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와 먹거리 문제
김 은 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시작하는 말
2013년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밀이 불법적으로 재배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미국은 그전까지 약 20년간 진척이 없었던 GMO표시제법안이 각 주별로 통과되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GMO를 재배하기 위한 사전포석을 까는 듯한 사건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2013년 2월 13일 농촌진흥청은 유전자조작작물을 옹호하기 위하여 관련 기업이 출자한 ‘농업 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의 클라이브 제임스박사를 초청하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당연히 그 내용은 GMO의 미래가 밝다는 찬양 일색이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정부주도로 GMO를 개발 중이며 하루빨리 상업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여기에 더해 2015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GM벼 상용화 계획까지 발표하였다. 이 계획발표에서는 GM 벼에 대한 안전성심사를 곧 신청하겠다고 밝혔는데 안전성심사가 완료되면 심사신청시의 용도에 따른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즉, 만약 재배용으로 심사를 하면 곧 재배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엄청난 반발이 전국민적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유전자가위기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gmo법 개정안까지 발의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와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GMO의 상업화 현황과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II. GMO 현황
1. 세계 재배현황
GMO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출간하는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서 2018년 현황을 발표하였다. 현재 28개 국가에서 GMO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총 면적이 1억9170만ha로 전세계 경작지 15억ha의 약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 우리나라 수입현황
우리나라는 아직 GMO를 재배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식품용으로는 7개 작물, 4개 미생물, 총 190건에 대해 승인되었으며, 콩(29건), 옥수수(93건), 면화(32건), 카놀라(17건), 감자(4건), 알팔파(5건), 사탕무(1건), 미생물(9건)이 그것이다. 또한 농업용(사료용)으로는 5개 작물, 총 172건에 대해 승인되었으며, 콩(29건), 옥수수(89건), 면화(32건), 카놀라(17건), 알팔파(5건)이 그것이다. 그 외 산업용으로는 총 96건이 승인되었으며, 옥수수(90건), 식물세포 (1건), 미생물(5건)이 승인되었다. 실제 수입된 양은 다음과 같다.
3. 우리나라 개발현황
우리나라가 재배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연구개발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연구개발 품목은 늘어가고 있으며 2020년 기준 현황은 다음과 같다. 이 연구개발의 대부분은 우리의 주식인 벼이다. 그 외 고추, 배추, 콩, 마늘 등 우리 밥상에 가장 중요한 작물들이 주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III. GMO 종류
1. 1세대 GMO
1) 제초제내성GMO
기업이 무엇인가를 생산할 때는 반드시 그것이 잘 팔릴 것인지 시장조사를 한다. 그것은 GM종자를 만드는 초국적생명공학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GM종자를 만들 때는 무엇이 가장 잘 팔릴 것인가를 궁리한다. 더욱이 무르지않는 토마토와 같은 실패작이 다시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장조사는 더욱 철저히 이루어진다. 그 결과, 1990년대 시대상황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종자를 만들었다. 그럼 1990년대 시대상황이 어땠을까? 리우선언을 계기로 세계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기 시작했고 환경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났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업관행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농업관행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기업은 이런 농업ㅎ관행을 마치 개선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종자가 아니면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한 것일까? 그들은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량을 줄이는 종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GM종자가 친환경종자라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광고는 국제적인 식품기준을 정하는 코덱스가 GM종자로 농사지으면 그것은 유기농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서야 잠잠해졌다. 그 가운데 오늘은 제초제내성종자에 관해 알아보기로 하자.
GM농산물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다. 주로 재배하는 품목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이다. 그 가운데 면적으로나 생산양으로나 재배하는 나라로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콩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식용유의 거의 모두가 바로 이 GM콩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GM콩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제초제내성이다. 노래에도 있듯이 콩밭을 매는 것은 베적삼을 흠뻑 적실 정도로 힘든 일이다. 사실 농촌에 가보면 콩밭은 여름철에 한 주만 돌보지 않아도 많은 잡초가 자라고 특히 비라도 한 번 왔다 치면 더군다나 콩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결국 콩밭은 부지런한 누군가가 일일이 밭을 매주거나 제초제를 뿌려야만 한다. 그리고 오늘날 대부분의 농민들은 밭을 매는 것보다는 제초제를 뿌리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제초제라는 것이 순한 것을 뿌리면 잡초가 내성이 생겨 말을 듣지 않고 독한 것을 치면 농작물까지 함께 죽어버리는 문제가 곧잘 발생한다. 그래서 제초제를 뿌리는 작업은 농민의 입장에서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콩밭의 규모가 넓지 않으면 덜 하지만 미국처럼 수십만 평에 콩만 심는 경우에는 그 성가심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욱이 미국같이 농약을 비행기로 뿌리는 나라는 제초제를 손으로 뿌리는 것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뿌려야 한다니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그 횟수 역시 자그마치 10회에서 15회에 달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콩농사를 짓는 농민은 쉽게 그 종자를 GM종자로 바꾸었으며 미국 전체 콩밭의 97%가 GM콩을 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국의 거의 모든 콩밭이 불과 10년 만에 그 종자를 다 GM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농민들은 순한 제초제부터 독한 제초제까지 다양하게 일일히 뿌리지 않고 한 가지 제초제를 한두 번만 뿌려도 잡초만 죽고 콩은 살아있는 GM종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한가지 제초제가 바로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 제초제는 그것을 만드는 회사에 따라 상품 이름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라운드업, 리버티 등 다양한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는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그 특성이 전멸제초제라고 되어 있으며 현재 만들어진 제초제 계열 가운데 가장 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멸제초제는 말 그대로 풀들을 전멸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제초제는 농작물까지 곧잘 죽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제초제내성 GM콩은 바로 이 독한 제초제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농작물이 죽을까봐 사용을 꺼려했던 제초제를 한 번 뿌려주는 것만으로 잡초들은 다 죽고 콩은 그대로 살아있는 종자가 있다는 사실은 농민들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의 사실만을 두고 보면 제초제내성 GM콩은 참 좋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이것 한 번 뒤집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 독한 제초제에 죽지 않은 튼튼한 콩을 우리가 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독한 제초제를 뒤집어 쓴 콩을 우리가 먹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이미 농약의 폐해는 다양하게 알려져 있으며 친환경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폐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GM콩은 피하려고 했던 제초제 가운데서도 가장 독한 제초제를 뿌려서 재배한 것이니 결코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
더욱이 이 GM콩은 글리포세이트계열의 제초제를 팔고 있는 회사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에만 효과가 있도록 만들었다. 즉, 농민들이 만약 몬산토사의 GM콩 종자를 샀다면 제초제도 몬산토사의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뿌려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GM종자를 만드는 기업은 그 종자와 함께 제초제까지 팔아 이중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농민은 선택의 여지없이 둘 다 사야 한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물론 이 제초제내성GMO는 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 유채, 면화, 알팔파 등 다양하게 재배한다. 단지 여기서는 콩만을 언급했을 뿐이다.
결국 제초제내성 GMO는 소비자는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고 농민은 제초제의 선택권이 없어진다는 부담을 지는 반면 이 종자를 파는 기업은 이중의 이익을 얻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살충성 GMO
현재 재배되고 있는 GMO는 주로 콩, 옥수수, 유채(흔히 카놀라라고도 알려져 있다), 면화 등이다. 다른 몇 가지 작물, 파파야나 사료로 쓰이는 알팔파 등도 재배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들은 매우 소량이고 앞의 네 가지 작물이 주를 이룬다. 그 가운데 콩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즉, 옥수수, 면화, 유채는 대부분이 살충성 GMO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전분당협회에서 수입하겠다고 발표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옥수수도 바로 살충성 옥수수이다.
살충성 GMO는 흔히 해충저항성이라고 알려져 있고 대부분이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해충저항성이라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해충저항성이라면 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지금 재배하고 있는 것은 해충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해충이 그것을 먹게 되면 죽는 것, 즉, 살충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해졌을까?
토양 속에서 많이 발견되는 균 가운데 고초균 또는 바실리우스 투린지엔시스균(줄여서 BT균이라고 한다)은 특정 벌레를 죽이는 독소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균에서 독소를 가지는 유전자만을 뽑아내어 그것을 옥수수 등에 집어넣으면 바로 살충성 GMO가 만들어진다. 그런 토양에 흔히 있는 이 균은 어떻게 벌레를 죽이는 것일까? 이 균은 산성이 강한 위액 속에서도 살아남아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벌레가 먹는 것을 멈추게 하고 위벽에 구멍을 뚫는 것이다. 그러면 먹이가 없는 위 속 박테리아가 위벽을 넘어 벌레의 몸 속으로 퍼져 결국은 벌레가 죽게 만든다.
BT균의 이 성질 덕분에 유기농가에서도 이를 시중의 화학농약 대신 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살충성 GMO에 대해서도 유기농가에서도 쓰는 것이니 안전하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기농가가 이 균을 이용한다고 하여 살충성 GMO가 유기농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유기농가에서는 이 균 자체를 바로 벌레에 살포하여 벌레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할 뿐 작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래 토양에 있는 미생물이고 그 토양에서 작물이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충성 GMO는 문제가 다르다. 그것이 벌레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먼저 옥수수 등의 작물 속에 균이 아닌 유전자 형태로 들어가는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유전자가 작물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 옥수수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이 살충성분 유전자를 살충성 옥수수를 먹음으로써 사람도 먹게 된다는 사실이다. 균 자체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칠지 모르지만 사람이 먹는 것은 바로 벌레를 죽이는 독소유전자를 먹는 것이고 이것이 쌓여 어떤 영행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살충성 GMO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한 TV에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살충성 GMO면화를 많이 재배하는데 목화솜과 씨를 수확하고 나면 밭에 남은 줄기나 잎, 뿌리 등을 집에서 기르는 양이나 염소에게 먹인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그렇게 먹이고 나니 최근 양이나 염소가 대량으로 괴사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GMO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미국 등 GMO를 많이 재배하는 나라에서도 그것을 사료로 써왔지만 괴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예가 없다는 사실을 반론으로 제기한 바 있다. 과연 그럴까? 과학자들의 이 반론에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그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인도에서는 가축이 바로 재산이다. 그리고 이 재산은 처분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이 아니라 평생 우유와 새끼를 제공하는 재산이다. 그래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가족과 마찬가지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집에 소 한 마리가 있으면 그 소가 죽을 때까지 가족처럼 함께 일하고 생활해왔던 과거와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은 소나 돼지를 가족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기를 제공받기 위하여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다 자라면 바로 잡아 먹는다. 다 자라면 바로 잡아 먹는 가축과 제 수명까지 사는 가축이라는 결정적 차이를 무시한 채 가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절대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이다.
살충성 GMO가 과연 안전한가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 있고 아무도 그 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도의 염소와 양의 사례를 다른 GMO 재배국에서는 없었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들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2. 2세대 GMO - 기능성GMO
2015년 4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내성 GMO종자의 특허만료를 한 달 앞둔 3월, 세계보건기구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를 발암물질로 발표하였다. 사실 의료계분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고엽제가 발암물질의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 고엽제의 주성분이 바로 글리포세이트계열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의료계분들의 주장이 그토록 오랜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하필이면 특허만료 한 달을 앞두고 발표되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다. 굳이 음모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시기적으로 아주 미묘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그런 시기적인 미묘함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식약청이 새로운 GMO 두 가지를 승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처음 GMO가 개발되기 시작했던 때부터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얘기해왔던 것이 소위 2세대GMO라 불리는, 먹는 소비자들이 현혹될 만한 것들이었다. 2세대라고 불리는 GMO들은 대부분 기능성 작물들로 이미 1999년 개발되었다고 알려진 비타민A를 강화한 쌀이 대표적이다. 이 쌀은 2016년 6월 노벨상 수상자들 108명이 그린피스를 비난하면서 옹호했던 바로 그 GMO쌀이다.
2015년 3월에 미국 식약청이 승인한 것은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와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되지 않는 감자이다. 2015년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레스베라트롤 성분 강화쌀까지 모두가 기능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미 상업화해서 대량 재배되어왔던 GMO는 제초제내성과 살충성으로 농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고 안전성의 문제에서도 이 농약 등으로 인한 폐해가 많이 지적되어 왔다.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사진 중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아르헨티나소녀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제초제는 이제 발암물질로 발표되었고 이미 그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통상 발암물질 등으로 발표되고 나서 그 사용금지를 하는 데는 몇 년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 유예기간 동안 아마도 GMO 개발자들은 서서히 2세대로 넘어갈 준비를 할 것이다. 어차피 제초제내성 GMO는 특허도 끝나서 기업으로서는 그 효용가치가 떨어진데다 발암물질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기업이 이렇듯 2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이 2세대에 대해 너무 모른다. 기능성 GMO를 상품화하면서 그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홍보를 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기능성에 대해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능성은 농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새로운 형질이니 그동안의 우려까지 불식시킬 수 있다. 솔직히 그래서 2세대 GMO가 더 위험하다. 왜 그럴까?
GMO가 문제인 것은 그 특성때문이 아니라 그 기술 자체 때문이다. GMO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없었던 것이고, 또 자연상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GMO를 만드는 기술은 한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생물분류학에서 과(科)단위를 넘어서는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는 기술에서 시작된 것이다. 같은 과(科)단위라 하더라도 자연상태에서 교배가 가능하지만 그 자체로 불임이 된다. 마치 호랑이와 사자의 교배처럼. 왜냐하면 호랑이도 아니고 사자도 아닌 생물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을 자연생태계 스스로 없애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科)단위를 넘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자연상태에서는 과(科)단위를 넘어서면 교배자체가 불가능하다. 개발자들은 유전자조각 하나 집어넣는 것이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믿기에는 생태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뛰어넘고 있으며 아직도 과학은 그것을 다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전통적인 육종방식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기능성 작물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농민들이 직접 다양한 기능을 가진 작물들을 채종해온 역사도 있다. 굳이 엄청난 돈과 노력(흔히들 GMO는 4만번의 실험을 거쳐야 한 번 성공한다는 확률을 자랑한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GMO로 기능성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3. 또다른 GMO _ 식용이 아닌 GMO
몇 년 전 제주대에서 유전자조작잔디를 개발하면서 본관 옥상에 시험재배를 시도하여 큰 문제가 된 적 있다. 제주대 측은 이를 자랑삼아(?) 언론에 보도했다가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당시 농진청 GMO 심사위원이 긴급소집되어 현장을 찾아가 사후처리를 확인한 적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훨씬 전에 시도했다 포기한 유전자조작잔디를 굳이 골프장을 위해 연구/개발하면서 먹는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유전자조작모기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먹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은 우리나라의 몇몇 연구자들만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미국의 한 기업에서 꾸준히 유전자조작모기를 연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유전자조작모기는 교배를 통해 유전적 결함을 만들어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모기이다. 이 모기를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와 교배하게 하면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그럴 듯하게 보인다. 사실 유전자조작잔디도 그랬다. 골프장에 제초제를 너무 많이 쳐서 인근 농지가 피해를 보니 제초제내성 유전자조작잔디를 만들면 제초제사용이 줄어서 인근 농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구/개발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귀포시에 편입된 남제주군이 군유지까지 제공하면서 이 연구를 격려했다. 제주도 골프장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먹는 게 아니니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특정 생물종의 멸종이나 개체수 급감이 항상 또다른 생태계의 위험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상식아닌가 말이다. 유전자조작모기가 일반모기를 없애면 그에 따라 그 모기의 천적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협이 생태계에 닥칠 수도 있다. 오로지 지구 상에서 ‘사람’만을 기준으로 이로운 생물과 해로운 생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말이다. 그러나 유전자조작모기는 여기에 더해 더 큰 문제가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들이 우리 땅에서 탄저균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때만 해도 처음이라고 주장했지만 파고들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미군기지에서 탄저균실험을 2009년부터 진행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전국민이 경악할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언제부터 얼마나 많은 미군기지에서 몇 차례나 탄저균 실험을 했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한미군은 2016년 이런 우리 국민들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생물무기실험을 우리나라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생물무기실험의 대상은 다름아닌 지카바이러스였다.
미국의 한 기업이 남미 등을 대상으로 지카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유전자조작모기를 개발하고 2016년 여름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식약청이 이 시도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이 유전자조작모기가 인류를 모기가 유발하는 질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유전자조작모기를 야외실험하려고 했던 플로리다는 그 허용여부에 대한 주민투표에 앞서 주민들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한 기업은 지카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구하겠다고 유전자조작모기를 개발하고 있고, 그 미국의 군대는 바로 그 지카바이러스를 이용해 생물무기를 만들려고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지금까지 유전자조작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이 기술이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더 나아가 질병으로부터도 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조작기술은 인류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기술을 가장 많이 독점하고 있는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똑바로 보라. 그렇게 인류를 구하고 싶은 나라가 왜 같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무기를 만들려고 하는지 말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돈벌이를 하기 위한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병주고 약주고.’ 유전자조작기술이라는 것은 세상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이 쓰는 다양한 수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IV. GMO 문제점
1. 인체에 관한 문제점
인체에 대한 위험성을 보자면 1998년 8월 영국 로웨트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푸츠타이 박사가 유전자변형감자를 먹인 쥐 실험에서, 쥐의 면역체계와 질병 저항력이 크게 떨어짐을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먹을 경우 생겨나는 위험에 대한 보고가 있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 1999.1.27 독일에서 유전자조작 식품으로 인하여 항생제 내성을 갖는 슈퍼균이 발생하여 장 내에 잔존할 가능성에 관한 컴퓨터 모의실험 ◎ 1999.5.18 영국의료연합(BMA)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의 항생제내성 유전자가 인체 내 항생제 내성을 키움으로써 건강상의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고 ◎ 2000.5 독일 예나대학 연구팀에서 유전자조작 유채의 꽃가루를 먹은 벌의 장 속에서 유전자조작된 DNA가 검출됨으로써, GMO 속의 유전자가 이를 섭취한 동물과 사람에게 전이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 ◎ 2000.10. 영국 the Advisory Committee on Animal Feeding Stuffs에서 GMO 작물의 유전자가 그것을 먹은 동물의 몸속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고 ◎ 2002.7.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7명에게 먹인 결과 3명의 장내 박테리아에서 gmo 유전자가 검출되었음. ◎ 2005.5. 미국 몬산토사에서 2002년에 실시한 쥐실험 결과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인 쥐들의 콩팥 크기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작았고 혈액 성분 변이가 일어났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짐. ◎ 2005. 12. 러시아 과학자 이리나 에르마코바가 실시한 실험결과 유전자조작 콩가루을 임신 2주 전부터 먹은 쥐의 새끼쥐의 36%가 심하게 체중이 적었으며 55.6%가 태어난 지 3주 만에 죽었다는 사실을 발표함. |
2. 환경에 관한 문제점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1999년 5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Bt 옥수수의 Bt 독성이 Monarch 나비유충에 치명적임을 보고한 이후 계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왔다. 아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1999.8.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에서 BT면화에 대해 솜벌레가 내성을 가진다는 연구결과 발표 ◎ 1999.9.30. 영국 정부에서 GM 작물의 꽃가루가 4.5km 밖까지 이동할 수 있음을 보고 ◎ 1999.12.1.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Bt 옥수수의 Bt 독성이 뿌리를 통해 토양 속으로 스며들어감을 밝힘 ◎ 1999.12.2.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GM물고기 한 마리가 40세대 내에 물고기 무리 전체를 절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모의실험결과를 발표 ◎ 2000.8.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Bt 옥수수의 Bt 독성이 Monarch 나비유충에 치명적임을 재확인 ◎ 2000.8. 영국 University of East Anglia에서 GMO 작물은 새들의 개체 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보고 ◎ 2002.1.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무 실험을 통해 수퍼잡초의 위험성이 몇 세대 동안 계속된다는 사실을 입증 ◎ 2002.2. 영국 University of Maine에서 GMO 작물이 교차수분을 통해 유기농작물을 오염시킨다는 연구결과 발표 ◎ 2002.3. the World Conservation Union에서 GM 농작물이 동물 및 식물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축산비용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발표 ◎ 2002.3. the European Environment Agency에서 GM 작물은 필연적으로 유기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수퍼잡초를 만들며 야생식물을 멸종시킬 것이라고 연구 결과 발표 ◎ 2002.6. 중국에서 GM 면화는 결국 환경을 훼손하고 해충은 내성을 가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보고 ◎ 2002.8. 미국 Pew Initiative on Food and Biotechnology에서 유전자변형 식물들이 그들의 야생종과의 교차수분시 환경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음을 발표 ◎ 2002.12.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에서 면화를 먹고 자라는 벌레가 해충저항성 옥수수를 먹고 해충저항성을 가지게 되어 해충저항성 면화도 먹을 수 있게 됨 ◎ 2003.1. 미국에서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갖춘 유전자조작 농산물 재배지에서 비슷한 내성을 지닌 ‘강력한 잡초’가 등장. 미국 동부 델라웨어주 유전자조작 콩 재배지에서 2000년 처음 발견됐으며 메릴랜드주, 캘리포니아주, 테네시주 서부와 중서부 옥수수 곡창지대인 인디애나주와 오하이오주 등으로 확산 ◎ 2003.7. 캐나다 밀협회 등에서 GM밀을 재배하면서 라운드업제초제를 뿌릴 경우 토양 속의 병원균의 증식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연구결과 발표 ◎ 2003.10. 영국에서 GM 작물이 있는 들판에서 모은 생물체의 수는 보통 작물이 심어진 곳에서 모은 생물체의 개수보다 적은 수였으며, 이것으로 보아 GM 작물에 사용한 제초제가 농장에 있는 야생동물에 해를 끼친다는 결론 발표 ◎ 2003.12. 캐나다 농업 연구소에서 GE 작물에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이 부분적으로 푸사리움 마름병을 증가시킨다고 지적 ◎ 2004.6. 일본에서 원재료용으로 수입된 유전자조작 서양유채가 수송과정 중에 떨어져 국내 일반 환경에서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 ◎ 2005. 4. 그린피스에서 중국산 쌀 속에 GMO 쌀이 섞여있음을 발견 ◎ 2006. 8. 미국산 쌀에 GMO쌀이 섞여 4년간 판매되었음을 확인 ◎ 2013. 미국 오레곤 주에서 유전자조작밀이 자라고 있음을 발견 |
전통적인 교배육종은 원하는 형질을 지닌 개체와 그 원하는 형질을 도입시키고자 하는 개체 사이의 성적인 화합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정이 가능한 같은 종 안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원하는 형질을 얻으려면 몇 세대를 거쳐야 하며 이는 농민들이 수천년에 걸쳐 자연 속에서 검증한 것이다. 그러나 GMO는 원하는 형질을 나타내는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는 것이므로,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은 적게 걸린다. 또한 유전자 도입에 이용하는 운반체는 같은 종 내에서의 유전자 전달뿐 아니라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다른 종 사이의 유전자 전달을 가능케 한다. 이는 자연적으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종들 사이에 유전자가 바뀌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인간이 겪지 못하고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갖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설령 엄격한 관리 하의 야외실험결과라 해도 유전자조작의 모든 효과를 예상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GMO 작물을 다른 육종작물과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3. 사회/경제적 문제점
사회․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면 그동안 GMO 종자를 생산하여 판매해 온 기업들이 GMO가 기아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9년 7월 미국 농무성은 1997-1998 기간 동안 GMO 콩, 옥수수, 면화를 심었으나 생산량이 늘지도 않았고 농약사용량이 줄지도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그 외에서 다양한 기관에서 GMO가 실제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음을 보고한 바 있다. 아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2000.3. WWF에서 GMO가 농약 사용량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발표 ◎ 2000.5. 네브라스카 주립대에서 2년 간의 연구 결과 GMO 콩의 수확량이 일반콩 수확량보다 적다는 결과를 얻음 ◎ 2003.5. ActionAid에서 GM 작물은 제 3세계의 가축을 위협하며, 세계의 기아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 ◎ 2003.8. 그린피스, 지구의 벗에서 스페인에서 GM 작물의 재배가 유기 농작물에 오염을 야기시킨다는 것과 GM작물이 적은 산출량을 내며, 이윤이 과장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 2003.9. 캐나다에서 GMO농산물은 세계시장에서 거절당했고, 비용은 상승했으며, 유기농민들의 가축과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한 작물은 GM 오염물의 위험가능성에 노출되어있음을 발표 |
V. 어떻게 할 것인가
1. 식문화를 바꾸자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GMO없는 세상을 위한 운동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 열거한 GMO-free Zone 운동과 식량주권 운동이다. 여기서는 식량주권 운동과 관련하여 우리의 대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식량주권은 우리가 우리의 식량문제를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종자에 대한 권리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보장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이는 특히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는 수출국의 식량에 의존해야 하므로 이것 저것 가리지 말라는 교묘한 논리 아닌 논리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정부와 학자들의 주장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정말 식량자급이 불가능할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70년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80% 정도 였다. 그러나 80년대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산물수입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자급률은 27%대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인구는 약 1300만이 늘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약 40%의 인구가 늘었다. 그럼 수확량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근데 농업통계를 보면 수확량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쌀은 약 30% 늘었으며 채소와 과실은 4배 정도 늘었다. 다만 콩이나 고구마 등 몇 작물만이 줄었다. 그런데도 식량자급률은 왜 이렇게 낮아졌을까? 우리나라 국민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는 것일까?
우리가 먹는 곡물양은 줄고 있다. 대신 고기양이 엄청 늘었다(1인 1일당 식품군별 섭취량 추이 참조). 그 말은 수입 농산물의 대부분이 사료로 쓰인다는 것이다. 거기다 더해서 국민들이 즐겨 찾는 식품이 식량이 아니라 기호식품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확인된다(생산량 기준 국민 다소비식품 순위 참조). 그렇다 우리의 식문화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바뀐 식문화는 육류선호문화이다. 그리고 이 육류선호문화는 그 종주국인 서양에서는 점점 기피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니 먹을거리를 위한 식량주권은 바로 식문화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식량주권운동은 문화운동이다.
그러나 이렇게 식문화를 바꾼다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식량에 대한 접근권이다. 식량에 대한 접근권은 식량이 충분히 생산되어도 그 소비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으면 발생하는 문제이다.
2. 공동체를 복원하자
60년대 시작한 경제개발 정책은 산업화를 중시하고 농업을 천시하였다. 노동력이 필요한 산업은 노동력이 풍부한 농촌을 해체함으로써 부족한 노동력을 이농민으로 채워나갔다. 그리하여 인구의 1/3이 수도권에 집중되었으며 이제 모든 재화는 수도권으로만 향한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무조건 도매시장을 거치거나 물류를 거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공동체를 살려서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촌지역이 농업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살리면 도시는 마을단위로 공동체를 살리면 된다. 그리고 그 공동체 간에 직거래를 활성화하면 된다. 농민은 제철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하고 도시민 역시 이렇게 생산된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철에 맞게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것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지역공동체와 장기간 계약 등의 형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대부분의 농촌이 아직 유기농을 하려면 멀었다. 그 농민들이 안심하고 유기농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안정적인 생산․소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저농약-무농약-유기농으로 가는 그 모든 단계를 함께 기다려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농민들이 그 모든 단계를 다 감수하고 도시 소비자들은 그 결과물만 받으려고 해서는 공동체가 살아날 수 없다. 말 그대로 땅 덩어리가 좁아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본 먹을거리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그러니 기본 먹을거리는 이런 공동체 간 거래로 해결하고 안되는 것은 좀더 넓은 지역 간의 거래로 성사시켜나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도시민에게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농촌에 대해 그곳이 바로 내 농지이고 농장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교류와 관계의 지속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오늘 당장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년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 하는 1사1촌은 적어도 관계의 회복이라는 면에서는 배울 것이 있다.
3. 농업을 살리자
지역먹을거리운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농민시장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외국의 농민시장 사례를 들어 대안을 모색하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오래된 좋은 전통이 있다. 바로 5일장이다. 지금도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어디나 5일장이 있다. 이 5일장을 농민시장으로 활성화하여 농민과 소비자가 언제든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려야 한다. 공동체간 거래하고 남은 것을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5일장의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농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5일장을 활성화한답시고 지방정부에서 도로닦고 지붕만들고 건물세우는 것은 진정한 농민시장이 아니다. 이런 시장은 장날이 아니면 그냥 썰렁한 채로 땅을 놀린다. 농지가 줄어드는 마당에 농민시장 한답시고 또다시 땅을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공원도 좋고 운동장도 좋고 어디든 열린 곳이 농민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날 그곳에 가면 언제든 농산물을 구할 수 있는 그런 열린 장이어야 한다. 그것이 농업을 세우는 길이다.
첫댓글 반가워요
반갑습니다