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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러 없는 3일,
그 첫날은 11,11일 일요일이였다
교회마당에서 낙엽을 쓸어모아 소꼽놀이하는 아이들을 찍고
구정로터리에서 곱게 물든 단풍낙엽을 찍고
나무둥지에 기대놓은 자전거가 한폭의 수채화로 다가와
낭만에 젖어 거닐며 카메라에 담아와 작업을 하려니
캄캄절벽, 전원이 전혀 안먹히는 거다.
우리집엔 텔레비젼이 안나온다
난시청 지역이라 그런지 전원 스위치를 넣으면 파란 화면이 뜨고
온통 반짝이는 점과 함께 지직거리는 소음만 나올 뿐이다
나먼저 살다가 이사간 사람이 접시를 매달고 봤던 흔적이 있지만
공중파 접시를 관리하는 회사에서 접시를 걷어 가면서
안방까지 들어오는 TV시청 할 수있는 줄을 집밖에서 싹뚝/ 잘라놨기 때문에
내게 TV를 시청하려면 새롭게 신청하고 돈을 지불해야 되는 모양이다
여기서 잠깐, 안돌아가는 돌머리 굴려 계산을 돌려본 결과는 의외로 간단하다
방안에서 위성방송 즐기며 한가로이 딩굴 시간도 이유도 없고
끽해야 저녁뉴스 보고 주말연속극, 대조영이나 시청하면 그만인 것을
비싼 설치비 내고 다달이 나오는 시청료와 함께 위성시청료를 또 내고
그것이 아까워 하루종일 마당에서 생비디오 찍는일 중단하고
전파속으로 달려들 일이 아니다 싶어 뉴스와 대조영을 컴퓨러 접속으로 보기로 했다
그로부너 우리집 텔레비죤 탱자탱자 노는 백수다.
마침 주일 오후, 와~ 이거 캄캄해 미치겠는거..
훤한 대낮이 캄캄한 것은 모든 위성과 통신이 두절 된 것,
더이상 방에 있을 이유가 없어 썰렁한 마당에 멍하니 앉아 하늘을 보니
손대면 금방이라도 주루룩 파란물이 쏟아내릴듯 하고
가을걷이랍시고 아뭏케나 베고 남겨둔 뿌럭지들이 뾰족뽀족하여
걸리면 금방 상처를 낼 것같고 말라 비틀어진 호박넝쿨이 동서사방에 흩어져
어지러운 마당을 더욱 어지럽게 하니 멍~하니 손놓고 파란 하늘만 쳐다볼 일이 아니라
호박넝쿨을 휙휙 잡아 당기니 꽤 먼 곳에서까지 힘없이 질질 끌려온다
호홋! 재미나는거.. 내친김에 여기저기 호박넝쿨을 싹 걷어 마당가운데 불을 지르니
순식간에 솟은 불길이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시뻘건 혀를 내 두르며
파란하늘을 향해 용솟음친다
세상에서 재미있는 구경이 쌈구경과 불구경이라던가..? ㅎㅎ
진즉에 싹싹 쓸어버리지 이렇게 놓고 컴퓨러에 매달려 살았던가 싶다
컴퓨러 없는 세상에 파란 하늘이 있고
뉘엿뉘엿 땅거미 지는 역사뒤 마석산에 발그레한 저녁놀이 걸렸고
희미한 눈섭달이 애써 내눈에 띄려고 안간힘을 쓰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자동차를 가득 실은 열차가 철거덕거리며 들어온다
무쇠덩이 기차는 수많은 무쇠덩이 새차를 싣고 스르륵~ 내 옆에 와
발통을 걸어논 채 잠시 쉬었다 가고..
해는 져서 어두운데 내몸은 도대체 방에 들어갈 이유가 없고
주문.. 혹시 어떤님이 된장이나 콩잎을 주문하면 어쩌나..?
게임방에 가야지..
===>>> 2편에 계속 '노인할매 겜방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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