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들을 만족시켜라’
강사들의 후생복지에 기업논리를 도입한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다른 어학원에서는 주로 강사들의 등급이나 시간에 맞춰 개별적인 급여를 결정하지만, 이곳은 철저히 연공서열이다. 성과급 역시 학원 전체 매출이 올라가면 골고루 받게 돼 있다. 또한 강사 개개인의 맨파워보다는 교재팀에서 개발하는 교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연구수업을 통해 강사들끼리 ‘바람직한 수업방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분당권 직영 12개 캠퍼스의 강사들도 철저히 순환근무에 따라 움직인다. 김명기 대표는 “고등부 수능학원이라면 유명 강사가 필요하겠지만, 초·중등 영어에서는 학생들이 계속 성취동기를 갖고 학습에 매진하도록 붙잡아주는 멘토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학원가에서는 드물게 주 5일 수업을 고수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주말은 학생도 쉬고 교사도 재충전을 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 특목고를 대비하는 여타 보습학원에서 암암리에 운영 중인 심야반 개설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저녁 수업도 10시면 모두 끝난다.
강사들은 일반 공립학교처럼 주당 20여 시간만 수업을 하면 되고, 공강(空講) 시간도 하루 1시간30분가량 주어진다. 4대 보험, 근속휴가가 보장돼 있으며 골프연습장 비용도 보조받는다.
주 5일 수업과 고급 오피스텔 및 동호회 활동 서비스 제공 등의 혜택은 양질의 외국인 강사를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학원 경영인들은 흔히 외국인 강사 채용을 ‘맥도날드 리쿠르팅’에 비유한다. 외국인 강사들은 조금만 대우가 낫다 싶으면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것이 일상화돼 있고, 특별한 강사교육이 없다보니 순전히 강사의 ‘개인기’에 의존해 수강생들을 맡기기 때문이다. 학원들도 큰 기대 없이 ‘얼굴 마담’ 노릇만 기대하는 수준이다.
아발론어학원에서 외국인 강사 채용을 담당하는 케빈 슈프 교수부장은 “학원에서 제공하는 규칙적인 강의 스케줄이 소문나면서 매달 수십장의 이력서가 내 책상 위에 쌓인다. 또한 다른 학원에선 외국인 강사들에게 2~3인실 오피스텔을 제공하는 데 비해 아발론은 1인 1실 체제라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외국인 강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슈프 부장은 또 “성실하지만 과묵한 아시아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학습법을 연구한 뒤 강사들에게 피드백을 준다. 이 때문에 강사들도 스스로 발전한다고 느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아발론 레벨 테스트의 과열 현상을 부른 요인 중 하나를 분당 신도시라는 지정학적 위치라고 설명하는 이도 적지 않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학부모들이 몰려 사는 데다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해 ‘소문’과 ‘타인의 눈’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번 소문이 좋게 난 학원들은 ‘Winner takes all(승자 독식)’ 효과를 어느 지역보다 많이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분석도 있다. 학원들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다른 지역보다 애를 많이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원가에서는 일반적인 분당·용인 학부모들을 ‘30~40대 고학력, 전문직이면서 비슷한 수준의 서울 강남 부모들에 비해 전체 자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은, 그래서 상승과 발전을 위한 욕구가 더 왕성한 계층’으로 정의한다.
‘메인드 인 분당’의 특징
김명기 대표는 “아발론어학원의 성공요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분당권역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겠다”고 했다. “학원가에 이런 말이 있다. 강남 부모들은 자녀를 학원 보내놓고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개인과외로 메우는데, 분당 부모들은 모든 불만을 학원에 제기해서 결국은 학원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전 직원의 상담 교사화’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 경진대회도 정기적으로 연다. 언제 누가 불시에 아발론어학원의 특징이나 레벨 테스트의 장점 등에 대해 물어도 최소한의 답변 요령을 갖춰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부모들의 높은 학력수준과 계층상승 욕구는 이곳에 어느 지역보다 큰 영어학원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게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려면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
특목고 시장이 신도시에서 먼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아발론엔 플러스 요인이 됐다. 김명기 대표는 1997년 12월 아발론의 전신인 CIE학원을 열었으나 2001학년도부터 분당 지역의 고교 평준화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수강생이 수십, 수백명에 불과했다.
아발론어학원과 자주 비교되는 대상이 일산 신도시의 특목고 전문학원인 글맥학원(현재는 글맥과 G1230학원으로 분리)이다. 글맥학원 역시 자체 선발고사의 경쟁력이 인정받는 데다 일산권에서만 400명 이상의 특목고 합격생을 내고 있으며,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고양외고 합격생을 해마다 100명 넘게 배출한다. 다만 글맥학원은 논술 수학 과학 등을 두루 가르치는 데 비해 아발론은 영어만 전문으로 한다는 사실이 차별된다. 아발론측은 “해외 체류 경험이 전혀 없는 토종 초등 6학년생 몇몇은 3년간 집중 트레이닝을 받은 뒤 중3 때 토플 CBT 297점(300점 만점)을 받고 토론능력도 원어민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것이 아발론의 경쟁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신화는 이어질까?
아발론어학원은 모두 12개지만, 분당권에 캠퍼스를 분산하는 형식이라 사실상 1개의 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는 부천, 인천 지역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부천, 인천에서도 개강 첫 주에 3500여 명이 등록해 명성을 실감케 했다.
학원측은 “인터넷으로 정보 공유가 워낙 잘 되기 때문에 서울 강남지역은 물론 방학 때는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도 학생들이 올라와 수업을 듣는다”고 귀띔한다. 프랜차이즈 로열티는 수도권 2억원, 서울 3억원. 최상위 수준이라는 종로, 대성학원이 3000만~5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액수다.
현재 아발론어학원처럼 영어전문학원으로 전국적 명성을 날리는 학원은 서울어학원, 정상(JLS)어학원, 청담어학원 등이 있다. 모두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 지역을 중심으로 본원이 생긴 다음 명성을 얻어 신도시와 새로 부상한 서울의 우수학군 지역으로 프랜차이즈 분원이 뻗어나간 케이스다.
아발론어학원은 초·중학생만 대상으로 하기에 대입반이나 별도의 유학반이 없다는 점, 그리고 ‘메이드 인 비(非)강남’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다른 성격을 띤다. 직영되는 본원과 별도의 오너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분원들과의 수준 차이는 부인할 수 없다는 게 학원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김명기 대표는 “피치 못할 지역은 엄선된 프랜차이즈로 돌리지만, 대치동 목동 일산 중계동 평촌 잠실 등 수도권의 핵심 경쟁지역은 2, 3년 안에 모두 직영으로 분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발론어학원이 이들 지역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인지에 대해 입시학원장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유명 A어학원 교수부장은 “어린아이들에게 공연히 지나친 수준의 영어를 강요해서 지레 주눅들게 하거나 흥미를 잃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강남이나 목동, 중계동 등지에서는 기존의 여러 우수학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분당처럼 독점적 지위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B학원 관계자는 “영어를 도구로써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중요한데, 아발론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라도 외국에서 몇 년만 살다오면 한국에서 공부를 잘해온 6학년과 동등한 평가를 받는다.
레벨 테스트가 이들의 지적 수준까지는 커버하지 못한다고 보는데, 이런 것들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또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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