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를 보고

[海泉]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를 보고

나는 누구인가?

그는 또 누구인가?

내가 아는 나는 나인가?

네가 아는 그는 그인가?

보고 싶은 만큼 보이는 것,

보이는 만큼 아는 것.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나는 또 누구인지.....

“아내의 두개골을 부수고 뇌를 꺼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나를 찾아줘>에서 오프닝이 흐를 때 흐르는 나래이션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영화는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다. 빠르고 유려한 카메라 전환과 디테일한 영상, 그리고 폭력미학, 이는 세븐, 파이트 클럽, 더 게임 등 그의 전작들의 공통점일 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줘]의 특징이기도 하다.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사라진 아내(에이미)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남편(닉)에 대한 스릴러를 다룬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인 소설 <Gone Girl>을 원작으로 하는 스릴러 영화이다. 영화의 초반은 사라진 아내와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사이의 진실공방으로 압축된다. 아내는 왜 사라졌는지, 정말 이 사건의 범인이 남편인지, 아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영화의 핵심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초반을 지나면서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친절하게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드러내준다. 지금까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가졌던 생각들을 깡그리 뒤집어준다.(많은 이들이 반전이라고 하는데 나는 과연 그것이 반전인지 조금 회의가 들기도 한다.)

기존의 스릴러 장르가 '진실 감추기'와 반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면, 진작에 진실을 풀어버리는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반전만이 긴장감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뛰어난 서사와 퍼즐 맞추기를 통해 관객의 지적 욕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항상 그보다 한발 앞서 달아나며 마지막까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라면, <나를 찾아줘>의 데이빗 핀처 감독은 진실 이후에 더 큰 스릴로 의외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상대방이 어떤 패를 들고 있는지 맞춰야 하는 포커게임이 아니라, 이미 승패가 결정된 상태에서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스릴을 가져다주는 것이다.(이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것이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뛰어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텍스트의 시각화에 뛰어난 감독이다. 그는 다수의 영화들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 그가 이런 영화들에서 빛을 발하는 건, 텍스트로 되어 있는 서사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남다른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점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과 같은 그의 전작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영화에는 나레이션이 자주 등장한다. 데이빗 핀처의 영화에서 나레이션이 등장하는 부분은 단순히 지문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 듯 보이지만, 텍스트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감정의 기복을 그만의 독특하고 정교한 촬영과 편집으로 엮어내고 있다. 그는 장면과 나레이션의 조화를 통해 문장의 이면에 숨어있는 간극을 채워줌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느슨한 회상장면에서도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나를 찾아줘]에서 이야기 진행에 클라이막스가 없어도, 과거와 현재가 단순하게 교차되는 화법임에도 불구하고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의 몰입시키는 것은 데이빗 핀처만의 특출한 연출력 때문이다.

닉의 나레이션과 함께 그를 바라보는 에이미의 얼굴로 시작되는 영화의 첫 장면은 똑같은 시퀀스로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한번 사용된다. 이와 같이 반복되는 장면과 이미지가 영화에는 자주 나온다. 집 앞에서 물끄러미 서있는 닉의 모습이나, 조용히 집안을 돌아다니는 그의 발걸음, 주방에 서 있는 에이미의 모습들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 없이 같은 장면처럼 비춰지지만 이렇게 같은 장면에서 받는 관객들의 느낌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모호함, 의심, 연민, 광기까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똑같은 이미지와 장면에서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영화의 첫 장면과 똑같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에이미의 눈빛은 섬뜩하리만큼 큰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는 반복이어도 관객은 반복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를 찾아줘]는 음향과 음악을 적절히 잘 사용하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에이미가 실종된 날을 시작으로 현실의 시간과 회상하는 과거의 시간들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남편 닉의 시점인 현실을 다룬 장면에서는 배경음악을 최대한 배제하고 주변의 소음과 주인공들의 대화들로 채워지지만, 에이미가 회상하는 과거장면에서는 당시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배경음악으로 다른 소리들이 덮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둘 사이의 관점이 바뀌게 되면서 과거의 회상장면이 좀 더 현실적인 소리들로 채워지며, 현재의 시간에도 배경음악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는지, 그 주도권에 따라 거짓과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전달되는지를 반복되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전혀 다른 느낌이나 달라지는 음악의 사용으로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화는 닉과 에이미의 상반된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진실도 왜곡 될 수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를 좋아는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어떤 2% 부족한 듯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것은 그의 영화에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 때문에 나는 그를 명감독이라고 부르지 않고 최고의 테크니션을 가진 감독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특유의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그래서 잘 만든 영화이고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이지만 딱 그기까지인 것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인 것이다.

부부의 근본은 무엇인가?

사랑은 도대체 무엇인가?

부부에게 시간은 애증어린 쇼윈도를 만들어주는 것인가?

나는 아내를 남편을 잘 알고 있는가?

아니 나는 그를 바라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나 있기는 한지......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멋진 스릴러로 만들어버린 영화, 그것이 [나를 찾아줘]이다.

[이정현]

시네마에서 광고편만 보았는데, 남편은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 눈빛이고 아내는 남편을 겁에 질려 바라보는 젖은 눈,,,
아마도 인간의 사랑과 증오른 동시에 보여주는것 같았어요 .. ^^

[산벚꽃]

우리 꿈터회원들 다들 영화관으로 직행 고고씽! 샘의 탁월한 영화 소개 덕분!!!
밴드에서 만나고 여기서 또 만나니 새롭습니다.

[모란동백]

저 역시 반전은 있으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은 아닌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