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지금의 인류 문명은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일궈낸 것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아마도 그리스의 헤로도투스가 쓴 책 '역사'에 언급됐으리라.
그야말로 전쟁이 없었던 해(年)가 있었던가? 하고 묻고 싶을 정도이다.
며칠 전 이스라엘을 상대로 팔레스타인 극우단체가 벌인 잔혹한 짓이
50년 만의 '중동전쟁'으로 크게 비화될 조짐이라며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지켜 볼 일이고...
세계2차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
이 굵직한(?) 전쟁들은 거의 10년 간격을 두고 일어났던 것을 상기하며
과거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세편의 영화들을 회고해 본다.
지옥의 묵시록 (1979)
Apocalypse Now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각색,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콩고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배경을 바꿔 영화화한 작품.
<플래툰>, <풀 메탈 재킷>과 더불어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영화는 미군 그린베레의 장교인 월터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이 의문의 편지를 사이공의
MACV(남베트남 원조 미군 사령부)로 보내고 베트남 정글 속에 잠적,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자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 파견된 윌러드 대위(마틴 신)의 팀이 그리는 행적을 추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미 육군의 통제에서 벗어난 특수부대의 지휘관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윌러드는
해군 경비정을 타고 넝 강(江)을 거슬러 캄보디아 국경까지 올라가면서
갖가지 전쟁의 광기를 목도하게 되는데...
무자비하게 베트콩 마을을 공습하는 헬리콥터 부대,
<플레이 보이>지의 쇼걸을 동원한 미군 위문공연 현장,
베트콩과의 계속된 교전으로 인해 지휘 체계조차도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 있는 부대,
식민지 시대를 그리며 떠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해 싸우는 프랑스인 농장,
커츠가 신처럼 추앙받으며 살고 있는 정글 속 현지 부족민들이 조명된다.
이 영화는 <대부> 이후 코폴라 감독의 야심작으로 꼽히지만 제작에만 무려 3년 이상이 소요됐다.
긴 제작 기간으로 인해 코폴라 감독에게 큰 피해를 안긴 영화이기도 하다.
CG(컴퓨터 그래픽)가 전혀 없이 사람 손으로 제작하다 보니 제작비는 엄청났고,
늘어났던 제작 기간과 비용으로 코폴라는 자기 재산 전부를 저당잡혀 빚을 내어 만들었기 때문에
흥행 수입은 거의 빚쟁이들이 챙겨 가고 코폴라는 그다지 수익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영화 속에 나오는 전쟁에 대한 공포 및 반전적(反戰的) 요소로
전두환 정권 체제에서 9년이나 수입이 금지되었다가 1988년에서야 개봉됐다.
대작이니 만큼 상영 시간(러닝 타임)도 2시간 반(156분)으로 엄청 길어 화제였다.
2001년에 감독판인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나왔는데
프랑스인 농장 장면 등 여러 장면이 추가되거나 변경됨으로써 199분으로 늘어났고,
2019년에는 개봉 40주년을 맞아 코폴라가 재편집한 파이널 컷은
리덕스판의 몇몇 장면들이 삭제돼 182분으로 줄어 들었다.
한국에서는 2020년 11월 극장 개봉으로 공개됐다.
- 사운드트랙 -
이 영화의 유명한 명장면 중에 헬리콥터 부대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키리의 기행(The Ride Of The Valkyries)>
(<니벨룽의 반지> 제2부 <발키리>에서 3막의 처음 음악)을
틀면서 베트남 시골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이 있다.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곡이다.
'발키리의 기행'이 헬리콥터 비행장면과 맞물려 멋있는 장면으로만 보였음일까,
이후의 비슷한 영화나 컴퓨터 게임등 여러 곳에서 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는데,
사실 이 곡을 이 장면에서 쓴 이유는
'히틀러가 굉장히 찬양했던(그리고 반유대주의자 의혹이 있는) 바그너의 노래와 어우러져
평화롭던 시골 마을을 폭격하는 미군은 민간인 학살을 일삼았던 나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는
의도에서라는 분석이 있다.
단지 서핑보드 타기 좋다고 방해가 될 베트콩들 말고도 민간인들이 사는 바닷가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킬고어 중령(로버트 듀발).
제9항공 기병연대 1대대장인 그는 전형적인 전쟁광이며 서핑광이기도 하다.
기병대를 모체로 하는 부대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서부 시절의 기병대 모자와 스카프를 착용하고 다닌다.
말이 아닌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는 공중강습 보병 지휘관인 그는
적에게 공포 효과를 주기 위해 진격 나팔 소리 대신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 <발키리의 기행>을 틀어놓고 적을 공습한다.
킬고어가 지휘하는 전투를 참관한 윌러드 대위의 독백은 이렇다.
"킬고어 중령의 지휘가 저런 식이라면 커츠 대령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단역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것,
일례로 해리슨 포드가 초반 브리핑 장면에서 루카스 대령 역의 단역으로 나온다.
<지옥의 묵시록>이 개봉한 1979년은 <스타워즈>가 개봉(1977년)돼서
포드가 '한 솔로'로 그럭저럭 유명해진 시기였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영화 제작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포드가 나오는 장면은 스타워즈가 개봉하기 전에 찍은 장면이다.
이 때문에 단역으로만 출연해서 처음 영화를 광고할 때 이름이 안 나왔지만
그 이후 레전드가 되어서인지 2001년 리덕스 때는
단역인데도 당당히 예고편과 포스터 등에 이름을 올렸다.
코폴라 감독도 카메오로 잠깐 출연한다.
영화 초반부에 윌러드가 킬고어와 처음 만날 때 초토화된 마을을 촬영하면서
병사들에게 "카메라 보지 말고 계속 싸워!"라고 소리치는 종군 영화감독이 바로 코폴라 감독.
또한 마틴 신(윌러드 대위 역))의 어린 아들이 엑스트라로 잠깐 출연하는데,
그가 영화 <플래툰>의 주연인 찰리 신이다.
부자((夫子))가 둘 다 베트남 영화의 걸작을 찍었던 것이고,
훗날 패러디 영화인 <못말리는 람보>에서 이 사실을 패러디한다.
찰리 신 얘기가 나온 김에 바로 《플래툰(Platoon)》으로 넘어가자.
올리버 스톤이 각본가에서 감독으로 업종을 바꾸면서 만든 두번째 작품이며,
스톤 본인이 베트남전 경험자인 만큼 전장의 막장스런 상황을 매우 잘 재현했는데,
그중에서도 화제가 된 것은 '프래깅'이라고 불린 군인들의 하극상이었다.
헌데, 제작사나 배급을 맡은 컬럼비아 픽처스는 이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소재를 다룬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재킷》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당시만 해도 감독으로는 이름없던 스톤에 배우진들도
그냥 동남아 여행이나 가볍게 다녀오자는 반응이었다고.
찰리 신도 인터뷰에서
"사실은 놀러 가고 싶어서 찍었더니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출연진을 보면, 크리스 테일러 이등병 역의 찰리 신 외에도
소대(플래툰)의 대원으로
반스 중사 역의 톰 베린저, 일라이어스 분대장 역의 윌렘 데포가 우리에게 낯익다.
- 줄거리 -
가난한 사람들만 징집되어 베트남 땅에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현실이 못마땅한
크리스 테일러(찰리 신)는 다니던 대학까지 그만두고 전쟁에 자원 입대한다.
크리스는 국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 베트남전에 참전하지만
시체가 널부러진 참혹한 전쟁터의 현실과 군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반쯤 미쳐 있는 듯한 선임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총상까지 당한다.
정글 속에서 베트콩의 교활함에 휘말려 하나둘 죽어가는 병사들.
전쟁의 잔혹함과 시궁창 같은 참상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The first casualty of war is innocence.
전쟁의 첫번째 희생자는 순수함이다.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고 무겁게 채색한,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이 곡은 1936년에 작곡한 <현악 4중주 제1번의 2악장>을 현악 합주용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1945년에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장례식에 애도 음악으로 연주되었었다.
풀 메탈 재킷 (Full Metal Jacket)
스탠리 큐브릭의 1987년 만든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 개봉한 플래툰과 더불어
당시 막장을 달리던 미군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
'풀 메탈 재킷'은 구리로 만든 탄피를 뜻하는 군대 용어.
미 해병대 정훈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구스타프 하스포드의 자전적 소설
'쇼트 타이머스(The Short-Timers)'가 원작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답게 사실적인 묘사가 그 특징으로,
미국 영웅주의, 강대국 우월주의 등을 배제하고 전쟁의 광기에 초점을 맞춰 분위기가 무겁다는 평.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 종반부의 전투신이 꽤 볼 만했다.
시가전에서 스나이퍼로 등장하는 베트콩 여전사의 활약은 거의 광기어린 수준이었다.
- 줄거리 -
2부로 구성된 스토리의 전반부는 훈련소 장면이 주를 이루며,
평범한 20대 청년들이 신병교육대 입소 후 훈련을 받으며
어떻게 미 해병대가 원하는 '킬러'가 되어 가는지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군대 특성인 집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소위 '고문관'이
어떤 식으로 비인간적 취급을 받게 되고, 그것을 끝내기 위해 비극을 선택하는 것을 보여 준다.
후반부는 훈련소 수료 후 병사들이 실제 베트남 전쟁에 투입되며,
1968년 베트콩의 구정(舊正) 대공세로 일선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참조> 위키 백과
- Soundtrack -
Kiss me goodbye and write me while I'm gone Goodbye my sweetheart, Hello Vietnam America has heard the bugle call And you know it involves us one and all I don't suppose that war will ever end There's fighting that will break us up again Goodbye my darling, Hello Vietnam A hill to take a battle to be won Kiss me goodbye and write me while I'm gone Goodbye my sweetheart, Hello Vietnam
A ship is waiting for us at the dock America has trouble to be stopped We must stop communism in that land Or freedom will start slipping through our hands Goodbye my darling... I hope and pray someday the world will learn That fires we don't put out will bigger burn We must save freedom now at any cost Or someday our own freedom will be lost
Kiss me goodbye and write me while I'm gone Goodbye my sweetheart, Hello Vietnam | 잘 가라 입 맞추고 내가 가 있는 동안 편지도 써 주오 잘 있어요 내 사랑, 안녕 베트남 조국에 울려 퍼지는 소집령 그것은 우리 모두의 소명 이놈의 전쟁 대체 언제 끝날까 싸움이 다시 한번 우릴 갈라 놓네 잘 있어요 당신, 안녕 내 베트남 산 넘고 물 건너 승리를 향해서 잘 가라 입 맞추고 내가 가 있는 동안 편지도 써 주오 잘 있어요 내 사랑, 안녕 베트남
배는 부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미국은 멈춰야 할 골칫거리가 있지 우린 저 나라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막아야만 하네 그렇지 않으면 자유는 (모래처럼) 우리 손에서 빠져 나가겠지 잘 있어요 내 사랑... 언젠가 세상은 배우게 될 거라고 바라며 기도하네 (전쟁의) 불은 우리가 끄지 않으면 훨씬 더 크게 번질 것임을 자유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의 자유도 잃어 버리겠지
잘 가라 입 맞추고 내가 가 있는 동안 편지도 써 주오 잘 있어요 내 사랑, 안녕 베트남 |
영화는 미 해병대의 부조리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정작 이 노래는 베트남전을 지지하는 가사를 담았다는 점이 아이러니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