잠시 신호등을 앞에 두고 갈팡질팡...
한 아주머니가 손짓으로 방향을 가르켜 준다..주차장 방향으로 들어가니 운동장에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이제 결승점이다...기나긴 100km의 여정의 끝이다...12시간동안 두다리에 의지하며 꼭 완주 하리라는 믿음을 가슴깊이 새겨 두고 한발 한발 달려 여기까지 왔다...온몸에 완주에 대한 전율이 흘러내리는 듯 하다...저기 운동장에 들어서면 메이져 대회에 버금가는 환호와 응원으로 날 반겨 주겠지“..하는 생각으로 운동장앞으로 다가서는데...뭔가 이상하다....방송멘트가 울트라 대회 방송이 아니라 프로축구 방송이다...이거 뭐야?”...순간 얼음땡이 되어 버렸다....머리속은 하얗게 백지가 되어버리고 운동장 주차장에서 나와 학생들한테 물었다...
달리기 행사하는데가 어디냐고...저쪽방향에 있다는 소릴듣고...“이런 경우가 있나?”..봉사자라도 세워놓지....흐메~~~~...학생이 가르켜준 방향으로 가보니 결승아치가 보인다...나는 빨간 카페트가 깔려있는 반대 방향에 서있고...난감하다 지금까지 마라톤 결승선을 밟았던 기억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골인하고 싶었는데...가슴에 12시간동안의 고통과 완주의 기쁨과 즐거움을 모두 갖고 골인하고 싶었는데....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골인선을 밟았다...먼저 들어왔던 주자인줄 알고 아르바이트 학생이 결승테이프도 안들어 준다...“나 지금 들어오는 사람이다”라고 얘기하고 사진 찍었다...조직위원장인지 마이크 든 직원한테 신호등 건너 안내 봉사자 한명이라도 서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기록증을 받았다.....“첫 울트라대회 참가자로서 알립니다....을트라 대회 결승점은 운동장이 아닙니다.....ㅎㅎ”
완주라는 목표로 100km하염없이 뛰었다. 제주탑동공원에서 서귀포까지 제주도의 진정한 향미를 느끼며
왔습니다....눈에보이는 것 또한 소중했지만 진정 소중한 것은 한가지 목표를 위해 다같이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출발전 힘겹게 비행기예약과 참가신청을 해주신 박영근 총무님,처녀출전인 나와 진욱을 위해 여러 가지 배려 해주신 양해언형님과 규일형님,출발한지 얼마안되 부상 입어 좋은 분위기 흐릴까봐 끝까지 참고 완주 한 찬바람,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의지하며 동반주 하신 신복형님과 천사님,여행내내 분위기 잡아준 진욱과 애비.....이들모두가 무사히 같이했기에 행복 했었습니다....긴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끝-
첫댓글 장문 잘 읽었습니다 짬짬히 읽었네 제주도 추억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다시한번 완주 축하합니다. 마온에서 뽑일만 하네~~
역쉬 마온에 먼저 접수했구먼요....
하여간 글은 잘 써~~~생생하게~~~ㅎㅎ
언제적 얘기를......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심야 광란의 도로 무단질주 - 궁금하당~~ㅋㅋ
ㅋㅋ...너무 표현이 과한거 아니야!!!....100km 완주의 후유증으로 퍼진 님들을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하여 미숙한 운전실력으로 좀 거칠게 숙소까지 안전하게 대리운전 했으면 됐지!!!...ㅎㅎ...그래도 나중에는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 햇잖아!!!
너무 재밌다!!...싱싱한 해물탕 같은 후기잘보았읍니다!!..
ㅎㅎ잘읽었읍니다.^^*
요즘 얼굴 뵙기가 힘들어요....나홀로 열심히 하시는지?.....
군데 무슨 해물탕이 저러냐?... 보기만 해도 군침도네~~~
아! 배고파~~~ㅎ
한라산 소주랑 찍은게 있는데 그사진이 없네....그사진이 정말 Real 한데....
기나긴 여정을힘들고 재밋게 완주한것을 축하드립니다 먹는것은좋아보이는데 뛰는것은 힘들어보여요~ 수고하셨읍니다
하늘지기님도 충분히 완주의 기쁨을 즐길수 있을겁니다....ㅎㅎ
감동입니다.
대단하시다는 말 밖엔...
전 이쯤에서 마라톤 포기 할랍니다.
너무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몸도 안따라주고 ㅠㅠ
에휴!
혼자 뜀박질만 하는수 밖에 없네요.
마냥 부럽습니다.
로인님! 오래간만입니다..^^
결국 마라톤은 뜀박질이쥬.
혼자 하는 것 보단 다같이 하는게 잼나기도 하구요...
그래서 포기라는 말은 넘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전 10년을 한결같이 느리게 샤브작뛰어도 포기는 없었는데유~~~ (아직도 샤브작거리긴 하지만요...)
힘! 내시고 열심히 참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뭐든 열심이한텐 당해내지 못하니깐요...담주 산행인데 꼭 나오세요?^^
산행이 담주가 아니라 이번주넹~요~~ㅎㅎ
선배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전 아직 걸음마 중이예요
결국은 물건너 섬에서 멋지고 여유있게 완주 했군요 일요일 LSD 할 때 보니 기운이 펄펄~^^
그러게요...동아 끝나고 몸이 좀 가벼워졌어요....여기에서 한단게 높은 훈련만 하면 좋을텐데....그게 안되네요...ㅎㅎ
대박님은 제가 보기엔 까마득한 하늘 입니다
엄살부리지 말고 이번주 부터 열심히하세요.이번주남한산성 소풍 나오세요.ㅎㅎ
주말엔 좀 바빠서요....
주중에 뚝방 뛸래요! 쬐끔씩 ㅎㅎ
수요일에 나와요...19:30분에....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 2~3년 뒤에는 도전해 봐도 되겠죠? 50~60km부터 시작해서요 ^^:
환욱아 그냥 100km뛰나 50km뛰나 똑같아....ㅎㅎ...내년에 한번 도전 해봐....너는 울트라 체질일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