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환상의 바닷길(#45-46)
2023년 2월 12일 (일) 날씨 : 흐리고 초미세 먼지
기온 : 섭씨 영하 2~영상 9도 거리 : 18km 5시간 동행 : 20명
왕포항-작당마을-자연휴양림-모항-언포해변-상록해변-궁항-좌수영세트장-격포항
사랑을 느낄 때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다.
-빈센트 반 고호-
<코리아 둘레길의 진수 부안 마실길을 걷다>
몹시도 추었던 지난겨울이 길고 지루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는 에너지 대란에 빠지고 가정에서는 가스비와 전기료로 아우성친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정에서는 추위에 떨고 천정부지의 물가는 천장을 모른다.
경기는 나빠지고 수출도 어려우니 경상수지 적자는 매달 마이너스이고, 금리는 자꾸만 인상된다.
서민들의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니 정치권의 밉상도 정도가 지나쳐 관심 밖의 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발 초미세먼지를 뒤집어쓰고 걷는 마실길은 환상의 코스인데 뿌연 먼지와 안개로 시계는 엉망이다.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마실길은 예전 군 초소를 가기 위한 길과 주민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했다.
국민의 숨 쉬는 마을들을 돌고 돌아 호랑가시나무, 미선나무도 보고 부서진 군 초소와 철조망도 만난다.
비록 적은 인원이고 흐린 날씨지만 잘 만들어진 바닷길을 걷는 즐거움은 너무 좋다.
<작당마을>
마을 뒷산 까치봉에서 암놈과 숫놈 한 쌍이 마을로 내려와 정자나무에 둥지를 틀면서부터 풍어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철산 어장의 요충지로 각처에서 모인 등불들이 밤이면 꽃밭처럼 장관을 이뤄 ‘작당의 어선 불은 볼수록 유정하다.’라는 가사까지 변산 8경 노래에 실려 전해오는 마을이다.
호랑가시나무
작당 마을 까치에 서린 전설과 펜션이나 카페의 재미있는 볼거리는 걷기에 양념처럼 다가와 피로도를 줄여준다.
왕포와 모항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보고 우린 방조제를 지나 쌍계재 아홉 구비 길로 접어들었다.
예전 군 초소들이 해안가에 보이고 철조망이 바다와 육지를 가르고 있는데 무장 공비의 침투를 막기 위한 7~80년대 모습이어서 낯설다.
말 등 모양을 하고 있다고 마동 마을이라 불리는 동네를 지나니 조릿대(산죽)가 울창한 숲과 해안 절벽이 아찔하다.
가리비 조개껍데기를 철망에 매단 곳을 지나 모항이 지척에 보이는 해안을 따라 길을 걷는다.
김해김씨 문중 한옥을 지나 모항 가는 길로 방향을 틀고 가는데 중간에 갯벌체험장 건물이 우뚝하다.
육지로 쑥 들어온 만의 형태를 갖춘 갯벌이 자연 학습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항경로당과 해나루 호텔을 지나니 백사장과 송림이 반긴다.
<쌍계재 아홉 구비길>
변산마실길의 바닷가는 본래 군인들이 해안 경계 경비를 섰던 곳이다. 어찌 보면 휴전선 남북분단의 경계가 남쪽인 부안까지 이어진 것이다.
간첩선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해안에 초소를 만들고 철조망을 쳐서 경비를 했던 분단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소와 초소를 연결하던 길이 그대로 마실길이 되었다. 변산 해안에는 지금도 군인들의 초소들이 남아 있고 철조망도 간간이 보인다.
마실길을 정비한다며 초소와 철조망의 흔적들을 깨끗이 지우고 매꼬롬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남아 있는 시설을 살려서 ‘분단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변산마실길의 역사를 새로 쓴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갖는 역사의 길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변산마실길에서 펴낸 『아름다운 변산마실길 200리』에서는 ‘해안초소길’이라는 이름이 있다.
마실길에서 해안 초소길 만큼 귀에 금방 쏘옥 들어오는 이름이 있을까.
이 길에는 젊은 청춘들이 총을 들고 바다를 응시하며 분단을 지켰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동>
옛날 선비가 이곳을 유람하던 중 유유동의 말지(말 등 모양)를 넘어 마동을 지나다 말이 쉬기에 알맞은 곳이라 하여 마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앞산 장군봉에 장군이 북을 울려 강을 건너는 형국의 대 혈맥이 있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한다.
<변산마실길>
새만금방조제 1코스부터 줄포 생태공원 8코스까지 총 66km의 해안 길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변산마실길에는 새만금 홍보관, 대항리패총, 적벽강, 채석강, 격포항, 해수욕장, 갯벌체험장, 후박나무군락지, 꽝꽝나무 군락지, 줄포 생태공원 등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물이 빠지면 바닷길을 따라 걸으면서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해안 초소 길로 조성된 마실길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도 만날 수 있다.
취사가 허용된 쉼터에서 라면과 빵으로 점심을 먹는데 바람이 불고 제법 춥다.
오늘 걷는 바닷길도 어떤 곳은 바람이 없고 따뜻한데 여기 모항은 춥다.
저만치 바다에 방생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비는 모습이 애처롭다.
하얀 모래 백사장을 바라보니 예전 드라이브를 즐기며 석양을 촬영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근처 펜션에서 하루를 묵으며 일몰과 일출 촬영에 몰두하던 젊은 시절이 그리워진다.
모항은 서해랑길 46코스의 시작점인데 격포항까지 10.6km이다. 두 시간 반 정도를 가야 하는데 중간에 볼거리가 많다.
<모항해수욕장>
아담한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밭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규모는 작지만 서해의 다른 해변과 달리 물이 빠져 해변이 드러나도 하얀 모래가 가득하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호랑가시나무 군락지가 있으며, 갯벌체험장과 해안가에 즐비한 해송과 일몰 촬영지로 유명하다.
산림수련관을 지나 길은 바닷가 절벽을 따라 놓인 데크를 걷는다. 잘 정비된 바닷길 데크는 걷기에 좋고 조망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서해랑길 최고의 걷기 포인트라고 할 수 펜션 단지까지 계속 이어진다.
이윽고 솔섬이 보이고 전북교육청 해양수련원을 지나니 언포 해수욕장과 상록해수욕장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바닷물이 빠질 때 육지와 이어지는 솔섬은 낙조 촬영지로 유명하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몇 그루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해 질 무렵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흐릿하지만 좋은 날씨일 때 다시 찾아 멋진 장면을 찍고 싶다.
<솔섬>
전북학생해양수련원과 상록해수욕장 인근에 있는데 응회암 내에 부석암편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퇴적구조를 볼 수 있다.
분출 이후에 재용융되고 결착되어 다져짐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마치 곳곳에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특이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으며, 솔섬 단면부에서는 부풀어 오른 부분을 절단한 것과 같은 동그란 원통형 튜브 형태와 함께 이를 수직 방향으로 연장해 놓은 듯한 깔때기 모양의 단면을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화산 탈 가스 구조를 3차원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솔섬의 낙조는 사진찍기 장소로 좋다.
<궁항(弓項)>
한자로 활의 목덜미를 뜻하는데 반월(半月) 모양의 산이 둘러 있고, 마을 앞 바다에는 견도(犬島, 개도)가 있는데 바다에서 궁항을 보면 마을이 활과 같은 모양이다.
개도는 활촉 같아서 활궁 또는 활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작은 항구지만 낙조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이 뛰어나다.
<도청항>
언포마을에 있는 어항인데 개를 막아 마을을 이루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접한 북쪽에 상록해수욕장이 있고, 남쪽으로는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촬영지인 남포 해수욕장이 있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솔밭과 두포마을을 지나 언덕을 넘으니 활모양의 궁항 모습을 다시 본다.
궁항에 정박하고 있는 어선들은 물 때에 맞춰 관광객들에게 싱싱한 횟감을 제공한다.
바닷가 끝자락에 지어진 주황색 지붕의 펜션이 제법 운치를 더하고 우린 전라좌수영이 있던 남포 해수욕장에 만들어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을 지났다.
소나무 숲으로 우거진 언덕을 힘들게 넘으니 이내 격포항이다.
채석강을 닮은 암석 바위와 격포항이 한참 인기 좋던 시절의 모습은 잊은 채 썰렁하다.
채석강을 찾던 그 시절은 한참 젊었고 혈기도 왕성했는데 이젠 관심도 멀어지고 감동도 식어버린 나그네의 모습만 일렁인다.
그래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멋진 길을 걷기를 원하는데 맘껏 자연과 바닷길을 따라 동행했던 하루가 멋지고 즐거웠다.
<격포항>
격포항은 1986년 3월 1일 1종 항구로 승격되었으며 위도, 고군산군도, 홍도 등 서해안 도서와 연계된 해상교통의 중심지다.
서해 청정해역의 감칠 맛 나는 수산물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봄 주꾸미 산란 철과 가을 전어 철에는 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온 미식가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주꾸미, 갑오징어, 꽃게, 아구, 우럭, 노래미, 광어, 전어, 백합, 바지락 등의 수산물이 많이 나오며 횟집과 음식점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격포항은 노을 질 무렵 풍경이 아름답다.
채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