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읍 송덕리 봉덕마을 1천200여평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장 김대인씨가 제주도에서 구입해와 키우고 있는 후박나무들. 강진에는 김씨처럼 대규모로 양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세 사람 뿐이다. |
강진군·산림조합, 임업 장기 발전계획 내놓아야
지난 4월 완공된 도암 해창~ 다산초당 구간 군도 3호선 개선도로 변에는 흔치않게 가로수가 동백나무로 심어져 있다. 동백나무는 지난 6월 식재할 때 다소 외소하게 보였으나 제법 모양이 서고 품위도 잡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강진에서는 동백나무가 흔한 축에 끼지만 외지 관광객들이 보면 이국적이다.
서울에서 온 한 관광객은 "동백나무는 고찰주변에서 고고하게 자라거나 바위틈에서 모진세월을 이겨내는 분재용 나무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로수로 심어 놓으니 도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좋아했다. 보이지 않던 수종이 가로수로 사용됐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감정이라는게 다른게 아니다. 제주도나, 또는 TV를 통해 남쪽 섬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무들이 어느날 육지에서 불현 듯 보였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집중하게 되고 한 없는 감회에 젖어드는 것이다. 감동은 감동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동은 구매력으로 연결돼 나무 시장을 확대시킨다.
최근 여러 언론에 임엄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해남, 신안, 고흥 등 전남도내 남해안 일대의 가로수가 난대수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몇 구절을 인용해 보면, 인근 해남군은 올 연말까지 18억원을 들여 해남읍 해남터널∼강진군 경계까지 15.7㎞ 구간에 먼나무 1천833그루를 심기로 했고 국도 13호선과 18호선이 만나는 해남읍 교차로∼현산면 구시천교까지 13㎞ 구간에 후박나무 1천126그루를 심고 있다.
해남은 이미 송지면 송호리 해수욕장에서 땅끝에 이르는 길목에 가로수로 먼나무를 심어 붉은 열매에서 풍겨 나오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실었다.
고흥군도 아열대 식물인 비파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있다. 고흥은 이미 동강면 한천리에서 남양면 중삼리간 12㎞ 구간에 1천260그루를 심었다.
비파나무는 일본이나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남해안 일대에서 자생하고 있다.
신안군도 증도면 우전리에서 엘도라도 콘도까지 700여m와 지방도 805호인 암태면 남강∼오상리 구간, 비금 원평해수욕장 진입로변 등 일부 관광지에 종려나무와 후박나무, 먼나무 등 난대수종을 가로수로 심거나 경관을 조성했다.
▲ 김대인씨의 하우스에서 홍가시나무 꺽꽂이와 녹나무 묘목이 잘 자라고 있다. |
강진군은 내년에도 상록수 중심으로 나무를 심기위해 7억원을 확보해 두었다.
전남도의 나무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박준영 도지사가 '녹색의 땅 전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 위해 상록수 식재를 확대하는데 상당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 '가로수 조성ㆍ관리 종합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도내 일원에 총 894억원을 투입해 가로수 69만5천주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종합계획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권역별 일정지역 전체에 동일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었다.
각 지역별로 현지 여건에 맞는 상록수를 집중적으로 심어서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것이다. 올 6월에 국도 2호선인 강진읍 목리교차로 ~ 장흥읍 구간에 심어진 가시나무도 전남도의 이같은 계획에 따라 심어진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 2004년 제주도와 보길도에서만 자라던 먼나무 120그루와 난대성 관목 홍가시나무 400그루를 도로 수벽(樹壁)용으로 심었다. 나무의 적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3∼4년이 지난 뒤 이들 나무는 예상과 달리 매우 건강히 자라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시는 제주에서 나무를 구입해 지난해 홍가시나무 27만 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제주에서 자라던 한라봉이 강진읍 부춘리에서 첫 재배 됐던 게 2003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주시까지 재배 지역이 넓어졌다.
10~20여년 전만 해도 제주도나 남해안 일부 섬지역에서만 서식하던 난대수종이 강진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남해안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대수종의 북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지구 온난화는 불가피하다. 기온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세월이 갈수록 난대수종이 자라는 면적은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면서 그 면적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동백나무의 경우 각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는 인천해안까지 심어졌고, 동쪽으로는 강릉해변에서 동백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내륙지방쪽으로는 전주를 넘어 대전까지 가시나무류의 난대수종이 성공적인 이식을 보이고 있는 경향이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 전역이 난대수종으로 탈바꿈하지 않느냐는 기대반 우려반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대란 난대수종의 수요처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우려라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불가피한 전망이다.
난대수종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그동안 난대수종 묘목은 주로 제주가 주 공급처였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우리나라 난대수종 소비량의 45% 정도를 공급한 것으로 임업인들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경상남도 김해등 경남 남해안 지역과 해남과 강진등 전남 서남해안 지역 임업인들이 조금씩 난대수종 묘목 재배를 시작하면서 현재는 20~30%를 제주도에서 시장을 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해 지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난대수종의 묘목 재배 지역까지 북상시킬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기존에는 따뜻한 지역인 제주도에서 묘목을 재배해서 육지에 공급했지만,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육지에서 묘목을 재배해 육지에 바로 공급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도래한다는 것이다.
사실 제주도는 묘목 공급처로서 여러 가지 악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에서 나무를 공급 받아 본 적이 있는 임업인들에 따르면 결정적으로 제주는 나무를 배를 통해 운송해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제주에서 강진까지 나무를 실어오는 운송 가격만 5t 트럭으로 1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나무의 단가가 올라가는 일이다. 여기에 제주도 지역의 땅은 화산토가 대부분이어서 나무의 분을 뜨면 뿌리를 감싸고 있는 주변 흙이 유실되는 단점을 안고 있다. 제주의 풍토에서 자라고 육지로 운송해 온 나무가 육지에서 제대로 활착하기도 어렵다.
한 임업인은 "제주도와 육지의 온도가 비슷하다고 해도 막상 육지로 운송해 온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결국 한반도에서 소비될 막대한 양의 난대수종은 육지에서 길러서 공급해야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난대수종을 어느 지역에서 지배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이에대한 정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지역이라고 정답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기왕이면 기온이 1℃라도 높은 남쪽지역이 좋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다. 선점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난대수종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진은 여러 가지 기후조건이나 현지 상황이 좋은 만큼 난대수종 특구를 목표로 임업행정과 사업을 진행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난대수종의 시장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또 아직까지 기업형으로 난대수종 묘목을 기르고 있는 곳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면 시장을 선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진군이 강진의 임업을 발전시킬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임업학계를 비롯한 전문가층과 함께 강진임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 강진 임업의 가장 큰 취약점 중의 하나인 민간 지원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지 복안을 내놓아야 하고, 복지부동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비난받고 있는 산림공무원들의 개혁도 필수요소다.
산림조합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다행히 산림조합은 최근들어 임업발전과 관련해 다양한 노력을 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용기에 묘목을 기르는 포트묘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선진지역 벤치마킹에 나설 계획이고, 내년 봄에 나무시장 개장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임업활성화에 나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어 많은 주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산림청의 윤영균 산림자원국장이 지난 8월 산림조합 발전을 위한 한 토론회에서 '산림조합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한 말을 인용해 본다.
"산림조합의 수익구조가 산림사업 70%, 금융사업 20%, 경제사업 10% 정도인데, 지나치게 산림사업에 편중돼 있어서 개선이 요구된다. 지자체에 찾아가 산림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달라고 요청만 할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지자체에 컨설팅 해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 왼쪽부터 녹나무, 다정큼나무, 동백나무 |
▲ 왼쪽부터 먼나무, 홍가시나무, 후피향나무 |
열대와 온대의 경계에 있는 삼림에서 자라는 수종을 말한다. 상록활엽수대라고도 하며 연평균기온이 14℃이상인 곳에서 서식하는 수종이다. 종류로는 동백나무와 녹나무, 홍가시나무, 다정큼나무, 먼나무, 호랑가시나무, 종가시나무, 후박나무등이 있다. 상록수림이기 때문에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 일반 나무와 비교해서 경관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