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송계도인 무구자 주해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
만일 걸림이 없고 공포가 끊어지면 자연히 전도몽상을 멀리 여읜 것이다. 불가에서는 "꿈은 생각으로 인해 생기고, 생각은 기억함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을 때만 꿈이 있는 줄을 알지, 눈을 뜨고 있을 때도 꿈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떤 것이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인가? 선사는 "설사 금은보배가 북두칠성보다 놓이 쌓여 있더라도 수명이 다할 때는 하나의 꿈속일 뿐이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이것이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문득 무상함을 스스로 깨닫고, 탐욕과 애락은 윤회의 종자이자 지옥의 원인임을 알고 전도됨을 멀리 여의며, 성품이 본래 공한 것임을 깨달아 이 몸 자체가 필경에는 없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대전 조사는 "죽이고 태워 버리면 배고픔도 목마름도 없다. 추위도 더위도 없으며, 일어남도 넘어짐도 없다. 앉음도 누워 잠을 자는 것도 없으며, 육근도 아홉 구멍도 없다. 병도 없고 벌레도 없으며, 꿈처럼 전도된 생각도 영원히 없다. 만일 이와 같이 깨닫지 못하여 청정법계 가운데 자칫 한 생각이라도 일으키면 염부제에서는 벌써 팔천 년이란 세월을 지내게 된다. 세세생생토록 죽고 또 태어나기를 반복하며 잠시도 머물지 않겠지만 꺠닫지 못하면, 오랜 꿈을 꾸면서도 깨어나지 못해 오랜 세월 한량없이 전도(顚倒)되어 끝날 날이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바닥까지 철저하게 사무쳐서 통과하면 전도됨을 영원히 벗어나 꿈이나 허깨비를 단박에 벗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후송>
자, 말해 보아라! 바로 벗어나서 어느 곳을 향해 갔는가?
새장을 벗어난 새매가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르면 다음은 모든 사람에게 맡겨 두고 가까이하지 않는다.
낮에 생각이 없으므로 밤에는 꿈도 없다.
전도(顚倒)된 경계에 희롱당하지 않고
한 주먹에 상두관(上頭關)을 깨니
몸을 뒤집어 바로 조원도(朝元洞)에 오른다.
[한암대원 선사 강설]
일생 무엇을 했는지, 언제 늙었는지, 임종에 이르러서야 한바탕 꿈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평생 싸우고, 돈 벌고, 권력을 다투며 살아갑니다. 죽을 때 가서는 갈 길이 막막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마음자리를 밝혀 생사 대사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세속에서도 철저히 수행을 해서 나고 죽는 생사에 닥쳤을 때 자신이 책임지고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면서 공부도하고 교수도 하고 돈도 벌고 대통령도 하라는 것입니다.
생각과 사량분별로 자비를 베풀면 그것이 도리어 정(情)으로 변하여 좋지 않은 일이 생깁니다.
전도몽상(顚倒夢想)을 여읜 자리는 독행독보(獨行獨步)로 자유자재(自由自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